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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7 홍콩 럼(lum) 전문 바 <데일리 토트>

오늘은 2022년 6월 27일 월요일입니다. 저를 홍콩시티대학에 초청해 주신 교수님과 홍콩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학교에서 의외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사이쿵에서 해산물을 먹었습니다. 하늘은 푸르게 맑았고 공기는 깨끗했습니다. 비록 코로나 시국이라 홍콩에 있으면서도 오프라인으로 자주 뵐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렸습니다. 사이쿵은 홍콩 외곽에 있는 지역으로, 해산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사이쿵을 찾기가 버거우신 분들은 센트럴 피크에서 페리를 타고 청차우 섬으로 가서 해산물을 즐기셔도 될 듯합니다. 청차우 섬은 남녀노소가 모두 찾는 관광 명소이며, 특히 저녁 때에 가면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넘칩니다. 하늘길이 열려 다시 홍콩을 찾으실 때에는 침사추이에서 '제니 쿠키'를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마시고, 섬으로 떠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반드시 밤에 가셔야만 합니다. 페리는 밤 11시까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 

https://brunch.co.kr/@joogangl/346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산물을 즐겼기 때문에 별로 피곤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푹푹 찌는 홍콩의 오후 날씨는 대학원생 B와 제가 저녁에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진을 뺐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요일에 방문하리라 염두에 두었던 럼(lum) 전문 바를 내친김에 오늘 찾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럼 전문 바를 가본 적이 없습니다. 일본에는 '럼 전문 바', '위스키 전문 바', '진 전문 바', '칼로도스 전문 바' 등 굉장히 세부적인 전문 바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위에 언급된 술들을 다양하게 마셔본 기억이 없으며, 심지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브랜드 외에는 구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모든 술들을 처음부터 다 알고 즐기겠습니까? 오늘은 가서 분위기만 보는 것이겠지요. 


오늘 저녁 우리가 방문한 럼 전문 바의 이름은 <데일리 토트The daily Tot>입니다. 한글로 작성된 블로그는 아직까지는 하나였습니다. 2020년에 이 바가 오픈하자마자 방문하신 어얼리 어덥터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rautrecinme/222076108233

사실 센트럴에서 란콰이펑을 끼고 도는 할리우드 로드 대로변에 있으므로, 홍콩에 거주하시거나 자주 드나드시는 분들이라면 "아, 저기였어?"라고 탄성을 터뜨릴 만한 곳입니다. 여기는 입구에 놓인 테이블의 분위기부터가 최고인데, 아쉽게도 덩치가 무척이나 큰 서양인 2명이서 다리를 뻗고 앉아 대화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잠자코 바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입구에서 바 안으로 들어서면 곧바로 화려한 조명의 바가 등장합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벌써부터 적지 않은 남성들이 바텐더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칵테일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아무래도 단골 위주일 듯합니다.

바 안에는 다수의 테이블석이 있는데, 간격이 충분히 떨어져 있고 무엇보다 매우 인테리어가 아름답습니다. 대체로 쿠바 음악이 흘러나와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제게는 너무도 정겨운 90년대~2000년대 초 흑인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이곳은 드레스코드가 있습니다. 슬리퍼와 반바지는 허용되지 않으며, 민소매 티 또한 안 됩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긴바지에 반팔을 입고 갔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분위기 있는 바에 가려면 반드시 드레스 코드를 체크하고 가야만 합니다. 

자, 메뉴판이 나왔는데 정말 끝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럼이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럼에 대해서는 까막눈입니다. 이럴 때에는 아무래도 "추천" 또는 "상호명이 붙은 레시피"를 찾는 것이 안전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TOT OLD-FASHIONED"에서 제일 상단에 있는 APPPLETON을 럼 베이스로 주문했습니다. 다른 럼은 재고가 떨어져서 주문이 불가능했습니다. 

드디어 제 럼이 나왔습니다! 이야, 저는 개인적으로 이 친구에게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우선 글래스를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한 저 아이스가 보이시지요? 얼음이 작을 경우, 빨리 녹아서 럼이 금방 "싱거워지고" 동시에 "미지근해집니다." 저 덩치가 큰 아이스는 제가 오랜 시간 동안 럼을 시원하고 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도우미입니다. 물론 스트레이트가 아닌 다음에야, 럼 원액과 아이스의 비중 또한 대단히 중요하겠지요? 사진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데, 왼쪽으로 굉장히 얇은 오렌지 껍질이 보입니다. 흔히 먹는 오렌지는 아닌데, 향이 엄청나게 강했습니다. 그래서 글래스를 들자마자, 럼과 함께 강한 오렌지향이 확 끼쳤습니다. 한 모금 머금는 순간, 다른 세상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다시 재료를 살펴보았습니다. Angostura Bitters, Sugars, Orange Zest, smoked with Applewood Chips이 럼을 제외한 ingredients였습니다. 오렌지 껍질(Orange Zest)이 보이기는 하는데, 다른 재료들과 조화를 이루어 훨씬 강하고 그윽한 향을 내는 듯했습니다. 

대학원생 B의 경우에는 "OLD TOT"를 주문했습니다. 역시 가게명이 붙어 있는 럼이 안전하겠지요? 시큼하고 쓰면서도 달착지근한 묘한 맛이었는데, 도수가 높지 않아서 일단 제게는 맞지 않았습니다. 일단 저 같은 초짜들에게 "럼"이란, 마시자마자 목구멍부터 뜨거워지며 대략 제 내장의 위치가 파악이 되어야 하거든요. "올드 토트"는 너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제게는 밍숭맹숭했습니다. 

고수와 다양한 육류가 포함된 딥과 나초를 주문했습니다. 이 딥은 정말 홍콩을 방문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맛을 보셨으면 합니다. 술을 드시지 못하더라도 논알콜 음료가 준비되어 있으니, 나초에다 딥을 팍팍 묻혀서 천국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진해도 되는 거야? 라는 정도로 빡빡한 농도의 치즈로 인해 나초가 계속 부러져서 제대로 먹을 수 없는 멋진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센트럴에서 멋진 저녁을 보낸 뒤, 저는 침사추이로 돌아와서 잠시 산책을 합니다. 밤바람이 참으로 시원하고 좋습니다. 그런 가운데, 7월 1일 홍콩반환기념일을 맞아 도시 전역에 걸린 빨간 국기를 바라봅니다. 

홍콩 지역 국기는 본토 중국의 오성홍기에 비해 훨씬 크기가 작게 제작되었습니다. 

광동어가 아닌 보통화를 하는 중국인들이 단체로 와서 사진을 찍습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합니다. 이제 며칠 뒤면 시진핑 주석이 홍콩에 직접 방문해서 홍콩반환 25주년을 기념하고 아울러 신임 행정장관에게 축하를 보낼 것입니다. 홍콩은 5년마다 행정장관을 선출하며, 이에 따라 시진핑 또한 5년에 한번씩 이곳을 방문합니다.제가 있는 동안 나름대로 큰 행사가 진행되는 셈이었습니다. 리카츄 신임 행정장관은 "피카츄"라는 귀여운 별명을 지니고 있지만, 피카츄처럼 사랑받는 인물은 아닙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탄압했던 내무부 장관 출신이자 베이징의 충복인 그로 인해, 저 빨간 깃발들이 피가 되어 인민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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