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거 남자 여자 같이 합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성욕을 잘 느끼지 않거나, 성적 쾌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어떠한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성교를 통해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남자보다 훨씬 길다는 것이 통계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평균적으로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편, 사회적/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성과 관련된 문제들, 특히 여성의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육욕을 밝히는 여성보다는 정숙하고 보수적인 여성이 모든 면에서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니, 두 번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성교에서 남성만 충분한 쾌감을 얻게 되더라도 그것은 해당 남성의 문제가 아닌 생물학적 차이에 기반한 문제이며, 그 와중에 성적 쾌감을 느끼거나 그것을 요구하는 여성은 색녀인 것이니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는 편리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지식과 문화의 환상적 조합, 아름다운 세상이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성적 쾌감을 위해 여성들이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통계는 허구이며, 이 거짓된 정보는 남성 중심의 문화를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언급된 통계 자료의 출처와 보급에 대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Suzannah Weiss의 조사에 따르면 (https://goo.gl/UQjqDi),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는 통계(20분!!)는 근거가 없는 오래된 풍문에 불과하며, 해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어떠한 실제 '통계 조사'도, '생물학적 검증'도 실제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Kinsey에서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45%의 여성이 자위를 통해 1~3분 만에, 25%가 4~5분 만에 절정에 오른다고 하니, 남성과 여성의 성교-쾌감에서 "시간"이 핵심적인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이고, 그 문제는 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걸까?
위의 기사에서 소개한 연구 및 주장들에 의하면, 오르가슴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성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는 통념은 바로 '섹스'라는 행위의 정의 자체에서 비롯되었다. 일반적인 경우에 섹스는 흔히 '반복적 삽입'으로 정의되는데, 이 '반복적 삽입'이라는 행위가 남성의 성기에는 절정을 위한 충분한 자극을 주는데 반해, 여성의 절정을 위해서는 그다지 효과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권 - 즉, 대부분의 문화권 - 에서 섹스는 '삽입'이라고 정의가 되어왔고, 이 과정에서 여성의 성적 쾌감은 애당초 배제가 되어왔다는 것이다. 남자의 성욕은 '자연'스러운 것임에 반해 여성의 성욕은 천하게 여겨지는 보편적 상황에서 저런 일방적인 정의가 문제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
기사에 소개된 의견에 따르면, 이러한 통념들과 속설들은, 한편으론 남성 중심적인 정의를 강화, 여성의 관점을 배제하는데 기여한다. 한편,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널리 보급된 수없이 많은 포르노들이 '섹스= 반복적 삽입 + 남성의 사정'이라는 정의를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여성 문제는 남성 문제이다. 여성의 문제는 남성의 문제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정확히 아는 것은 각자의 삶을 위해서 중요하다. 오르가슴에 대한 이러한 얘기에도 물론 해당된다.
'여성이 절정을 얻기 위해선 남성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통념, 그리고 '섹스=삽입'이라는 잘못된 정의는, 한편 많은 남성들에게 부담이 되기 십상이다. '상대가 절정을 느낄 때까지 삽입을 반복해야 하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이걸 어쩌지.' 현실에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농담처럼 진담처럼 수없이 반복하는 얘기이다. 여자 캐릭터들은 '빠르게 끝나는' 남성들을 놀리고 남자 캐릭터들은 '길게 하는' 누군가를 선망한다. 그리고 현실 세계의 우리는 모두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반복 삽입하는 시간을 늘리는' 방법만을 연구한다. 잘못된 지식과 편파적인 문화의 만남, 비극적 세상이다.
다행히 이제 우리는 위의 이야기는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력가'에 대한 환상과 부담은 이제 조금 내려놓고, 어떻게 해야 즐거운 순간을 파트너와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까?
사실 앞서 소개한 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좋은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된 커플'의 경우 두 사람 모두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부분이었다. 서로의 몸에 대한 지식이 쌓이며 상대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적합한 방식들을 찾아가게 된다는 이야기. 실제로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시간'에만 몰입하는 사람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퇴보'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섹스의 목적이 '시간 과시'가 아니라 '나와 상대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면 사실 너무나 당연한 발전이 아니겠는가.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의 만남과 이해, 예쁜 세상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이는 대신 상대의 신체를 이해하고 평소와 조금 다른 접근을 함으로써 상대에게 충분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니, 남성으로서 꽤나 힘이 되는 얘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