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예언

by TJ

엘레나는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서쪽 첨탑에서 가져온 스케치 세 장과 태양석 반응표, 수정판에서 베껴 적은 기록 문장을 품 안에 넣었다. 종이는 손끝에 닿을 때마다 바스락거렸다. 누군가 죽어도 표가 되면 이렇게 가벼운 소리가 난다는 사실이 싫었다.


기숙사 복도는 아직 어두웠다.


카이는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가."


"싫어요."


"이요라는 혼자 만나면 안 돼."


"이요라 마스터가 저를 해칠 거라고 생각해요?"


카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레나는 카이가 끝내 고르지 못한 말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 확신하지 못하는군요."


"해치지 않으려 할 거야."


"그게 더 나쁘네요."


카이는 손을 뻗었다가 거두었다.


"내가 밖에서 기다릴게."


"기다리는 건 자유예요."


"엘레나."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위로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럴 자격 없어."


"알고 있네요."


카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무너지면 불러."


엘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부를 수 있을지 몰랐다. 부르고 싶을지도 몰랐다.


이요라의 집무실 문은 열려 있었다.


안쪽에는 등불 하나만 켜져 있었다. 이요라는 책상 앞에 앉아 있지 않았다. 창가에 서서 서쪽 첨탑 방향을 보고 있었다. 엘레나가 들어오자, 그녀는 천천히 돌아섰다.


"밤새 기다렸다."


"저도 밤새 봤어요."


엘레나는 품 안의 종이들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엘레나와 같은 얼굴.


실패 번호.


봉인 표식.


태양석 반응표.


그리고 아르카누스의 문장.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 아이를 만들었다.


이요라는 종이를 보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종이를 피해 엘레나를 보았다.


"묻고 싶은 것이 많겠지."


"대답할 준비는 되셨나요?"


"하려고 한다."


"하려고 하지 말고 하세요."


이요라의 입술이 굳었다.


엘레나는 첫 번째 스케치를 펼쳤다.


"이 아이들은 누구였죠?"


"윈드콜러 후보."


"후보가 아니라 아이들이요."


이요라는 눈을 감았다.


"아이들이었다."


"이름은요?"


"기록하지 않았다."


"아르카누스가요?"


"아르카누스가 금지했다. 이름은 문을 부른다고."


"그럼 마스터는요?"


이요라의 손가락이 창틀을 눌렀다.


"나는 몰래 불렀다."


"무슨 이름으로요?"


"번호가 아니라 이름으로."


"기록은요?"


"태웠다."


엘레나는 웃지 않았다.


"살리지 못해서요, 아니면 들키면 안 돼서요?"


"둘 다."


집무실 안에 새벽빛이 조금 들어왔다. 이요라의 얼굴은 밤보다 더 늙어 보였다.


엘레나는 두 번째 종이를 밀었다. 봉인 표식 설계도였다.


"예언은 뭡니까?"


"아르카누스가 만든 봉인 절차다."


대답은 너무 곧장 왔다.


엘레나의 손이 멈췄다.


"다시 말해 보세요."


"예언은 미래를 본 문장이 아니다. 봉인문을 닫기 위해 필요한 순서와 조건을, 사람들이 운명이라고 믿도록 바꿔 적은 것이다."


"그러면 윈드콜러가 세계를 구한다는 말은..."


"문을 닫는 열쇠가 된다는 뜻이었다."


"구원자가 아니라 도구."


이요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엘레나는 손바닥을 폈다. 미완성 1000이 희미하게 빛났다.


"이 숫자는요?"


"봉인 적합률과 태양석 기억 보존률을 합친 반응 수치다."


"제가 사람이 아니라 수치라는 뜻이군요."


"아니다."


"방금 그렇게 설명했잖아요."


"아르카누스에게는 그랬다."


"마스터에게는요?"


이요라는 처음으로 엘레나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 고백이 더 날카로웠다.


엘레나는 숨을 아주 천천히 들이마셨다.


"계속하세요."


"아르카누스는 세계 붕괴를 막으려 했다. 지하 봉인문이 열리면 시간 균열이 커지고, 균열은 현실을 반복으로 바꾼다. 처음에는 마을 하나가 하루를 반복했다. 다음에는 계절 하나가 사라졌다. 그다음에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이 기록에 남았다."


"그래서 아이들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찾았다. 자연 출생 윈드콜러를."


"모두 실패했다."


"그래."


"그래서 만들었다."


"그래."


엘레나는 스케치들을 내려다보았다. 같은 얼굴들. 실패라는 단어 옆에 놓인 아이들.


"저는 어디서 왔죠?"


이요라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낡은 천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주머니 안에는 마른 약초 냄새가 났다. 엘레나는 그 냄새를 바로 알아보았다.


할머니가 매일 밤 끓여 주던 약.


혀끝을 무디게 만들고, 꿈을 깊게 만들고, 바람의 속삭임을 멀리 밀어내던 쓴 물.


엘레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그 약도 여기서 나온 거였나요?"


"아카데미가 제공했다."


"할머니는 알고 있었어요?"


"전부는 몰랐다."


"얼마나 알았죠?"


"네 힘이 깨어나면 아카데미가 너를 데려갈 거라는 것. 약을 먹이면 그날을 늦출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저를 약하게 만들었어요?"


"살리려고 했다."


"그 말."


엘레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말 하지 마세요."


이요라는 입을 다물었다.


"저를 살리려고 저를 숨겼고, 저를 살리려고 제 힘을 눌렀고, 저를 살리려고 제가 뭔지 말하지 않았죠. 그런데 저는 계속 죽었어요."


이요라는 책상 모서리를 붙잡았다.


"그 반복을 막고 싶었다."


"반복을 만든 사람들이요?"


"아르카누스가 만든 것은 봉인 절차였다. 반복은..."


이요라는 말을 끊었다.


"반복은 카이와 태양석이 얽히면서 커졌다."


"카이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탓이 아니다. 사실이다."


"마스터의 사실은 늘 누군가를 도구로 만들어요."


이요라의 손끝이 종이 가장자리를 구겼다.


엘레나는 종이 한 장을 더 펼쳤다. 예언의 일부였다. 금서실에서 본 찢긴 문장과 연구실 설계도가 겹쳐져 있었다.


바람의 아이가 문을 듣는다.


태양의 돌이 기억을 붙든다.


칼이 문을 닫는다.


마지막 열쇠가 세계를 멈춘다.


"이게 예언의 원문인가요?"


"봉인 절차 원문에 가깝다."


"칼은 카이죠."


"그래."


"문은 저고요."


"그래."


"그러면 아이는요?"


이요라의 숨이 멈췄다.


엘레나는 한 발 앞으로 나갔다.


"봉인문 안쪽의 아이. 그 아이는 절차에 없었나요?"


"없었다."


"그런데 생겼죠."


"생겨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마스터는 계속 그런 식으로 말하네요."


"엘레나."


"아이가 아니라 존재. 죽음이 아니라 실패. 감금이 아니라 봉인. 살인이 아니라 절차."


이요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단어들로 덮으면 덜 아파요?"


"아니."


"그런데 왜 계속 써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한 일을 견딜 수 없었다."


처음으로 이요라의 목소리가 부서졌다.


엘레나는 그 부서짐을 보고도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너무 늦은 진심은 진실과 같은 얼굴을 하고도 사람을 찌른다.


"제가 태어난 사람인지, 만들어진 도구인지 대답하세요."


이요라는 천천히 말했다.


"너는 태어났다."


엘레나는 숨을 멈췄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 말은 더 잔인했다.


"아르카누스는 혈통과 태양석 반응을 계산했다. 네 어머니는 윈드콜러 혈통의 마지막 가지였고, 네 몸은 태어나기 전부터 봉인 적합률을 측정당했다."


"어머니는요?"


"몰랐다."


"할머니는요?"


"나중에 알았다."


"그리고도 저에게 약을 먹였고요."


"네 어머니가 죽은 뒤, 네 할머니는 선택지가 없다고 믿었다."


"선택지가 없다고 믿게 만든 건 누구죠?"


이요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


집무실 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카이가 문 앞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들어오지 않았다. 약속대로 밖에 있었다.


엘레나는 문 쪽을 보지 않았다.


"카이는 언제 알았어요?"


"전부는 오래 알지 못했다."


"일부는요?"


"반복이 시작된 뒤."


"그럼 저보다 먼저 알았네요."


"그래."


"그래서 저를 말렸고, 숨겼고, 죽이기도 했고요."


이요라의 눈이 커졌다.


"그것까지 봤니?"


"봤고, 들었어요."


"카이는..."


"카이 변명도 하지 마세요."


엘레나는 손을 들었다.


"그건 제가 물을 일이에요."


이요라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래."


엘레나는 서류를 다시 품 안에 넣었다. 손이 조금 떨렸지만, 종이를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마지막 질문."


"말해라."


"그 아이 이름."


이요라의 얼굴이 닫혔다.


"나는 모른다."


"거짓말."


"정말이다. 이름을 붙인 적이 없다."


"하지만 카이는 알죠."


"카이는 이름을 들었다."


"누구에게요?"


"아이에게."


엘레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아이가 자기 이름을 말했나요?"


"아니. 카이가 부르길 기다렸다."


"그런데 카이는 부르지 않았고요."


"불렀던 반복도 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아무도 바로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엘레나는 그 빈틈에서 카이가 왜 입을 다물었는지 이해했다. 이해했다는 사실이 용서와 같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돌아섰다.


"엘레나, 네가 도구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도구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엘레나는 멈췄다.


"그 말은 제가 먼저 했어야 했어요."


"그래."


"마스터가 해 주면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했나요?"


"아니."


"그럼 왜 말했어요?"


이요라는 힘없이 웃었다.


"늦게라도 해야 할 말이니까."


엘레나는 문을 열었다.


카이가 바깥에 서 있었다. 그는 모든 대화를 들었을 것이다. 엘레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나쳤다.


"엘레나."


"따라오지 마요."


"혼자 두고 싶지 않아."


"그럼 더더욱 따라오지 마요."


카이는 멈췄다.


엘레나는 복도를 걸었다. 학생들이 하나둘 깨어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누군가는 하품했고, 누군가는 웃었다. 세계는 그녀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아무 관심도 없이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게 이상하게 잔인했다.


기숙사 방으로 돌아온 엘레나는 문을 잠갔다.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 얼굴은 어제와 같았다. 은빛 머리카락, 창백한 입술, 잠을 잃은 눈. 하지만 이제 그 얼굴 뒤에 수많은 스케치가 겹쳐 보였다. W-017. W-041. W-088. 이름 없이 사라진 아이들.


엘레나는 거울을 향해 물었다.


"너는 누구야?"


거울 속 엘레나의 뒤에 작은 얼굴이 나타났다.


아이였다.


봉인문 안쪽의 아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얼굴. 엘레나를 닮았다가, 카이를 닮았다가, 이름 없는 아이들의 얼굴로 흩어지는 얼굴.


아이는 거울 속에서 입을 열었다.


엄...


멈춤.


윈드콜러.


엘레나는 뒤돌아보았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울 속 아이만, 그녀의 어깨 너머에서 손바닥을 대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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