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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홍콩 셩완 태국 레스토랑 차차완

오늘은 6월 3일 금요일입니다. 저는 홍콩시티대학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스터디 세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세션이 끝나면 함께 점심을 먹곤 했죠. 그런데 지난 수요일에는 멤버들의 각자 사정이 있어, 금요일 저녁으로 약속을 미뤘습니다. 오늘은 시티대학에 저보다 1년 먼저 온 대학원생 B와 함께 셩완에서 저녁을 들기로 했습니다. 무려 태국 레스토랑을 가기로 했습니다! 왜 태국 레스토랑을 가느냐? 다름이 아니라, 바로 전날인 목요일 밤, 제가 업무를 마치고 몽콕을 지나치며 귀가하다가 제가 "환장하는" 타이 밀크 티를 판매하는 가게를 발견하고서 삘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수문계반 水門雞飯 Water Gate Chicken Rice>라는 곳이었습니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한국식당 <이풍원 Lee Pung Won Korean Restaurant> 근처에 있었는데, 늦은 밤에도 손님이 가득했습니다.

저를 한심하다고 놀리셔도 좋지만, 저는 태국을 방문할 때마다 배탈이 날 때까지 타이 밀크 티를 마십니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그 맛이 안 나더군요. 아마 지나치게 고급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저는 홍콩 밀크티나 동윤영 등은 충분히 즐겼으므로, 이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를 골라잡기로 했습니다.

아따, 닭과 코끼리 그림이 함께 있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치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인 태국에 와 있는듯한 느낌이었죠.

홍콩 특유의 바이브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도저히 조화되지 않을 것 같은 잡다한 문화들이 몽땅 한 곳에 버무려졌는데 뜻밖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런 느낌이지요. 센트럴 섬에만 살다 보면, 또 이런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로컬 분위기 식당을 가기가 어렵습니다. 여하튼 오늘만큼은 식사 때문에 온 것은 아니고, 타이 밀크 티 하나만 잽싸게 테이크아웃할 생각입니다.

제가 손이 부족하여 제대로 찍지 못했습니다만, 저는 아주 맛있게 마셨습니다. HKD22였는데, 아마 다른 태국 레스토랑에서는 이 가격에 맛보기 어려울 겁니다. 저는 여유롭게 타이 밀크 티를 홀짝거리며, 호텔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도 태국 레스토랑을 가기로 마음먹었지요.


독자 여러분께서는 태국의 "이싼" 지역을 잘 아시나요? 솔직히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방콕에 갈 때마다 즐겨 찾는 이싼 지방 레스토랑이 있고, 홍콩 자가격리 기간에는 이싼 음악을 틀어놓고 윗몸일으키기를 하곤 했습니다. 태국을 여행하다 보면 굉장히 흥겨운 로컬 음악들이 끊임없이 이어질 때가 있는데, 이싼 음악일 경우가 적지 않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73Xv5L09sG8


제게 이싼 지방은 방콕에서 일하기 위해 상경한 시골 청년들의 고향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방문한 <차차완>은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급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출처: Chachawan – The Most Authentic ISAAN Thai Food in Hong Kong>

제가 대학원생과 함께 가다 보니 또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해서 이런저런 블로그에서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저녁 타임은 6시에 오픈하는데, 저희는 5시 45분에 도착했습니다. 실내에 앉아서 기다리면서, 미리 주문을 넣기로 했습니다.

남자친구를 보는 홍콩 여인의 눈빛이 아련합니다. 실내는 생각보다 넓으며,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Bar의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2층까지 있으니, 규모가 작지 않은 곳입니다. 벌써부터, 아예 밤 10시쯤 오면 정말 분위기가 좋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랍니다.

코끼리는 태국의 상징이지요? 귀여운 코끼리 짱들이 잔뜩 그려진 벽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해피 아워가 7시까지라는데, 초저녁 술이 조금 당겼지만 마시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 참습니다. 그보다 "차차완"이 새겨진 접시가 너무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저는 타이 밀크 티를 주문하였으며, 아울러 "쏨땀"을 주문했습니다. 그 외 닭고기 볶음밥과 돼지고기를 추가했습니다. 쏨땀이야말로 맥주 안주지요. 아, 독자 여러분께서는 카오산 로드에서 쏨땀을 주문한 뒤 싱하 맥주를 무한정 퍼부었던 추억이 있으신가요? 특히 송끄란 물축제 때 마시는 싱하 맥주가 최고였습니다.

 

이제 나올 요리가 다 나왔네요. 메뉴를 3개 주문하니, 양이 제법 많았습니다. 저 돼지 바베큐가 아주 맛있었는데, 특히 이싼 특유의 소스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추가로 구한 뒤, 사무실에서 흰 밥에 비벼먹고 싶었을 정도였으니까요. 닭고기 볶음밥은 실패가 있을 수 없죠. 함께 간 대학원생이 오히려 와인을 시켰는데 제가 술을 시키지 않아서 민망했습니다.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커피를 한 잔 더 하고 싶어서 센트럴까지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타이퀀"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해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예전에는 경찰청, 법정,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가 이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된 "타이퀀"입니다. 저는 크리스마스 때 남자 대학원생과 함께 방문해서 므흣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https://brunch.co.kr/@joogangl/364

사실 오늘은 홍콩의 큰 축제 가운데 하나인 <드래곤 보트 축제>가 있는 날입니다. 제가 관광객 모드였다면 두 말 않고 축제 장소를 찾아가서 인파에 떠밀리며 사진 한 장을 찍으려 애썼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현지인일 따름입니다. 홍콩인들이 죄다 해변에 몰려가고 나니, 오히려 센트럴의 타이퀀은 텅 비어 적막하니 아주 좋았습니다. 게다가 타이퀀 한 가운데에 "눕는 의자"가 여럿 비치되어 있어서, 우리 둘은 커피 마시는 것을 미루고 시원한 여름 바람을 맞으며 의자에 기대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홍콩시티대학은 4년 안에 박사학위를 받기를 권합니다. 아무래도 대학원생들로서는 압박이 적지 않겠죠. 하지만 뭐 그런 가운데에서도 소소한 추억과 행복을 만드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겠습니까. 저녁 10시가 넘어 귀가했지만, 잠이 쉽게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생이 추천해 준 <기묘한 이야기>를 보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습니다. 이제 아저씨는 아저씨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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