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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라이프] 운동-영양-휴식

고영정, <바른 운동>

바야흐로 2020년 1월입니다. 1월에는 섣불리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하지 말란 말이 있습니다. 1월에는 큰 마음먹고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하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괜히 그곳을 방문했다가 벤치 프레스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요. 그래서 저는 1월에는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하지 않습니다. 물론 2월에도 등록하지 않습니다. 보통 3개월 단위로 등록하면 저렴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채로 3월을 보내고, 이제 4월이 되면...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저는 이렇게 영리하게 머리를 굴리다가, 작년에는 피트니스 센터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올해 1월에도 현명하게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어저께 방문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은 더욱 큰 핑계가 되는군요. 켄 베리라는 의사가 저술한 <의사의 거짓말 가짜 건강상식>(2019)을 소개합니다. 미국에서 큰 논란에 휩싸인 이 저서는 당돌하게도 대형 식품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연구된 식품영양학의 연구성과들, 이제는 우리들에게 상식으로 자리 잡은 여러 결과들이 사실은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폭로합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그동안 부당한 취급을 당한 것, 우유는 어린 송아지가 먹는 것이며 결코 어른 인간의 몸에 좋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찬양받아온 것 등이 낱낱이 밝혀집니다. 그 가운데 <8장: 운동은 몸에 좋지만, 체중 감량은 기대하지 말라>는 우리의 눈길을 끄는군요. 사실 이는 우리의 상식에도 부합합니다. 운동보다는 적절하게 조정된 식단이 살을 빼는데 훨씬 도움이 되지요. 물론 프로 축구 선수들은 한 경기를 마치면 살이 2kg 이상 빠지곤 한답니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들은 그런 식으로 몸을 유지할 수는 없지요. 그 날씬하던 테리우스 안정환도 어느덧 부한 아재가 되고 말았으니까요. 


서두가 길었습니다. 저는 2019년 초에 슬로 라이프의 중요성을 알고서 게을리했던 운동을 재개했습니다. 저녁에 슬로우 조깅을 하는 것으로 피트니스 클럽 운동을 대신했는데, 효과는 제법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근력 운동을 소홀히 해서 지금 온몸이 펭수보다 말랑말랑한 상태입니다. 이 점은 앞으로도 제가 계속 개선해나가야 할 점이겠지요. 그런데 저는 슬로 라이프를 염두에 두고 운동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쇠질(무거운 덤벨 등을 드는 운동)을 제법 해 본 상남자라면, 근육 성장의 3대 요소가 운동-휴식-영양임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무조건 운동만 열심히 하면 근육이 커질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운동 못지않게, 아니 운동보다 더 중요한 근육 성장 팩터가 영양과 휴식임이 널리 인정됩니다. 격렬한 운동을 통해 미세하게 찢어진 근육은 휴식하는 과정에서 다시 회복됩니다. 이때 적절하게 공급된 영양은 기존의 근육을 더 크게 만들어줄 재료입니다. <바른 운동>(책과나무, 2020)의 저자 고영정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근육은 운동을 하는 동안에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운동을 하여 근육이 미세하게 손상되면 그 부분에 영양분이 공급되어 회복되는 과정에서 근비대가 생긴다. 운동만 열심히 하고 영양과 휴식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헛수고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운동을 했으면 일단 양질의 음식을 잘 챙겨먹자."(56쪽) 이 때문에 이제는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이뿐만 아니라 비전문가인 일반인들도 월요일에는 가슴 운동, 화요일에는 하체 운동 식으로 운동 일정을 나눕니다. 왜냐하면 월요일에 운동을 통해 찢어놓은 가슴 근육은 화요일에는 휴식과 영양을 통해 자연스레 성장하도록 놓아두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흥미롭게도, 이 운동-휴식-영양 삼총사는 생체리듬의 3요소이기도 합니다. 생체리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사친 판다는 <생체 리듬의 과학>(2020)에서 언제 활동하고 언제 휴식하며 언제 먹는 것이 생체리듬의 회복 및 유지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그는 절대다수의 인간은 아침형 생체시계를 유전적으로 소유하며, 올빼미형 생체시계를 지닌 유전적 돌 연변이자는 매우 희귀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휴식과 관련해서 하루 7시간 이상 자야 한다고 말합니다. 활동과 관련해서는 주로 운동을 강조하는데, 운동의 시간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식사 전이 좋다고 합니다. 물론 저녁 이후도 지나치게 격렬하지 않은 운동이라면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으므로 괜찮다고 합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식사시간인데, 그는 16:8의 간헐적 단식을 권강합니다. 즉 16시간의 공복 기간을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을 경우, 최소한 12:12 즉 12시간의 공복 기간은 무조건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슬로 라이프 생활패턴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될 것입니다. 핵심은 운동-휴식-영양 패턴이 단순히 근육 성장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는 매일, 매주, 아니 삶의 모든 순간에 이 3대 요소가 관여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암기의 편의를 위해 이를 REN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이완(Relaxation)-운동(Exercise)-영양(Nutrition)이 이에 해당하겠습니다. 한편 REN은 공자와 맹자의 유학에서 말하는 어질 인(仁)의 중국식 발음이기도 합니다. '사람다움, 인간다움'이라는 뜻을 지니지요. 슬로 라이프는 사람다운 라이프스타일이니, REN이 이에 값하지요. 

여기서 제일 어색해 보이는 용어가 이완(Relaxation)입니다. 앞에서는 휴식(rest)을 이야기했는데, 어째서 갑자기 이완이라는 용어가 튀어나왔을까요? 여기에는 제 나름대로의 고심이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BAR 원칙을 기억하시겠지요? BAR는 활동(Activity)과 휴식(Rest)의 조화(Balance)를 뜻합니다. 여기서 휴식은 커피, 담배, 여행, 축구, 영화 감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앞선 예는 모두 활동의 영역에 속합니다. 진정한 휴식은 멍 때리기, 곧 몸과 마음을 모두 오프라인 상태로 만드는 것이지요. 제가 앞서 말한 이완에는 놀이(play)와 휴식(rest)이 속합니다. 놀이는 분명히 일(work)과 구분됩니다. 요한 하위징아는 호모 루덴스라는 개념을 통해 이를 잘 밝혔습니다. 워라밸을 예로 들자면, 놀이는 워크가 아닌 라이프의 영역에 속합니다. 워라밸은 익숙한 개념의 재포장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놀이는 일로 인한 긴장을 풀어주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식이 아닌 활동입니다. 이 때문에 저는 이완의 영역 안에서 놀이와 휴식을 구분했습니다. 한편 운동은 정신적 운동과 육체적 운동으로 나뉩니다. 슬로 라이프에서 정신적 운동은 집중(focus, 칙센트미하이의 flow) 수양이며, 육체적 운동은 슬로우 조깅(slow jogging)입니다. 저는 참고로 명상을 집중이 아닌 휴식으로 이해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뭔가에 집중하는 행위는 고도의 활동이며, 결코 휴식이 아닙니다. 명상은 본디 정신의 완전한 이완이어야만 합니다. 운동 또한 활성산소를 매우 적게 배출하는 슬로우 조깅이 슬로 라이프에 값합니다. 격렬한 운동을 너무 많이 하면 얼굴이 삭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이제 우리는 그 원인이 단순히 땡볕 아래 고생이 아닌 활성산소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실내에서도 운동 중독자처럼 뛰고 구르면 얼굴이 삭습니다. 저처럼 타고나게 삭은 얼굴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이 점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왜 잘 나가다가 갑자기 눈물이... 영양은 제게 있어 무엇을 먹느냐 이상으로 언제 먹느냐가 중요합니다. 앞선 글에서 밝힌 바 있지만, 제게 있어 점심과 저녁 식사는 단순한 영양 보충이 아닌 즐거운 사교의 때입니다. 즐거운 식사 자리에서는 반드시 식품영양학의 엄격한 지시에 맞는 음식만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몹쓸 음식이 나오지도 않지요. 까다로운 식단을 고집해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보다, 잘 차려진 메뉴들 가운데 그나마 건강한 음식들 위주로 섭취하는 편이 저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REN 공식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R(relaxation 이완)= 놀이(play), 휴식(rest=sleep, meditation)

E(exercise 운동)= 정신적(flow 집중 수양), 육체적(slow jogging, 슬로우 조깅)

N(Nutirition 영양) = 16:8 간헐적 단식, 즐겁게 먹기  


다음 글에서부터는 이제 아침-점심-저녁으로 이어지는 슬로 라이프의 하루를 거칠게나마 묘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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