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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웨딩 스냅 작가입니다

프롤로그

by 청년실격

언젠가 독서 모임에서 『나는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입니다』를 읽은 적이 있다. 책의 유명세에 비해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도 내가 하는 일, 내가 가진 직업을 한 번쯤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현재 두 개의 직장에 복무한다. 월~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사무실에서 일한다. 서울 바깥 대학을 졸업한 문과생이 사무직 자리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서 얻은 곳. 그곳에선 ‘선임’으로 불린다.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결혼식 장에서 신랑 신부 스냅사진을 찍는다. 촬영장에서 ‘작가님, 실장님’으로 불리면서 셔터를 누른다.


일에 대한 글을 쓰자면 정규직 직장에 관한 콘텐츠가 마땅해 보인다. 그 자리를 얻기 위해 들인 노력과 비용이 상당하고, 투입하는 절대적인 시간도 그렇다. 더 전문적이기도 하다. 절대적인 수입도 사무직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나는 이 업에 대해선 주저리주저리 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회사 일"이냐 "내 일"이냐의 차이 때문이겠지. 나는 아무리 기억을 영끌해도 회사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낀 적이 없다.


앞 선 문장을 적고 "진짜 그런가" 한 번 더 고심해 봤지만 번복 없다.


하지만 주말 일터인 웨딩 스냅사진은 다르다. 나는 프리랜서가 되기 전부터 사진을 좋아했고, 지금도 촬영하는 걸 좋아한다. 이제 햇수로 3년 차지만 아직도 촬영 전날이면 기분 좋게 흥분된다. 어떤 신랑 신부를 만날까 하는 기대, 혹시라도 촬영에서 실수할까 하는 걱정, 이번엔 지난주와 어떻게 다르게 찍어볼까 고민하는 호기심과 같은 복합적인 총합이다. 매일의 일터가 매일의 새로움이다.

월-금의 일터는 매일의 권태로움에 가깝다. 회사 일을 하면서 흥분해 본 적은 없다. 아 있었던가. 진짜 이해 안 되는 업무 요청을 받았을 때 정도?


그런 저러한 동기로 "나는 웨딩 스냅 작가입니다"를 써 나가보려고 한다. 매년 한 개의 브런치 북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동기도 포함하여서.


"나는 웨딩 스냅 작가입니다"는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나는 웨딩 스냅 작가입니다"로서, 약 2년간의 평범한 사무직 직장인에서 본식 웨딩 스냅 메인 지정 작가가 된 이야기를 연대기로 적었다. 약 8편의 에피소드로 맨 땅에서부터 지정 작가로 된 순간까지를 적는다.


2부는 "촬영장 안에서 생긴 일"로 본식 웨딩 스냅 작가로 일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나, 생각들, 조금은 본식 촬영에 현실적인 팁도 담는다. 예를 들어 "본식 스냅 작가에게 식권을 줘야 하나요?"와 같은 실질적인 질문과, "본식 스냅 중 회사 동료를 마주친 썰"등이 있다.


3부는 "촬영장 밖에서 생긴 일"로 본식 스냅 작가를 포함하여 "일"에 대한 내용에 조금 더 포커스를 뒀다. 가령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때" "찍는 사람에서 찍히는 사람이 되어 볼 때"와 같은 편이 있다.

마지막 4부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앞으로 키워가려는 개인 브랜드의 방향성과 철학에 대한 짧은 소개다. 시리즈의 작은 마침표이자 다음 발걸음을 위한 예고편 같은 챕터다. 앞으로 나는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이 글이 일과 삶, 혹은 일과 나 사이의 거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고민, 나만 하는 건 아니구나"하는 동료애를 건넬 수 있다면 좋겠다.

혹은, 어떤 도전을 막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 살짝 먼저 걸어본 사람의 발자국쯤으로 남을 수 있다면, 나는 이 글 쓰길 잘했다고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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