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다루었던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 밀리어네어>를 기억하시나요? 사실 그 책은 '미라클 모닝'과 '밀리어네어'의 두 파트로 구성됩니다. 데이비드 오스본이라는 사업가가 '밀리어네어' 파트를 맡았지요. 할 엘로드는 자신의 미라클 모닝과 삶의 다른 영역을 결합시키기 위해 공저 작업을 많이 합니다. 이번에 리뷰할 책은 <아침 글쓰기의 힘>입니다. 원제는 'THE MIRCLE MORNING FOR WRITERS(작가들을 위한 미라클 모닝)'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할 엘로드와 함께 작업한 공저자의 직업은 작가이겠지요. 지은이 스티브 스콧과 아너리 코더는 각각 1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스티브는 주로 블로그와 팟캐스트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며, 아너리는 <비전에서 현실로>라는 히트작을 낸 바 있습니다.
<아침 글쓰기의 힘>은 총 6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는 짧은 도입부에 해당하고, 2부는 <미라클 모닝>의 요약이며, 6부는 책을 홍보하는 방법론입니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 파트는 3부에서 5부까지인데, 이 가운데 제게 유용했던 내용들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PART 3] 아침 글쓰기 습관 만들기
언제 글을 쓰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 이런 질문은 핵심을 짚지 못합니다. 우리는 글쓰기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하루 중 어느 때를 집필 시간으로 잡아놓아야, 지속 가능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요? 하루 중 어느 때가 방해받지 않고 일도 생기지 않는 때일까요?
이 책은 저자는 방해받지 않고 꾸준히 집필할 수 있는 시간대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일과 중에 글쓰기 시간이 따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하루에 수시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끝마치고 남는 시간에 글을 쓰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내 글쓰기를 포기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우리를 마음 편히 글 쓰도록 놓아두질 않으니까요.
<토니오 크뢰거>의 작가이자 192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만은 온종일 일에 치여 살면서, 하루에 꼭 한쪽씩 글을 썼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세계에서 가장 다작한 작가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2013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작가 앨리스 먼로는 스무 살에 결혼해서 4명의 아이와 강아지를 키우면서 서점에서 일했습니다. 그녀는 너무 바빠서, 아이들이 잠든 때나 학교 간 뒤에 겨우 시간을 내어 글을 썼습니다. 199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글을 썼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이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할 때까지 글쓰기를 계속했지요.
이렇듯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업 시간은 각각 달랐지만, 그들은 일과 가운데 집필 시간을 반드시 정해놓고 그 시간에 글 쓰는 습관을 지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아침 시간을 집필하기에 좋은 때로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난 뒤라 머리가 맑고, 무엇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 지속 가능한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집필 소요 시간과 장소 또한 중요합니다. 하루에 딱 30분만 쓰는 것은 어떠냐고 저자는 권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이 칭얼대기 전에 30분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앞서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살펴보았습니다. 과업은 언제든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잘게 쪼개는 편이 좋습니다. 작은 성공들이 거듭되면, 우리는 좀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30분 글쓰기를 매일 완수해낼 경우, 글쓰기에 관한 한 우리는 매일 작은 성취감 속에 살 수 있습니다.
또한 집필 장소를 특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뇌가 특정 장소를 집필 공간으로 인식한다면, 그 장소에 가기만 해도 글쓰기를 시작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출근한 뒤 학교 도서관 PC존 특정 구역을 글쓰기 장소로 정했습니다. 저만을 위해 비워놓은 자리가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특정 좌석이 가장 편하기는 합니다. 그 구역에 가면, 별다른 노력 없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올라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글이 술술 써지거나, 대단한 명문을 쏟아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써내기는 합니다. 글을 쓰고 싶어도 소재가 떠오르지 않으면, 어제 일어났던 일을 전부 기록해 봅니다. 그리고 그 일들과 몇 년 전 경험들 가운데 유사한 경우가 있는가 눈을 감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추억들이 연결되면서, 짧은 글의 소재 하나가 완성됩니다. 제게 있어 글쓰기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 아니라, 자기 이해 및 자기 치유 수단입니다. 짧은 글이라도 하나 써내고 나면, 훨씬 힐링되는 기분이지요. 저로서는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PART 4] 글쓰기의 창조력을 위해 필요한 것들]
플라톤이 <이온>에서 시인의 신비로운 영감을 찬양한 이후, 글을 쓰는 데 있어 영감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놈의 영감이 원체 잘 나타나질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저자는 몰입(flow)을 강조합니다. 영감은 몰입하지 않고 산만한 상태에서는 절대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당신은 한 구절을 쓰다가 문득 자료를 조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글에 들어갔다가 소셜미디어로 옮겨간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고양이 비디오를 보면서 마지막 15분을 보낸다." 마치 제 이야기를 하는 듯합니다. 저는 고양이 비디오 대신 <와썹맨>을 보지만 말이죠. 몰입이란 단어가 와 닿지 않는다면, 최소한 산만하지 않은 시간과 장소를 택해서 싱글 태스킹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멀티태스킹 자체가 이미 주의력을 두 개로 쪼갠 업무방식으로서, 글쓰기에도 좋지 않습니다. 집필에 몰입한 상태에서는 자료를 찾기보다는 그냥 비워둘 곳은 비워둔 채로 글만 써 내려가는 편이 좋습니다. 자료를 찾기 시작하는 순간 흐름이 깨지고, 주의가 산만해집니다.
[PART 5] 나만의 글쓰기에서 소통하는 글쓰기로
비록 5장의 제목은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제게 가장 와 닿은 부분은 <형편없는 초고 쓰기>였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번에 완벽한 원고를 써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초고에서부터 막혀버린다. 그들은 나쁜 글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수정과 편집에 시간을 낭비한다."
초고는 완벽보다 완성이 중요합니다. 창작과 편집을 동시에 진행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저자도 말하듯이, 집필과 편집은 전혀 다른 기술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초고는 창조력이, 그리고 퇴고는 논리력이 중요합니다. 뇌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때문에, 초고를 쓸 때에는 마음 편히 손이 가는 대로 일단 채워놓는 편이 좋습니다. 글을 다듬는 것은 그다음 문제이지요.
<서평 글쓰기 특강>(북 바이 북, 2015)의 공저자인 김민영과 황선애는 "초고가 끝나야 비로소 글쓰기가 시작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퇴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만, 그만큼 초고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합니다. 글쓰기는 재미있어야 하는데, 초고부터 잘 쓰겠다는 부담이 글쓰기의 즐거움을 망칩니다. 저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도 동일한 일을 겪었습니다. 집필과 편집에 서로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 책의 조언은 제게 매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소재를 쥐어짜려는 노력보다는 많이 읽고 몰입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이 책은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제가 언급한 부분 외에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아침 글쓰기의 힘>을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