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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un 10. 2018

아이유 단상

만만한 게 아이유지

이 글은 이 기사를 읽고 든 생각.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0608_0000330965


-반대로 가수 아이유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융단 폭격을 맞고 있다.

 "아이유는 파급력이 큰 연예인이다. 또래 세대의 상징적인 가수가 아닌가. 그런 그가 페미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행동들을 보인다면 비판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테러에 가까운 극단적인 인신공격은 자제해야겠지만, 지금 가는 길이 아이유가 선택한 것이라면 최근의 비판은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윤김지영 교수는 아이유가 페미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아이유가 가는 길은 마치 사회의 트렌드를 읽지 못한 퇴보라는 듯이 설명했다. 또 하나 더하자면, 아이유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말했다. 세상엔 다양한 페미니즘이 있다는 주장을 고려하면, 위의 페미니즘이 무엇인진 모르겠으나 적어도 현재 한국 여성들이 처한 1) 안전 문제 2) 경력단절 문제 3) 유리천장 문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차별을 반대하는 이데올로기 정도로 생각하자. 


인터뷰 본문은 다 끄덕일 만하다. 다만, 아이유 부분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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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말하자. 아이유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예를 들어, 아이유가 여성 차별을 옹호했다든지 혹은 기존 가부장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성차별을 자행했다든지라면 모르겠다. 근데 대체 아이유가 뭐했냐? 미국 ABC 방송국의 로잔 아줌마라는 시트콤의 주인공은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비서관을 혹성탈출로 비유하는 트윗을 날렸고, 이로 인해 해당 시트콤의 리메이크는 엎어졌다. 적어도 저정도는 되어야 차별을 옹호하고 자행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첨언하자면, 난 모든 사람이 운동가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 문제에 있어 필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세금을 더내는 것뿐이며, 이는 노동 문제 이외의 사회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연예인이 운동가가 될 수도 없으며, 기실 아이유가 연예계의 톱스타일뿐이지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다는 주장에도 끄덕일 수 없다. 


이는 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길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과거 TV 전성시대라면 모를까 최근처럼 모바일 기기 내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인플루언서들이 출몰하고 점점 짧고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을 고려하면 연예인 한 명의 영향력이 크다고 단언할 수 없다. 유재석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과 일맥상통하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유튜브 - 아프리카 - 페이스북을 통해 자주 접하는 철구의 행동을 따라했지, 아이유를 따라 한 적이 있는가? 


최근 논란이 된 나의 아저씨. 그것도 시청률 개똥망으로 나오지 않았는가. 뭐, 아이유가 1년 365일 24시간 내내 TV에 나오면 모를까, 유튜브 / 아프리카 / 트위치 등 온갖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시청자의 24시간을 갉아먹는 시기에 아이유 한 명의 영향력이 지대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아이유 이전 원탑여성솔로였던 이수영 - 장나라 - 이효리가 진 거 한 순간이었다. 그때보다 파편화된 미디어 시장에서 뭐 그리 영향력이 지대하고 누군가의 모범이 되고 롤모델이 된다고 하는 말은... 실제로 아이유는 SNS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아이유가 여성인권을 퇴보시켰는가? 물음표다. 증명되지 않은 사안이다. 아이유와 여성주의 관련 논쟁을 일으킨 지점은 1) 롤리타 및 제제 논란 (생각해보면, 성인 여성이 나 스물셋이라고! 주구장창 외치는 노래에 뭔 롤리타냐 + 소설 캐릭터 인권신경쓸거면 코난 친구들은 무슨 죄냐. 미성년자들이 범죄현장 겪고..) 2) 나의 아저씨 출연이다. 다만 제제는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니까 덮어두자. 


하지만 앞서 말한 미디어 콘텐츠 1개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지 않은 지금, 나의 아저씨가 세상에 유해한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더 확 와닿는 예시를 들자면, 물질만능주의나 외모지상주의가 광고 때문에 일어났냐, 우리나라 사회 때문에 일어났냐? 이론적으로라면 몰라도, 광고와 콘텐츠 평균 소비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지금 콘텐츠 1개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건 에바다. 그런 소리하면 바보 소리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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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유는 반란군이다. 곰티비에서 차트쇼를 진행하고, 엠겜에서 스타크래프트쇼를 진행한 초창기 데뷔부터 지켜봐온 팬으로서 아이유는 진짜 반란군이다. 내가 돈을 벌고 힘을 키우면 난 내가 꼴리는 걸 하는 개썅마이웨이를 걷겠어! 의 표본이다. 


실제로 아이유는 전형적인 케이팝 제작사가 만들어낸 하늘하늘한 여성 솔로가수였고, 이 캐릭터는 SBS영웅호걸까지 이어진다. 좋은 날과 너랑 나까지 그 공식은 이어지는데, 이걸 확실히 깨부순 게 정규 3집 모던타임즈였다. 이때부터 아이유는 아이돌을 넘어서 아티스트로 진화하는데, 소름 돋는 지점은 노래들이 보여지기 위한 아이유가 아니라 이지은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다. 비록 작사는 김이나가 했지만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당시 은혁과의 스캔들로 인해 논란을 빚은 아이유의 상황과 절묘하게 닮았고, 심지어 존나 쎈 누나 캐릭터였던 가인과의 피쳐링이 그 완성이었다.



아이유는 그 이후에 나온 채셔, 팔레트를 포함한 모든 앨범의 전곡 작사와 작사에 참여했다. 가사는 점점 자신을 주제로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맞춰봐! 내 앞에선 웃는데 내 뒤에선 욕할 거잖아!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스물셋부터 어릴 적 키워준 할머니를 그리며 쓴 무릎까지. 지금? 언터쳐블 원탑싱어지. 


마돈나와 엄정화가 존나 멋있는 이유는 스스로가 섹시해지기 결정했고, 스스로 자기를 노래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이유도 케이팝 시스템에서 탄생했지만 스스로 그걸 박차고 나와 무한도전 축제에서 통기타로 노래부르자고 하고, 노래 받던 가수에서 노래 쓰는 가수로 진화한 그냥 존나 멋진 아티스트다. 파급력이 큰 연예인으로서 오히려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지,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도태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발, 아이유 좀 내비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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