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오디션
좋은 스냅 사진 작가는 단 한두 컷의 멋진 장면을 남기는 게 아니라, 식 전체를 안정적으로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A컷만 잘 찍는 작가는 많다. 그러나 결혼식이라는 네 시간을 통째로 커버하는 건 아마추어 작가로는 힘들다. 결혼식은 한 번 뿐이고, 리테이크는 없다.
느닷없는 군대 얘기지만, 처음 입대했을 때 들은 말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전투에서 지고 전쟁에서 이긴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어딘지 무시무시한 말이다.
결혼식 촬영에서도 이 말이 은근히 맞아떨어진다. 실력이 부족한 작가일수록 전투(=A컷 한두 장)에 목숨을 건다. 어설프게 역광샷, 프레임샷을 시도하다 전체 식 사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A컷은 잘 나왔는데, 전체를 보면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앨범이 된다. 부모님 사진이 없을 수도 있고, 신부 요청사항이 반영 안 됐을 수도 있다.
좋은 웨딩 스냅 작가는 A컷도 잘 건지지만, B컷부터 Z컷까지도 안정적으로 찍어낸다. 그 말인즉슨, 반복 가능한 퀄리티를 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느 날은 예쁘고, 어느 날은 망하는 편차가 적다.
이쯤 되면 그래서 그걸 도대체 어떻게 미리 확인 가능한지 궁금하다. 작가의 성향, 태도, 현장 대처 능력 같은 건 실제로 촬영을 해보기 전엔 잘 보이지 않는다. 작가님들 인스타그램엔 다들 너무 예쁜 사진이 많고 다들 친절하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딱 하나. 돌고 돌아 포트폴리오다. 아래의 리스트를 확인하면 좋다.
1) 인스타 격자만 보지 말고, 한 식 전체를 봐라.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볼 땐, A컷만 모아놓은 갤러리보다, 실제 한 예식 전체를 본다. 그 예식장이 내가 결혼할 장소랑 비슷하면 더 좋고, 최소한 밝은 홀, 어두운 홀 정도까지는 맞춘다.
식 순이 전부 반영 됐는지를 보자. 입장 컷, 주례 컷, 혼인서약, 부모님 인사 등 주요 장면들이 빠짐없이 찍혔는지. 조명이 어두운 순간도 적절히 잘 보정됐는지. 다양한 인물 구성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는지. 반복돼서 나오는 포즈가 있는지.
요컨대, 그 작가가 ‘재현 가능한 실력’을 가졌는지를 보는 것이다. 운 좋게 건진 한 장이 아니라, 누구에게든, 언제든 반복 가능한 실력. 그런 실력 있는 작가님 들일수록 전체 식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잘 갖추고 있다.
2) 결혼식에 갔다면 면접관 모드 ON
내가 결혼식을 앞두고 있고, 스냅 작가를 구인 중이라면 지인 결혼식 장은 좋은 인터뷰 장소다. 스냅 작가를 살펴보자. 열심히 뛰어다니는 작가가 있다면 그건 단지 러닝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 거다. ‘현장에서 성실하게 찍고 있는지’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지’ 이건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태도의 레벨이다. 실제로 우리 업체도 촬영을 마친 후에 명함 하나 줄 수 있냐는 문의를 종종 받는다. 그 사람들이 아직 카메라 안에 있는 결과물을 봤을 리는 없다. 그저 태도를 본 거겠지.
웨딩 홀에서 인상 깊은 작가를 기억해 둔 다음, 그 지인에게 스냅사진 잘 나왔는지, 최종본마음에 드는지 물어보자.
1차 인성 면접을 합격하고, 2차 포트폴리오 면접까지 합격한다면 고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3) 최고의 추천: 믿을만한 지인의 소개
2번과도 조금 겹칠 수 있겠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입소문, 지인 소개다. 게다가 이때는 할인까지 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신부 소개로 왔다고 하면 할인이 들어갈 수도 있고, 작가가 보정 컷 두 장 더 넣어줄지도 모른다. 결국은 다 사람 보고 하는 장사니까. 결혼 준비는 정보 전이다. 작가는 찍는 실력이지만, 우리는 고르는 실력이 필요하다.
포트폴리오를 한 식 단위로 보는 것, 지인 예식장에서 작가를 몰래 관찰하는 면접관의 자세, 후기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실사용자에게 직접 묻는 것. 이런 자세를 갖추고 있다면 좋은 작가를 구할 안목은 충분히 갖췄다.
문제는, 그런 작가는 결국 다 비싸더라. 세상은 참, 왜 그렇게 가격표랑 실력이 딱 맞아떨어지는지.
그 오차 없음이 감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