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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by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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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돌아오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건강. 그 하나에 집착했을 뿐인데, 모든 일이 잘 풀렸다. 애초에, 진시황이 조금만 더 오래 살았더라면, 역사는 바뀌었겠지. 수은 따위를 먹거나, 불로초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 올바른 지식으로, 삶이 건강을 향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갔더라면, 진나라는 좀 더 오래갔으리라.


"황제 폐하 납시오!"


내 나이, 61세. 이미 진시황이 죽은 나이, 50을 훌쩍 넘기고도 건강하다.

어선방에는 내가 했던 마인드 식단을 알려주었고,

덕분에 나이가 들었음에도, 몸 컨디션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통곡물, 녹색 잎채소, 견과류, 콩류, 베리류, 생선, 닭, 오리고기등을 주메뉴로, 건강한 두 끼를 먹었고, 올리브 유는 구하지 못하다가, 최근 올리브 나무를 발견하여 기름으로 만들고 있다. 곧 먹을 수 있으리라.

더하여, 다크초콜릿과 커피등은, 모두가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황제 폐하 납시오!"


백성들은 나를 칭송한다. 불필요한 노역을 없애고, 올바른 건강정보를 전파했으며, 머리를 쥐어짜, 이 시대에 적용할 만한 지식들을 전수했기 때문에.


"황제 폐하 납시오!"


내 옆에는 훤칠한 황태자가 웃고 있고, 재상 이사는 골골대면서 아직까지 활동 중이다. 최장수 노인이 되어서. 내 황실 근위병들은, 온몸이 근육질로 변해, 내 위엄을 더해주고, 불로초 담당이었던 서불은, 황실근위대장이 되어, 병사들의 훈련과 건강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제 간헐적 단식, 건강한 식단, 서킷 트레이닝, 존 2, 모두가 알고, 실천한다.

이 모든 일은, 건강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되었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나......"


정신없이 살다 보니, 문득 그리웠다. 나의 예전이. 부모님, 친구들...... 가끔은 그리움이 가슴을 헤집어, 눈물이 난다.


"죽으면, 어찌 될 것인가."


노화를 늦출 순 있어도, 완전히 막을 순 없었다.


"피부는 완전히 삭아버렸네."


여긴, 선크림도 없으니, 피부 노화는 더더욱 심했다.


"아. 선크림만 발랐어도......"


듣는 사람 없이 중얼거리는 혼잣말도, 이제는 익숙하다. 어차피 들어도 모를 테니. 선크림 같은 건.


"진짜, 주름이 장난 아니네."


깊은 주름들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민생시찰 때는 가면을 썼으나, 궁 내에서는 쓰지 않았다. 답답해서.


"가면을 좀 더 쓸 걸 그랬나......"


가면은, 선크림 중, 무기자차, 즉,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를 흉내 낸 방식이다. 다만, 무기자차는 피부 표면에 흡수되지 않는 얇은 막을 만들어 자외선을 차단하는 방식이라면, 가면은, 그냥 물체로 차단하는 방식이라 효과는 더 좋다.


헌데,


말했듯이, 너무 답답하다. 감히, 내게 말은 못 했지만, 무슨, 미친 사람 보듯 하는 신하들 표정도 별로였고. 그렇다고,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피부 안쪽으로 들어가 자외선을 열에너지로 변한 후, 방출하는 유기자차는 꿈도 못 꾸고.


어쨌든, 오늘도 밀린 잡무를 몇 가지 본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식사를 일찍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흠."


눈을 감았고,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솜털이 서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온몸은 뜨거웠고, 눈을 뜰 수 없었다. 몸이 이상했다.

수면 부족인가.


사실, 어제 잠을 7시간 30분(90분 x 5사이클) 목표로 잤는데, 4시간 밖에 못 잤다. 즉 3사이클도 못 잔 것이다. 하여, 전두엽이 과활성화 되어, 사소한 일에도 화를 냈고, 자극적인 음식들을 찾았으며, 뇌 속에는 치매유발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도 쌓였을 것이다.


"괜히 먹었나......"


조금 전에 먹은 매운 음식에 속도 쓰리다. 이런 음식들을 잠들기 전에 먹는다면, 혈압과 혈당을 올리고 수면의 질을 안 좋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헌데,


불안했다. 내가 죽으면 어찌 될까. 하는 생각에.

영원히 못 돌아갈 수도 있겠지. 그런 어두운 감정이, 마치 맑은 물에 먹물을 탄 듯, 머릿속에 스며들어, 내 기분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수면 부족이 먼저인지, 불안이 먼저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다들 보고 싶었다.


"흡!"


갑자기 숨이 가빠진다.


"거기 누구 없느냐!"

머리가 핑 도는 와중에 소리

쳤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이럴 리가 없는데.

"거기......누구......없느......"


그러다가, 혼절하다시피 쓰러졌다. 눈을 뜨자, 낯설지만 익숙한 천정이 보였다.

익숙하고 그리웠던 곳, 현실의 내 방이었다.

핸드폰 날짜를 보니, 내가 진시황이 되기 전, 그 날짜였다.


"꿈이었나...... 그 모든 것들이."


얼굴을 만지니, 주름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아. 책......"


내가 읽던 책을 펼치니, 역사는 바뀌어 있었다.

진시황은 더 오래 살았고, 진나라는 오랫동안 태평성대였다.

역사가 달라졌다.


"꿈은 아니었구나."


책을 덮자, 눈물이 흘렀다. 재상 이사, 황태자, 몽염, 서불...... 얼굴들이 아직 생생하다.


"다들, 잘 살았겠지. 건강하게."


무의식적으로, 어깨에 손이 갔다. 무명에게 당한, 흉터는 그대로였다.

건강에 대한 집착으로, 살아날 수 있었던, 증거이자, 징표.


"스파이크 흉터는 오래가는구나......"


웃었다.


불로초는 멀리 있지 않았다. 진시황 역사는 바뀌었으니, 이제는 내 역사를 바꿀 차례이다.



2. 당부 말씀.

필자는 과거 체중으로 돌아왔고, 몸 컨디션도 그때로, 아니, 그때보다 더 좋은 상태로 회귀했다.

마치, 드라마처럼.


여러분도 가능하다. 다만, 정확한 방향과, 강력한 무기, 그리고 집착이 필요하다. 필자가 사용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간헐적 단식이다.


간헐적 단식의 핵심은,

어느 정도의 공복 시간이 자신에게 맞는지?

그리고, 공복 시간을 잘 지킬 수 있는지?


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12:12를 하며, 세 끼를 챙겨 먹는 방법이 맞을 수 있겠고, 어떤 사람은 필자처럼 16:8을 하며, 두 끼 정도 먹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으며, 또 어떤 사람은 1일 1식의 저자, 나구모 요시노리처럼 하루에 한 끼로도 충분할 수 있겠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을 보신 분들은 깨달으셨겠지만, 단순히 식사를 줄이는 방법만으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물론, 살은 어느 정도 빠질 수 있고, 공복시간 유지에 따른 활성산소 감소 및 야식을 안 먹는 데에서 오는 다양한 건강상 이득은 얻을 수 있다.


허나,

필자의 경험에서도 보셨듯이, 극적인 효과와 더불어 간헐적 단식을 삶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간헐적 단식을 하는 목표이다.


필자는 비만과 당뇨 전 단계 판정에 따른 위기의식으로, 간헐적 단식에 집착했고, 목표는 한 가지였다.

“건강하고 최적화된 상태로, 매일 매일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는 몸.”

이렇게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생각만으로도 침이 나오는 맛있는 음식들을 배제하기 어렵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소금빵. 그 빵을 한 입 깨물었을 때, 입안을 가득 채우는 짭짜름한 버터의 풍미. 그리고, 함께 마시면 좋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카라멜 라떼. 물론, 폭신한 휘핑크림을 올려서. 이런 음식들을, 두 번 먹을 상황을, 한 번으로 줄이고, 때로는 먹지 않아야 한다. 사실, 그것은 고통이다. 그러니, 고통을 참아내면서 얻고자 하는 목표와 목적이 확실해야 한다.


둘째, 식단이다.

간헐적 단식은 기본적으로 ‘언제’ 먹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사실 숨겨진 진짜 중요성은 ‘어떻게’ 먹는가이다. 필자가 식단 없이 12:12와 16:8을 했을 때, 당뇨병의 중요지표인 당화혈색소가 6.0%에서 낮아지지 않았던 사실을 상기시켜보자.


단순당, 가공식품과 정제 곡물들을 마음껏 섭취하는 간헐적 단식. 사실, 해보면 알겠지만, 이것은 어렵지 않다. 필자도 아침만 안 먹었을 뿐, 아니 12:12는 아침까지 먹으면서 그냥, 먹고 싶은 음식 다 먹었다.


공복을 유지하는 16시간을 제외하고, 식사가 가능한 8시간 동안은, 베스킨라빈스 하프 갤런을 다 먹은 적도 있다. 넷플릭스를 보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 놓고 극적으로 건강해지길 바라다니.


게다가 저렇게 단순당, 가공식품과 정제 곡물들을 먹으면 칼로리도 높고 혈당도 올려,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이후,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코르티솔이 분비되며 다시 혈당을 올리기 위해, 식탐이 나오게 된다. 이런 식탐을 참는 데는, 또 의지가 필요하다.


즉, 간헐적 단식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된다는 소리다. 다시 말하자면, 체중감량이 목적이라면 간헐적 단식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두겠지만, 건강한 몸 컨디션을 위해서는 식단이 필수다.


셋째, 운동이다.

이제 알겠지만, 간헐적 단식을 하면 안 될 사람들에는 마른 사람들도 포함이다. 왜냐하면, 빠질 지방이 없어, 간헐적 단식을 하면 근육이 빠져 버리게 되므로. 다시 말하면, 근육은 우리 건강의 핵심이다.

정희원 노년내과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근육 1kg당 1000만 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


라고. 특히, 중요한 근육은 세 가지. 척추 기립근, 둔근, 대퇴사두근. 즉, 하체가 중요하다. 척추기립근이 약하면 혈액순환이 힘들고, 대퇴사두근이 안 좋으면 무릎관절이 안 좋아지고 걸음이 불안정해지며, 관절염도 심해진다. 결국, 거동 자체가 불편해지고 혈당조절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실, 이 세 가지는 건강수명을 결정하는 근감소증(Sarcopenia)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이다.

우리가 간헐적 단식을 하는 목표는 다를 수 있어도, 근본은 동일하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컨디션과 건강한 육체, 그리고 노화의 지연.”


근육이 빠져 버리면, 저 명제를 이루기가 어렵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님은, 언급한 3가지를 모두 지키는 간헐적 단식을 통해, 원하는 건강 상태를 이루시길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모든 영양제와 거꾸로 식사법등의 기법은,

세 가지 원칙을 지켰을 때, 플러스알파가 되는 보너스다.

원칙을 무시하고 영양제와 기법을 우선시한다면, 진흙 위에 집을 짓는 방식처럼 위태하고, 어리석다. 목표, 식단, 운동. 세 가지를 꼭 명심하자.


아니, 명심을 넘어, 집착하자.

필자도,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려웠으나, 익숙해지니, 생활이 되었고, 삶이 되었다. 그리고 습관화가 되니, 굳이 집착하지 않아도 되었다.


런던 대학교 연구 결과, (How are habits formed: Modelling habit formation in the real world) 습관이 형성되는 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두 달이 고비이다.

익힐 습(習)자는, 깃우(羽)자와 흰 백(白)의 합이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새(白)가, 날아가기 위해 날갯짓을 하는 모습을 형상화 한 글자이며,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허나, 어린 새가 날기 위해서는 날갯짓에 집착해야 하듯이, 노화를 역행하기 위해서는, 목표, 운동, 식단에 집착해야 한다. 그리하면, 어린 새가 자연스럽게 날아가듯, 여러분들도 자연스레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래서 80세가 되어서도, 노쇠한 육체에 갇히지 않고, 원하는 모든 일을,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 만지며 이룰 수 있었으면 한다.


필자의 3년간 노력의 결과를 보여주는 2024년 건강성적표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바란다.


-당신만의 속도로, 당신이 원하는 곳에 도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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