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3일에 방영된 <SBS 스페셜 “2019 끼니반란” 1부: 간헐적 단식 2.0>이 한국 사회에 준 충격은 대단했습니다. SBS는 2013년에 이미 간헐적 단식 돌풍을 일으킨 바 있죠. 2019년 간헐적 단식 2.0도 핵심 주제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6년 동안 뇌과학의 비약적인 성장에 힘입어, 보다 과학적인 적용이 가능하게 되었죠. 간헐적 단식에 관한 최신 전문자료로는 사친 판다 박사의 <생체리듬의 과학>(세종서적, 2020)을 추천합니다. 판다 박사는 “2019 끼니반란”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죠. 하지만 저는 >아침밥 절대로 먹지 마라>를 서평 대상으로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과격한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둘째, 일본인 특유의 꼼꼼한 방법 제시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셋째, 부록에 실린 김광화의 「하루 두 끼 식사의 매력」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사실 이 책의 백미는 김광화의 솔직한 에세이입니다. 왜냐하면 검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간헐적 단식을 선택하는 실질적 이유를 자세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른 간헐적 관련 서적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서민들의 간헐적 단식 선택은 보다 깊은 사회적 원인을 포함합니다. 그러면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아침밥 절대로 먹지 마라>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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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마쓰이 지로는 자유기고가이자 ‘두 끼 식사 네트워크’의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15세 때 이미 만성피로에 걸렸고, 28세에는 현대의학으로 치료 불가능하다는 크론 병[Crohn’s disease] 판정을 받은 뒤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이후 그는 니시(西式) 건강법의 대가인 고다 미쓰오(甲田光雄·75)의 지도 아래 ‘하루 두 끼 건강법’으로 만성피로를 치료했습니다. 니시 건강법의 신봉자가 된 그는 현재 건강 관련 집필 및 강연 활동에 전념 중입니다. 초등학교 때 별명은 ‘콩나물,’ 달리기는 언제나 꼴찌, 철봉에 매달리지도 못했던 마쓰이는 이제 만성피로에서 벗어나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지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를 건강하게 변화시킨 식사법에 대해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쓰이는 초등학교 때 워낙 비쩍 말라 별명이 ‘콩나물’이었습니다. 여학생도 부러워할 만큼 날씬했던 그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하루 세 끼를 잔뜩 먹고, 그 외에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은 죄다 챙겨 먹었습니다. 하지만 피곤함은 갈수록 심해졌고, 그는 이제 만성피로를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으로 여겨 체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고다 미쓰오의 저서를 접하게 되고, 그는 이제 정반대로 식단을 짜게 됩니다. 아침을 굶고 소식하기를 5일, 놀랍게도 그는 만성피로에서 벗어납니다.
그는 이제 18:6 하루 두 끼 소식(小食)을 실천 중입니다. SBS 스페셜에서 추천하는 16:8 간헐적 단식과 비교할 때, 공복 기간이 2시간 더 길지요. 그에 따르면, “18이란 숫자는 인간의 몸이 음식물을 완전히 소화하고 배설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53쪽) 오전 시간은 아직 장이 배설에 집중해야 할 때인데, 아침 식사를 하게 되면 추가로 음식물이 들어와서 소화·흡수 과정이 시작됩니다. 내장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게 됩니다.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사이먼 북스, 2016)으로 유명한 건강 컨설턴트 하비 다이아몬드에 의하면, 하루 3끼를 처리하는데 드는 에너지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고 합니다. 식사는 영양과 함께 피곤함을 가져다준다는 말이지요. 이 때문에 그는 “오전은 배설 시간이라 생각하고 위장을 쉬게 하는 것이 올바른 습관”이라고 결론합니다.(68쪽)
원거리 출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에게 18:6 섭식은 아무래도 어렵습니다. 대부분 직장인은 12시에 점심식사를 하고 저녁 6시에 퇴근하지요. 귀가하면 저녁 7시 전후입니다. 16:8 간헐적 단식이 적합하지요. 다만, 출근하지 않는 프리랜서나 일부 자영업자는 18:6 섭식도 이론상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는 식사의 사회적 기능도 중시하는지라, 16:8을 선호합니다. 저녁에 외부 약속이 있을 경우, 18시간 공복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외부 약속이 없을 때는 18:6 식사법을 유지하다가, 외부 약속이 생겼을 때 12:12 섭식을 취하면, 공복시간의 변화가 너무 큽니다. 전날 저녁에 늦게까지 많이 먹으면 점심을 거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먹는 재미를 두 끼 이하로 줄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뇌와 몸은 규칙적인 반복을 선호합니다. 자신의 성향과 상황에 맞는 식사법 선택이 결국 해답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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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마쓰이 지로가 생각하는 ‘바르게 아침을 굶는 방법’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그는 아침에 음식 대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라고 권합니다. 이제는 우리 귀에 익숙한 대안이지요. 오전은 배설의 시간인데, 물은 노폐물 배출을 도와줍니다. 전날 저녁식사 후 공복 기간을 거친 몸은 오전에 배설 처리를 마무리 지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입니다. 이때 공급된 수분은 든든한 원군이지요. 그러나 커피와 대부분의 차는 물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첫째, 커피와 대다수 차는 이뇨작용이 있습니다. 둘째, 커피와 차는 알칼리성이므로, 산성인 위를 해칩니다. 그러나 마쓰이 지로가 추천하는 차가 있습니다. 바로 감잎차입니다. 감잎차는 커피나 녹차, 홍차와는 달리 카페인이 없으며, 위산의 성분과 같은 산성이므로 위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사실 이쯤 되면, 마쓰이 지로가 감잎차 장사꾼이 아닌지 의심이 갈 수도 있습니다. <정리의 기술>(웅진 지식하우스, 2020)로 유명한 ‘미니멀 라이프 전도사’ 곤도 마리에(近藤 麻理惠)는 최근에 가정용품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어서 빈축을 샀습니다. 2019년 11월 18일 개점한 이 온라인 숍에는 유명 디자이너의 솜씨가 담긴 275달러짜리 부엌용품도 있었습니다. 일본의 한 네티즌은 “결국 곤도 마리에는 우리가 자기 물건 사기를 바라는구나.”라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마쓰이 지로는 아직까지 그 정도로 우리를 실망시키지는 않은 듯합니다. 게다가 감잎차의 효능은 한의학에서도 검증되었으니, 안심하고 차를 마셔도 될 듯합니다.
마쓰이 지로의 책에는 다양한 섭식 방법에 대한 조언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1) 아침을 굶는 18:6 간헐적 단식, 2) 오전에는 물 또는 감잎차 마시기입니다. 저는 16:8 TRE(Time Restricted Eating 시간 제한 섭식) 식사법과 감잎차 음용을 병행하는 중입니다. 하루 3끼에 커피를 달고 살던 예전보다는 훨씬 몸이 가볍고 건강이 개선된 느낌입니다.
다니엘 핑크는 <언제 할 것인가>에서 아침식사에 대한 강조는 어쩌면 대형 식품 회사로부터 펀딩을 받는 연구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의사의 거짓말, 가짜 의학상식>(코리아닷컴, 2019)의 저자인 켄 베리는 ‘지방(fat)이 해롭다’는 등 잘못된 의학상식을 유튜브에서 비판함으로써 미국 내에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아침 식사 논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제 몸에 간헐적 단식이 잘 맞는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이 식사법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과학서적 독서를 취미로 지닌 사람으로서, 아침 식사 논쟁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