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탑이 열세 번 울렸다.
스카이 아카데미의 종은 열두 번을 넘지 않는다. 하루의 끝도, 시험의 시작도, 장례의 알림도 열두 번이면 충분했다. 열세 번째 종소리는 규칙 밖에서 울렸다.
그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외곽 결계가 찢어졌다.
검은 균열이 하늘의 유리막을 가로질렀다. 처음에는 실금처럼 얇았다. 다음 순간, 누군가 손톱으로 세계의 표면을 긁어낸 듯 길게 벌어졌다.
비명이 터졌다.
중앙 광장에 있던 학생들이 고개를 들었다. 교수들이 동시에 주문을 외웠다. 은빛 방어막이 학교 지붕 위로 솟았지만, 검은 균열은 그것을 먹어 들어갔다.
이요라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1학년은 남쪽 강당으로! 2학년 이상은 바람의 정원 결계 보조! 치료반은 회복실로 이동한다!"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무너질 시간이 없는 사람처럼 명령했다.
엘레나는 지하 시험장 문 앞에 서 있었다. 봉인문 너머에서는 아직 작은 박동이 들렸다.
쿵.
쿵.
크로노스가 버티고 있었다.
카이는 그녀 옆에서 검을 뽑았다. 손등의 999 아래 새로 생긴 얇은 선이 팔목 쪽으로 조금 번져 있었다. 엘레나는 그것을 보았지만 묻지 않았다. 지금 묻는 순간, 그 선이 더 길어질 것 같았다.
"위로 올라가야 해요."
"봉인문은요?"
"여기가 목표야. 하지만 위를 뚫리면 지하도 오래 못 버텨."
이요라가 계단 위에서 내려왔다.
"카이 말이 맞다. 봉인은 내가 가린다. 너희는 학생들을 빼내라."
엘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크로노스가 안에 있어요."
"그래서 더 지켜야 한다."
"저도 여기 남겠어요."
이요라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데미안이 봉인을 찾고 있다. 그가 원하는 건 문과 열쇠다. 네가 여기 있으면 둘 다 한곳에 놓이는 셈이다."
데미안.
그 이름이 처음으로 아카데미 안에서 소리로 섰다.
엘레나는 입술을 굳혔다.
"누구에게 들었죠?"
이요라는 위쪽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을 들었다.
"설명은 뒤로 미룬다."
"또요?"
"이번에는 학생들이 죽고 있다."
그 말이 엘레나의 발을 움직였다.
세 사람은 계단을 뛰어올랐다.
복도는 이미 연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불이 난 것은 아니었다. 검은 연기는 벽에서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림자였다. 빛을 먹고 자라는 그림자. 그것들은 바닥을 기어 학생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엘레나는 손을 펼쳤다.
바람이 복도를 가로질렀다.
그림자는 불처럼 흩어지지 않았다. 대신 바람에 밀려 벽으로 납작하게 붙었다. 학생 하나가 그 틈을 지나쳐 달렸다. 엘레나는 그의 등을 밀어냈다.
"남쪽 강당으로!"
"엘레나 선배!"
소년은 울먹이며 그녀를 보았다.
"가!"
그는 뛰었다.
카이는 반대편 복도에서 검을 휘둘렀다. 검끝에 금빛이 붙었다. 그림자의 다리가 잘려 나갔다. 그러나 잘린 그림자는 다시 이어졌다.
"일반 마법이 아니야."
"봉인에 반응하고 있어요."
엘레나는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미완성 1000이 뜨거웠다. 그림자는 그녀 쪽으로 더 빨리 기어왔다. 그녀가 열쇠라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중앙 광장으로 나오자 하늘에서 검은 비가 내렸다.
비가 아니라 종잇조각이었다.
금서실의 페이지처럼 검은 종이들이 회오리치며 떨어졌다. 종이가 바닥에 닿자 그림자 교단의 표식이 피어났다. 그 표식 안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섰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가슴에는 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흐르는 것은 아프다.
멈춘 것은 구원이다.
엘레나는 그 문장을 읽고 속이 차가워졌다.
그들은 검을 들지 않았다. 대신 작은 종을 들고 있었다. 종을 흔들 때마다 아카데미의 방어막이 느리게 굳었다. 바람이 멈췄다. 학생들의 발걸음도 느려졌다.
시간을 무겁게 만드는 종.
"귀를 막아!"
카이가 외쳤다.
늦었다.
몇몇 학생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눈을 뜬 채, 달리던 자세 그대로 굳었다. 이요라가 은빛 주문을 펼쳐 그들 주위를 감쌌다.
"결계를 깨면 학생들도 같이 다친다."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교단 종을 먼저 부숴라."
엘레나는 바람을 낮게 깔았다. 높은 돌풍은 학생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대신 바닥을 타고 흐르는 바람을 불렀다. 바람은 종을 든 사제들의 발목을 감고 균형을 무너뜨렸다.
카이가 달렸다.
첫 번째 종이 부서졌다.
시간이 풀린 학생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살아 있었다.
두 번째 종.
세 번째 종.
카이의 검이 종을 부술 때마다 손등의 새 선이 조금씩 번졌다. 엘레나는 그것을 보았다. 금빛 선은 손목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다.
"카이!"
"괜찮아."
"거짓말."
"지금은 움직여."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뛰었다.
광장 중앙에 가장 큰 표식이 열렸다.
그곳에서 다른 로브가 올라왔다. 다른 사제들보다 키가 컸고, 손에는 종 대신 검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지팡이 끝에는 태양석을 흉내 낸 검은 돌이 박혀 있었다.
그 돌이 엘레나를 향해 빛났다.
"마지막 열쇠."
사제의 목소리는 젖은 종이처럼 낮았다.
광장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엘레나에게 꽂혔다.
엘레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누구의 명령이죠?"
사제가 고개를 기울였다.
"아직도 모르나."
"말해요."
"정지의 왕."
사제가 지팡이를 들었다.
"데미안께서 너를 부르신다."
그 이름이 광장을 가르자, 멈췄던 시계들이 한꺼번에 떨었다. 종탑의 열세 번째 울림이 다시 귀 안에서 되살아났다.
이요라가 낮게 말했다.
"데미안..."
그녀도 처음 듣는 이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공적으로 불릴 줄은 몰랐던 얼굴이었다.
엘레나는 사제를 보았다.
"그가 원하는 게 봉인문인가요?"
"봉인문."
사제는 웃었다.
"아이."
카이의 검끝이 흔들렸다.
"그리고 너."
엘레나의 손바닥이 타올랐다.
"왜죠?"
"흐르는 세계는 실패했다. 아픔은 시간 때문에 생긴다. 지나가는 것들이 사람을 찢는다."
사제의 목소리가 광장 전체에 번졌다.
"데미안께서는 멈춘 세계를 주신다. 더는 잃지 않는 세계. 더는 늦지 않는 세계."
카이의 왼손이 장갑 안에서 접혔다.
더는 늦지 않는 세계.
그 말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너무 분명했다.
엘레나는 바람을 불렀다.
"그건 구원이 아니에요."
"흐르는 자들은 늘 그렇게 말한다."
사제가 지팡이를 내리쳤다.
광장 바닥이 검게 갈라졌다. 균열은 지하 시험장 방향으로 곧장 뻗었다. 봉인문을 향해 길을 찾는 선이었다.
크로노스의 박동이 멀리서 거칠어졌다.
쿵.
쿵.
엘레나는 몸을 던졌다. 바람을 바닥에 박아 균열을 비틀었다. 검은 선은 그녀의 손바닥 아래에서 방향을 잃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1000의 마지막 획이 더 길어졌다.
카이가 그녀 옆에 섰다.
"그 선에서 손 떼."
"그럼 봉인문까지 가요."
"내가 막을게."
"혼자서요?"
카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엘레나는 이를 악물었다.
"함께라고 했잖아요."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동시에 움직였다. 엘레나는 바람으로 균열의 방향을 틀고, 카이는 검으로 검은 선을 잘랐다. 잘린 선은 살아 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사제가 주문을 외웠다. 그림자들이 다시 솟아났다.
그때 마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레나!"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마라는 스톰엔드에 있어야 했다. 아니, 엘레나는 마라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하루가 되돌아온 뒤로 마라의 기억은 시간 안에서 흔들렸고, 이후 사건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분명했다.
"왼쪽!"
엘레나는 반사적으로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검은 지팡이에서 뻗은 그림자 창이 그녀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광장 어디에도 마라는 없었다.
대신 바람이 있었다.
아주 작은 바람.
스톰엔드의 소금 냄새가 섞인 바람.
엘레나는 그 냄새를 기억했다. 고향의 바람이었다.
사제도 그것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렸다.
"첫 번째 문이 아직 숨 쉬는군."
"무슨 뜻이죠?"
사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이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검은 지팡이가 두 동강 났다. 검은 돌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광장의 그림자들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멈췄던 학생들이 풀려났다. 교수들이 그들을 끌어안고 대피시켰다. 하늘의 균열도 조금씩 닫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제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부서진 지팡이 조각을 손에 쥔 채 웃었다.
"길은 열렸다."
엘레나가 바람을 겨눴다.
"무슨 길?"
"열쇠의 냄새. 아이의 박동. 봉인의 방향."
사제의 몸이 검은 종이처럼 말라 갔다.
"데미안께서 마지막 열쇠를 회수하러 오신다."
그 말을 끝으로 사제는 흩어졌다.
검은 재가 바람에 날렸다.
엘레나는 광장 중앙에 섰다. 주변에는 부서진 종, 갈라진 바닥, 쓰러진 학생들, 피 묻은 로브가 흩어져 있었다. 스카이 아카데미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학당이라 부를 수 있던 무언가는 부서졌다.
카이가 휘청였다.
엘레나는 그를 붙잡았다.
"카이."
"괜찮아."
"그 말 금지."
그는 짧게 웃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왼손은 아직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손등의 새 선은 팔목을 지나 소매 안쪽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요라가 다가왔다.
그녀의 로브는 찢어져 있었고, 손끝은 피로 젖어 있었다.
"학생 절반은 대피했다. 사망자는 아직 확인 중이다."
엘레나는 고개를 숙였다.
"제가 지하에 있었으면..."
"아니다."
이요라가 잘랐다.
"네가 없었으면 광장에서 더 많이 죽었다."
엘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지하에서 작은 박동이 들렸다.
쿵.
쿵.
조금 약해져 있었다.
크로노스가 길을 막느라 힘을 쓴 것이다.
엘레나는 지하 계단 쪽을 보았다.
"이제 여기서 기다릴 수 없어요."
카이가 그녀를 보았다.
"스톰엔드."
"아까 바람에서 마라 목소리가 들렸어요."
이요라의 시선이 깨진 봉인문에 박혔다.
"교단 사제가 말한 첫 번째 문."
엘레나는 주먹을 쥐었다.
"제 고향이죠."
종탑 잔해 위로 마지막 검은 종이가 떨어졌다.
엘레나는 그것을 잡았다.
종이에는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젖은 재 위에서도 글자는 번지지 않았다.
흐르는 것을 멈추러, 왕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