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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구 Sep 26. 2018

요가, 미디어 그리고 거짓말.

'여자나 하는 요가'에서 '여자가 하면 좋은 요가'로.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요가를 주제로 한 글들 여기저기에 조금씩 맥락 없이 '이효리'라는 단어를 넣는 가장 큰 이유는 검색 유입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게다가 다른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 그저 쓸 수 있는 단어가 이효리가 고작입니다 (...). 저는 열심히 요가 해도 그녀처럼 안 된다는 글을 쓰지만 실제로 '이효리', 혹은 '이효리 요가 선생님'을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녀처럼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매고 있는 거겠죠 (그런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그분들에게 상대적으로 정확한 정보 -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하는 거 거짓말이라는 - 를 드릴 수 있다면, 약간의 낚시성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은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제 마음대로 슬쩍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안 되는 걸 된다고 속이는 것은 질이 좀 다릅니다. 절실한 사람들을 흔들고 속이고 그러는 건 나쁜 겁니다. 예끼.


지난 글에 언급했었던 것처럼, 요가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및 상품화의 최전선에 있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여성이 어떤 몸을 가져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몸을 노출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몸을 움직여야 하고, 몸을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몸을 위해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미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는 분야입니다. 특히 기존의 패션이나 미용 산업과 달리 '건강'을 위한 생활양식을 보급한다는 (거짓말만은 아닌) 위명을 가지고 있어 정치적으로도 비판하기만은 어려운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지요.


최근 미디어와 요가 산업이 생산하는 '요가하는 건강한 여성'의 이미지는 기존의 '연약한 여성'의 이미지와 대조되는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기능성 옷을 입고 운동 중인 모습으로, 건강하고 탄력 넘치는 몸을 자신 있게 드러내죠.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들, 특히 여성의 이미지들의 많은 부분은 전혀 건강하지 않으며, 오히려 해로운 거짓말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의 두 장의 이효리 사진들처럼 말입니다 (저 사진들의 출처는 정확히는 패션 잡지입니다만, 요가 산업이 보급하고 미디어가 소비하는 이미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가져왔습니다). 사람의 피부는 움직임에 따라 여기저기 접히기 마련이고 근육은 힘을 쓰면 부풀기 마련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자연스러움은 용납하기 어려운 '여성적이지 않은' 모습인가 봅니다. 요가는 좋은 운동이지만, 우리의 몸을 고무인형이나 소시지처럼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은 요가가 아니라 포토샵입니다.


왼쪽 이효리는 등피부가 접히지 않고 오른쪽 이효리는 팔에 근육이 없다. 왼쪽 이효리는 고무인형이고 오른쪽 이효리는 로봇인가 보다.


미디어들과 요가 산업에서 제안하는 이러한 '건강함'들은, 많은 경우 애당초 실현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우리 몸은 고무인형 로봇이 아닙니다), 행여 가능하다 하더라도, 사진에서 보이는 '건강함'과는 관계가 없는 극단적인 형태를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건강한 여성의 몸'들은 기존의 대상화/상업화된 여성의 몸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 되는 것이죠.


이런 거짓된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판타지 - 혹은 패티쉬를 좇게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환상은 사람들을 다시 한번 좌절하게 하고, 자신들의 몸을 미워하게 만들지요. 여성들의 몸에 대한 남성들의 시선은 한층 더 다양한 방식으로 변태적이 되어가고, 여성들은 사진 속의 모델처럼 건강하지도, 늘씬하지도 못한 자신의 몸은 한층 더 미워하게 됩니다. 게다가 요가 산업에 있어 더 놀라운 것은, 기존 산업들과 달리 이러한 노골적인 여성의 몸에 대한 상품화가 '건강'이라는 테마를 기반으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사진 속 이미지들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고, 저런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여성은 여성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건강하지도 않은 게으른 사람이 되는 것이죠.


여성의 몸에 대한 기존의 남성적 시선 - 성적 대상화 코드는 그대로 살아있다. 여성은 이제 날씬할 뿐 아니라 근육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남성들이 원하는 특정한 방식으로만.


요가를 하는 사람들을 상상할 때 당신이 그리는 이미지는 어떤 모습입니까? 일견 '건강한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보이는 요가 산업과 미디어는, 실제로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해악을 미치고 있습니다. 당신이 타인과 건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들의 건강을 염려하며 운동을 권해줄 때, 당신이 생각하는 '건강함'은 어디에서 어떤 매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까?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나, 당신이 상상하고 주장하는 '건강함'이, 혹시라도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과 상품화의 다른 이름뿐인 것은 아닙니까? 요가를 하면 몸매가 예뻐진다고 이야기할 때, 그 말이 담고 있는 진짜 의미는 무엇입니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과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현대 사회에서, 두 번씩 생각해 볼 질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효리 씨가 요가를 하는 것을 딱히 본 적은 없습니다만, 검색하면서 보게 된 몇 장의 사진들 만으로도 문일지십, 그분이 실제로 꽤 오랜 시간 많은 수련을 해온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분이 운동을 요가만 해왔겠습니까. 평생 몸매 관리가 직업의 큰 부분인 사람인데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사진 보고 이효리가 하는 자세들 따라 하지 마십쇼. 까딱하면 119 부르고 병원 실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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