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겐이치로, <아침의 재발견>
오늘 소개할 책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김태광 작가의 <출근 전 2시간>(위닝북스, 2016)을 읽고자 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6시 기상해서 8시에 집을 나섰으므로, 출근 전 2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은지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가 자주 가는 대학 도서관에는 이 책이 없었습니다. 저는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책을 주문한 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서적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책이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아침의 재발견’은 사실 매력적인 제목이 아닙니다. 원제는 ‘脳を最高に活かせる人の朝時間(뇌를 최고로 살릴 수 있는 사람의 아침시간)’인데, 이 또한 제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했습니다. ‘출근 전 2시간’은 감각 있게 잘 뽑은 제목입니다. 왜냐하면 ‘출근’과 ‘2시간’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한층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 서평(書評)을 통해, 모기 겐이치로의 책이 ‘기상 후 3시간’을 이야기한다는데 흥미를 느껴서 이 책을 집었습니다. 처음에는 책 제목이 <기상 후 3시간>인 줄 알았을 정도이지요. 저자는 아침에 깬 뒤 3시간이 골든타임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출근 전 2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김태광 작가의 주장과 잘 맞았습니다. 6시에 일어나서 출근 전까지 2시간, 그리고 출근길 1시간이면 3시간 골든타임이 되니까요.
다만 ‘출근 전’과 ‘기상 후’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요. 출근 전(前) 2시간 하면 촌음을 아껴가며 사는 사람의 독한 결심이 확 끼쳐옵니다. 반면에 기상 후 3시간 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또한 저의 망상일 따름이었습니다. 책 속의 모기 겐이치로는 김태광 작가 이상으로 맹렬히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모기 겐이치로는 세계적인 뇌과학자이자 저술가입니다. 전문 분야는 뇌과학과 인지과학이지만, 미술평론 및 문예 평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입니다. 국내에는 <뇌가 기뻐하는 공부법>(이아소, 2009), <뇌를 살리는 습관>(PHP연구소, 2009), <뇌는 0.1초 만에 사랑에 빠진다>(브레인월드, 2010) 등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오늘 소개할 <아침의 재발견>은 2013년에 일본에서 최초 발간되었는데, 국내 출간은 2019년에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아침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은 내용이 흡사합니다. 이제 과학적 연구결과에 입각한 생활패턴은 완성 단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사한 내용을 담은 책들을 계속 읽는 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첫째, 그 주제에 대한 저의 끊임없는 호기심을 충족시킵니다. 둘째, 다른 저자들이 미처 다루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추가로 배울 수 있습니다. 제 주된 관심사는 ‘만성피로와 결별하기 위한 슬로 라이프 정립’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침의 재발견>은 총 7장으로 구성되는데, 아침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삶의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목차만 보면 여타 책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군데군데 제가 알고 있던 지식과 차이가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 점을 짚어나가겠습니다. 「1장: 상쾌한 아침은 즐거운 뇌에서 시작된다」에서 저자는 아침을 활발하게 보내기 위해서, 뇌에 쾌감을 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기상 직후에 커피를 마시고 아침 식사 전에 초콜릿 등 단 음식을 먹으며, SNS 활동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고 인맥을 넓힌다고 합니다. 뇌에 쾌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인데, 주로 기대심리로 인해 분비됩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수면학자인 매슈 워커는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열린 책들, 2019)에서 기상 직후 마시는 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고 충고합니다. 우리 몸에는 자연 각성제인 코르티솔이 있습니다. 코르티솔은 잠을 깬 직후에 가장 많이 분비되는데, 커피 속 카페인은 코르티솔과 함께 과다 각성을 부릅니다. 과잉 각성 반응이 끝나면, 반대로 더욱 피로함을 느끼게 되지요. 그래서 우리는 기상 직후에 마신 커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만, 출근하자마자 금세 피곤함을 느끼게 되지요. 오늘날의 많은 의학자들은 오전 10시 이후에 모닝커피를 마시라고 권합니다. 생체리듬에 따른 슬로 라이프를 살고자 하는 저는 모닝커피에 관한 한, 모기 겐이치로와 견해를 달리 합니다.
다음으로 저자는 아침식사 전에 초콜릿 등 단 음식을 먹음으로써 뇌에 자극을 준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일하다가 지치면 “당이 떨어졌네. 당을 좀 채워야겠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아침에 활기를 느끼기 위해 초콜릿을 먹는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시중에 파는 초콜릿 가운데 상당수는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아침에 커피를 마셔서 안 된다면, 마찬가지 이유로 초콜릿 또한 먹어서는 안 됩니다. 아침식사 전 초콜릿 섭취는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권장될 수 없는 습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트위터에 접속해서 ‘아침 연재 트위터’를 쓴다고 합니다. 저 또한 기상 후에 아침 일기를 씁니다. 모니터의 블루라이트는 수면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역이용해서 아침 시간에 모니터 앞에서 글을 쓰면, 잠이 확 달아납니다. 다만 저자와 같이 필요한 글을 쓰겠다는 명확한 목표의식이 없을 경우, 아침 SNS 활동은 시간낭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前)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은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말로 유명하지요. 저는 오늘날 SNS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과 주거에 있어 자유로운 21세기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에게 SNS 활동은 요긴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침, 나아가서 오전 시간의 SNS 활동은 비생산적이며, 오전을 낭비한 데 대한 자기 비하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제가 바로 그랬기 때문이지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