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영국 출신의 작가인 톰 호지킨슨은 "게으름을 피우느라 늘 바쁜 게으름꾼"입니다. 그는 1993년에 친구들과 함께 <게으름뱅이 idler>라는 잡지를 창간했으며, 전 세계의 게으름뱅이들을 인터뷰하면서 먹고 삽니다. 자신의 집에 '그린 맨 green man'이라는 바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밤새 음주를 즐기기도 합니다. <즐거운 양육 혁명>도 매우 뛰어난 저작이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그의 작품은 <언제나 일요일처럼 How to be idle>입니다. 제가 슬로 라이프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묘사하려는 것 또한 그 책의 목차를 따른데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확고한 올빼미형 인간인 호지킨슨이 이불 밖으로 나오는 시간은 오전 11시입니다. 반면에, 아침형 인간인 제 기상 시간은 오전 6시입니다. 이럴 경우 호지킨슨만이 슬로 라이프를 살고, 저는 아침부터 허둥지둥하는 시간의 노예인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모두 얼마든지 슬로 라이프를 꾸려갈 수 있습니다. 종달새의 하루가 올빼미의 하루보다 5시간 일찍 시작해서 5시간 일찍 끝난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지요.
"왜 벌떡 일어나는가?"는 <언제나 일요일처럼>의 제1장 타이틀입니다. 이 제목을 읽는 순간, 저는 이 책을 반드시 구입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왜냐하면, 알람 소리에 혼비백산하여 깨어나는 것처럼 끔찍한 일이 없다고 평소에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면 과학자인 매슈 워커는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수면을 이토록 성급하게 인위적으로 끝내는 부자연스러운 행위를 하는 종은 인간 외에는 없다."라고 지적합니다. 사실 토끼나 기린, 강아지와 고양이 그 어느 동물도 알람 소리에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가 다시 잠자리로 기어드는 경우가 없지요. 매슈 워커는 우리가 자명종 소리로 인해 인위적으로 깨어날 경우, 혈압이 급증하고 심장 박동수가 비정상적인 가속을 겪는 위험에 처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신체에 충격을 한 번 가하는 것도 모자라서, 5분 뒤에 다시 울림 설정을 해놓지요. 그 결과 자명종(기능을 겸한 스마트폰)은 우리의 심혈 관계에 반복해서 공격을 가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조명 알람을 구입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다만 염려스러운 점은 조명이 조금 더 밝아지는 정도로는 깨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알람 소리조차 못 드는 사람이 태반인 현실에서는 말이지요.
매슈 워커가 학자로서 자명종의 폐해를 과학적으로 건조하게 밝힌 반면, 톰 호지킨슨은 아침에 이불 밖으로 기어 나오고자 하는 혈투를 우스꽝스럽게 그려냅니다. 그의 책에 자주 등장하는 제롬 K. 제롬이라는 작가는 <게으르게 살아가면서>라는 책에서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잠을 몰아내려고 눈 뜨자마자 냉수 목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방법조차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언 몸을 녹이려고 다시 침대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호지킨슨의 친구인 게으름뱅이 루이스 서루는 차가운 커피 한 잔과 발기부전 치료 알약을 침대 옆에 준비해두고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알람을 본래 기상 시간보다 30분 일찍 맞춰놓은 뒤, 알람이 울리면 커피와 알약을 먹고 다시 잠이 듭니다. 그러면 30분 뒤에 카페인과 하반신에서 밀려오는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눈이 절로 떠진다고 합니다.
18세기 영국의 위대한 작가인 새뮤얼 존슨은 흔히 닥터 존슨으로 불리는데, 그는 "나는 8시에 일어나기로 계획을 세웠다. 물론 그 시간에도 일어나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지금 내가 일어나는 시각보다는 훨씬 빠를 것이다. 사실 나는 오후 2시까지 누워 있을 때가 많다."라고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게끔 투정을 부렸습니다. 다른 곳에서 그는 "밤 1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 생각을 하는 자는 누구든지 다 무뢰한이다!"라고 적기도 했습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저는 여지없이 무뢰한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톰 호지킨슨에 따르면, 우리가 침대에서 일찍 빠져나오지 않고 꾸물대는 이유는 "수면과 비수면 사이의 달콤한 공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창조적인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21세기 뇌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인간의 뇌파는 크게 4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세타 파는 우리가 잠에서 막 깨어날 때와 느긋한 마음으로 샤워할 때 주로 나옵니다. 세계적인 명상 코치인 짐 퀵(Jim Kwik)은 수면과 비수면 사이에 나오는 세타 파가 창조성(creativity)과 직결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렘수면 시 꾸는 꿈이야말로 가장 창조적이면서도 개성적인 예술품입니다. 이 꿈의 끝자락을 조금이나마 잡아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바로 잠에서 막 깨어난 때입니다. 소설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순간이 없습니다. 꿈을 꾸지 않았다면, 전날 있었던 기분 좋은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반추하고 즐기는 기쁨 또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운입니다. 오늘 할 일을 하나둘씩 떠올리고 차분히 정리하는 작업 또한 침대 위에 누워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17세기 프랑스의 유명 철학자인 르네 데카르트는 허약한 체질 탓에 오전 내내 침대에 누워 있어도 된다는 특권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는 친구들이 낑낑대며 공부할 시간에 침대에 널브러져 뒹굴거리며, 당대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들을 발전시켰습니다. 톰 호지킨슨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은 나는 침대에 누워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바꾸어도 좋다."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생활의 발견>이라는 명저를 쓴 중국의 사상가 임어당은 "작가는 진종일 책상 앞에 끈덕지게 앉아있을 때보다는 편안한 자세로 있을 때 원고나 소설에 대한 아이디어를 훨씬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로 말합니다. 중국 북송의 유학자이자 문학가인 구양수는 집필할 때 가장 구상이 잘 되는 장소로 침상(침대 위), 마상(말 위), 측상(화장실 변기 위)을 들었습니다. 마상은 오늘날 지하철 좌석 위로 바꿀 수 있겠습니다. 사실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까지, 지하철은 가장 독서하기 좋은 장소였습니다. 왜냐하면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오늘날에는 침대 위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집필의 구상은 요원한 일입니다. 여하튼 과거에나 지금에나 몸과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은 상태로 침대 위에 누워있을 때가 가장 창조적인 시간임은 분명합니다. 영국의 시인 존 키츠는 "달콤하고도 부지런하게 보내는 게으름의 시간"이라고 읊었는데, 과연 천재라는 명성이 헛되지 않습니다.
자, 그런데 우리는 아침에 침대 위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는 것이 꿀맛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 없음을 개탄합니다. 어째서입니까? 아침에 일어나기도 바쁜데, 어느 세월에 뒹굴거리냐는 것이지요. 다소 밉살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침에 정말 여유롭게 15분가량 뒹굴거릴 수 있는 절묘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전날에 일찍 자는 것입니다. 일본의 뇌과학자인 모기 겐이치로가 <아침의 재발견>에서 정확히 지적했듯이, 우리는 7시간의 수면 확보를 일과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말은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찍 자고"가 "일찍 일어난다"의 앞에 배치되었기 때문입니다. 일찍 자지 않는데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침 6시에 개운하게 일어나고자 한다면, 밤 11시에는 무조건 잠이 들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면 아침 6시에 개운하게 일어나고도 10분이 넘게 이불속에서 농땡이를 부릴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습니다. 아침 6시부터 아이들 뒷바라지와 출근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면, 더 일찍 자고 일어나는 수밖에 없습니다.만성피로의 원인을 최대한 제거하고, 멍 때리는 휴식을 틈틈이 확보해서 줄어든 밤잠에 대비해야만 합니다.
우리 몸은 일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최소 5분 이상 예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수면 동안 떨어졌던 체온은 기상과 함께 매우 천천히 상승합니다. 벌떡 일어나는 것야말로 내 몸에 죄를 짓는 행위입니다. 할 엘로드는 <미라클 모닝 밀리어네어>에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분의 명상 시간을 가지라고 충고합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미국인답게, 그는 시간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추천하는미라클 모닝 6단계를 각각 1분씩 총 6분 동안 행하라고 요구합니다. 슬로 라이프의 입장에서 볼 때, 그와 같이 분초를 쪼개 명상하는 것은 오히려 마음을 조급하게 합니다. 그러나 1분의 명상이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요. 아침에 기상하여 몸이 예열될 때까지 5분 정도 누워 있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정신과 육체 건강에 필수적입니다. 끝으로 간신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개운하게 일어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덧붙여야 하겠습니다. 슬로 라이프의 관점에서 기상 후 침대 위에서 노닥거린다는 것은 결코 억지로 일어났다가 알람을 끄고 다시 베개 아래 머리를 처박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7시간 이상 양질의 수면을 충분히 취한 뒤, 말끔하게 일어난 상태에서 세타 파를 즐긴다는 의미이지요. 알람은 건강의 적이므로, 자연스럽게 개운한 상태로 일어나는 습관이 들 때까지는 지속적인 노력이 이루어지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세타 파의 세례가 이루어지는 또 다른 축복의 시간인 샤워 타임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