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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이 내 아이에게도 좋을까?

마쓰이 지로, <아침밥 절대로 먹지 마라> (2) 

이제 앞선 글에서 제가 <아침밥 절대로 먹지 마라>의 백미라고 말씀드렸던 김광화의 「하루 두 끼 식사의 매력」을 다룰 차례가 되었습니다. 책에 실린 프로필에 따르면, 서울에 살던 김광화 작가는 1996년 경남 산청으로 내려가 지인들과 함께 간디공동체를 꾸렸습니다. 2년 뒤에는 무주로 귀농해서 손수 흙집을 지어 살며, <웰빙라이프>, <신동아> 등에 틈틈이 기고한다고 합니다. 그가 꼽은 ‘하루 두 끼 소식이 좋은 이유’ 가운데, 저는 세 가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첫째, 하루 한 끼를 줄이는 만큼, ‘무엇을 먹을까’하는 고민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음식을 만들고 치우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 또한 낭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셋째, 하루 세 끼에서 두 끼로 식사를 줄이면서, 식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김광화 작가는 돈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식사 횟수를 줄이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도리어 세 끼에서 두 끼로 식사 횟수를 줄인 뒤, 반드시 챙겨 먹는 두 끼의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위 세 가지 이유가 현실적인 고민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현대인들은 아침에 제일 바쁩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아침 식사를 마련하고 뒷정리하는 데에는 꽤나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가장 생산적이고 정신이 맑을 때인 아침 시간을 그렇게 보내기는 아쉽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가정에서의 아침 식사는 단란하고 즐겁지 않습니다. 다들 잠이 덜 깬 상태로 밥을 입에 욱여넣다시피 합니다. 아침식사 중 웃음꽃이 피는 경우는 드물고, 분위기는 무겁고 급하기만 합니다. 또한 아침식사 전 과정에 드는 시간으로 인해 가정불화가 적지 않게 일어납니다. 누군가는 아침에 자기 시간을 희생해서 아침식사를 마련해야만 하니까요. 그와 같은 불화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아침시간이 부족하면 누구든 짜증스럽게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아침 식사를 거르기 어렵습니다. 저자는 아이들의 경우 간헐적 단식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독소를 비우는 몸>(라이팅하우스, 2018)에서도 18세 이상부터 간헐적 단식을 권합니다. 물론 20대 이하의 간헐적 단식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아이들에게도 간헐적 단식이 좋다는 권고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는 아침밥을 먹이지 않았더니, 아이들이 오히려 병이 덜 나더라는 부모도 있거든요. 하지만 2020년 현재, 어린 자녀들에 대한 간헐적 단식은 권장 사항이 아닙니다. 다만 자녀가 출가한 노부부나 자녀가 없는 부부의 경우에는 건강과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침을 거르는 간헐적 단식을 받아들일 만합니다. 참고로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에도 부모가 아침형 인간 스타일로 생활패턴을 바꾸면, 아침이 훨씬 넉넉해집니다. 꼬맹이들을 씻기고 밥 먹이고 똥 뉘고 하는 일만 해도 태산 같은데, 꼬마들과 아침부터 화장실 쟁탈전을 벌이면 부모의 하루가 처음부터 고생길입니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 화장실 사용까지 넉넉하게 마치고 난 부모만이 여유를 갖고 아이를 돌볼 수 있습니다.    


아침식사를 패스할 경우, 식자재 비용이 절감된다는 김광화 작가의 말도 제게는 무척 와 닿았습니다. 밥값 아껴서 부자 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끼 식사비용도 계속 쌓일 경우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껴야만 합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농한 김광화 작가의 경우도 살림이 마냥 풍족하지만은 않겠지요. 그런데 간헐적 단식이 식자재 비용과 건강을 동시에 챙겨주니, 어찌 1석2조의 기쁨이 아니겠습니까.  


백승헌의 <아침 단식>(하남 출판사, 2015)에 따르면, 인류가 하루 3끼를 먹기 시작한 지는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의 경우, 전국시대까지는 명문 귀족들도 하루 2끼만 식사했습니다. 일본의 제96대 천황인 고다이고(後醍醐天皇)의 경우 아침식사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저녁식사는 오후 3시에서 오후 5시에 든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16:8 간헐적 단식을 하는 이가 오전 11시, 오후 5시에 식사를 하는 패턴과 흡사합니다. 물론 일본 천황이 야식을 즐겼는지 여부는 좀 더 따져봐야겠지만 말이죠. 백승헌은 저 책의 머리말에서 아침 단식의 이점으로 “아침 시간을 최소한 30분 이상 절약시켜 준다,” “식자재 준비의 절감으로 30%의 식비를 줄여준다” 등을 꼽았습니다. 김광화의 주장과 공명하는 내용입니다.(12쪽 참조)    


일본에서 니시 식사법을 널리 알린 인물은 마쓰이 지로가 아니라 와타나베 쇼우란 의사입니다.  이제는 의학의 신(神)으로 격상된 고다 미쓰오(니시 식사법을 알린 인물)의 제자이며, <아침을 걸러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대교베텔스만, 2008) 등 여러 저서가 국내에도 번역되었습니다. 하지만 의학 전문가인 그가 쓴 책은 다소 재미가 떨어집니다. 

한편 아침 단식 운동으로 유명한 또 한 명의 인물도 우리의 주목을 끕니다. <아침 단식 암도 완치한다>(부광, 2014)의 저자인 이시하라 유미 의학박사는 수십 년간 일본 전역을 돌며 그의 식이요법을 가르쳤으며, 그루지아 공화국 과학 아카데미 장수 의학회의 명예 회원이기도 합니다. 니시 건강법의 경우, 건강을 해치는 원인으로 숙변을 꼽습니다. 반면에 미시하라 유미 박사는 탁한 혈액을 원흉으로 지목하고, 피를 맑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침 단식을 추천합니다. 숙변과 탁한 혈액은 상관관계가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제가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비전공자인 우리에게는 숙변이든 탁한 혈액이든, 그 원인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침 단식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중요하지요.   

이 외에도 아침단식을 권장하는 책들이 여럿 서점에 나와 있습니다.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하지만 <아침밥 절대로 먹지 마라>는 평범한 개인의 체험이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가득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이 책을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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