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리기를 사랑하는 철학자인 알이즈웰입니다. 홍콩에서 돌아온 뒤, 다시 멋진 날씨 속에 '슬로우 조깅'을 즐기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마크 롤랜즈의 <철학자와 달리기>가 새로 번역되어 나왔네요!
오늘은 슬로우 조깅을 사랑하는 분이나 달리기 초보를 위한 극강의 가성비 양말을 여름용-겨울용으로 나누어 하나씩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아시다시피 자전거든 러닝이든 일단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 장비빨로 인해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달리기는 자전거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기록 단축을 위해 달릴 경우 프로 선수 못지 않게 장비 욕심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양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러너들을 위한 고급 양말로 잘 알려진 CEP의 경우, 양말 한 켤레에 기본이 3만원이요 10만원을 훌쩍 넘는 제품도 있습니다. 물론 그 가격이 사악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가격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비싼 만큼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시속 5km에서 6km 사이의 슬로 조깅을 선호하는 슬로 조거(slow jogger)입니다. 기록 단축보다는 주변 환경을 즐기며 달리는 것을 선호하며, 발바닥이 벗겨지거나 물집이 날 정도로 세게 달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비싼 기능성 양말보다는, 달리기에 최적화되어 있으면서도 가격이 적당한 양말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제가 돈 주고 신어본 결과, 가성비가 만족스러웠던 러닝 양말을 두 가지 소개할까 합니다.
첫째, 여름용으로 저는 <데카트론>의 칼렌지(Kalenji) 양말을 추천드립니다.
매장을 직접 방문하면 흰색 양말을 구매할 수 있으며, 2세트에 4,800원이니 한 켤레에 2,400원입니다. 여름 달리기를 위한 양말은 통풍이 잘 되고 유연해야 하며, 무엇보다 바닥이 쫀쫀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달릴 때 미끄러지지 않고 구멍도 나지 않으니까요. 데카트론 칼렌지는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구매할 수 있는 러닝용 양말 가운데 가장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홍콩에 가자마자 사서 신은 데카트론 양말은 숱한 등산과 러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쫀쫀함을 유지하며 제 발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다만 얇은 여름용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또 다른 러닝용 양말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달리기용 양말에 가장 크게 기대하는 점은 바로 튼튼한 발바닥 부분입니다. 발바닥이 닿는 면이 쫀쫀하고 튼튼해야만 우리는 물집 걱정 없이 안전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아울러 달리는 도중에 양말 발바닥 부분이 미끄러울 경우, 신발 안에서 발이 따로 놀게 되어 부상 위험이 커지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 또한 높아집니다. 그러면 이와 같은 점을 보완해줄 양말을 절실히 요구하는 스포츠 종목이 달리기 외에 또 있을까요? 사실 모든 종목이 그러합니다만, 특히 '배드민턴' 선수들이 이런 기능성 양말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그 스포츠의 성격을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잘 알 수 있죠.
놀랍게도, 전세계 1위의 배드민턴 양말 생산업체가 바로 한국에 있습니다! 바로 '키모니'입니다. 키모니 양말은 뛰어난 품질로 인해 많은 배드민턴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특히 두껍기 때문에 달리기 매니아들이 겨울에 신고 달리기에 아주 적합합니다. 제가 직접 신고 달리는 양말 제품을 소개합니다.
보시다시피, 한 켤레에 1,200원입니다. 그러니 속는 셈 치고 한 번 사서 신어 보셔도 좋습니다. 양말이 두꺼우면서도 발에 착 감기고, 바닥이 튼튼하고 접지력이 뛰어나 달리는데 안성맞춤입니다. 저는 10켤레를 한꺼번에 사서 신고 있습니다. 물론 42.195km를 달리면서 서브 3를 항상 달성하는 선수에게 적합한 양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루 평균 10km 내외로 달리면서 겨울에도 속도를 신경쓰지 않고 실외 러닝을 즐기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가성비 좋은 제품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고민 많이 하고 선택한 제품이거든요.
지금까지 내 돈 주고 내가 산 양말 추천기였습니다. 내친 김에, 발볼이 무척이나 넓어 슬픈 펭수 러너를 위한 슬로우 조깅용 신발 하나 추가로 추천하겠습니다. 저는 예전에 아래와 같은 신발을 추천했는데, 고맙게도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습니다.
https://brunch.co.kr/@joogangl/274
이제 무신사와 아식스가 협업하여 내놓은 '특별판 아식스 젤 벤처 7(4E)'는 더 이상 판매되지 않습니다. 물론 아식스 젤 벤처 7은 여전히 판매되고 있지만, 4만 900원이라는 가격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저는 저 친구와 매우 많은 여행을 함께 했는데, 이제 저 친구도 점점 늙어서 헤지는 곳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싼 신발일수록 부상의 위험이 높으니, 가급적 가성비 좋은 신발을 사라."라는 <본 투 런>의 조언에 따라, 이번에는 아식스 졸트3(4E)를 구매했습니다.
여기서 4E는 Extra Wide인데, 발볼이 '엄청나게 넓은' 제품을 의미합니다. 저는 몇 년 전까지 4E라는 개념조차 몰랐지만, 이제 러닝화는 아식스의 4E가 아니면 구매하지 않습니다. 다른 회사의 4E보다 아식스의 경우가 제 발에 잘 맞았기 때문이죠. 가성비 또한 아식스가 가장 낫습니다. 위에 링크한 사이트에서 아식스의 졸트 3(4E)는 43,75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제가 구매해서 신어본 결과, 첫 느낌은 오히려 젤 벤처 7보다 편안했습니다. 다만 졸트3는 젤 벤처 7보다 뒷굽이 약간 높은 느낌인데 이 점이 제게는 아쉬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람의 발과 가장 유사한 신발이 가장 좋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걷는 용도라면 졸트3가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걷거나 서 있을 때에만 뒷굽이 필요한데, 뒷굽에 쿠션이 많으면 편안하게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달릴 때에는 앞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발바닥의 앞면으로 깡총깡총 뛰면서 한참을 달려나갈 수 있다는 점을 모두 경험으로 아실 터입니다. 하지만 달릴 때에는 뒷굽이 지나치게 높으면 발의 아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어서 문제입니다. 뭐, 5~10km를 천천히 뛰는 슬로 조깅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요. 제가 지난 밤에 졸트3를 신고 슬로우 조깅을 했는데, 신발이 가볍고 발볼이 넓어 매우 편안하여, 뛰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저와 마찬가지로 발볼이 터무니없이 넓은 펭수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20만원이 넘는 나이키 런닝화를 한 치수 크게 사서 신고 달립니다. 발볼이 넓은 신발이 예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하지만 맞지 않는 발볼 때문에 한 치수 크게 사서 신는 신발이 내 발에 좋을 리가 없습니다. 브랜드는 달리 해도 좋으니, 무엇보다 자신의 발볼과 길이에 맞는 신발을 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어찌 보면 이는 상식입니다. 그러면 제 돈 주고 제가 산 신발 후기를 마무리하며 오늘 밤은 다시 달리러 나가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