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Surf Tour
유명 여행지는 음식에 비유하자면 맥도날드 같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뭔가 빨리 여행을 감상하고 소비하고 떠나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다. 회전율도 빠르다. 대형 버스는 끊임없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데리고 나간다. 반면 어렵게 수소문해서 찾아낸 여행지는 정성껏 차려진 집밥 같다. 오순도순 성글게 둘러앉아서 서두를 필요 없이 순간의 시간과 느낌을 꼭꼭 씹어서 삼킬 수 있다. 소화도 잘 되고 여운도 더 길게 남는다.
나의 여행 경험은 항상 어렵게 찾아낸 여행지에서 훨씬 좋았다. 이번 여행에도 집밥 같은 여행지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구글링 하다가 발견한 여행 블로거의 한 줄을 보고 현지들에게 북쪽/동쪽의 여행지를 부단히 도 물어봤다. 북쪽의 아무도 모르는 깊은 숲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었고, 동쪽의 한산한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싶었다. 여러 명의 의견을 종합해서 1박씩 Munduk과 Amed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4일은 우붓에서 보내기로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역시나 힘들게 수소문한 여행지에서의 시간이 너무 좋았다. 유명 여행지인 우붓은 김 빠진 사이다 같았다. 그리고 패키지로 오셔서 가장 발리스럽지 않은 남쪽에만 있다 가시는 분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발리의 진짜 모습은 Denpasar를 벗어나면서부터이다.
서핑 캠프에서 Munduk까지는 꼬박 4시간이 걸렸다. 구글맵을 철석같이 믿고 예약한 숙소를 찾아갔는데, 해당 위치에는 쓰러져가는 농가만 있었다. 그럴 리 없어. 구글이 틀릴 리가 없잖아.. 마침 엄청난 소나기가 내리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호텔에 전화를 걸어서 구글맵이 잘못되어있음을 확인하고 어렵게 안내받은 위치로 찾아갔다. 도착해서 구글맵 오류에 대해 이야기하니, 워낙에 인터넷 신호가 안 잡히는 오지에 있다 보니 관광객들이 구글맵의 잘못된 위치에 후기를 남기면서 현재 구글맵에서는 해당 호텔이 3군데나 표시되어 있었다. 구글맵이 안 통하는 곳이라.. 발리의 아주 깊숙한 숲 속으로 들어왔음을 실감했다. 이날 방이 5개 있는 호텔은 우리가 유일한 투숙객이었다. 덕분에 객실 업그레이드도 받을 수 있었다.
매니저 뿌뚜는 기자 출신이라고 했다. 은퇴 이후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매니저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 시절 인도네시아에서 안 가본 지역이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인도네시아에 또 오고 싶은데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여행지를 알려달라고 하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2군데를 추천해 줬다.
1) 수마트라 섬의 토바호
2) 파푸아 섬의 라자암팟
아마 내년에 두 군데 중 한 곳을 가지 않을까 한다. 페북 친구를 맺고, 30여분 동안 인도네시아, 발리에 대한 압축된 인문학, 역사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현지인과의 교감은 늘 즐겁고 소중한 경험이다. 숙소 시설은 그냥 그랬지만, 매니저와의 교감 때문인지 숙박 경험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늦은 점심을 먹고 간단히 먹고 매니저에게 숙소 근처에 방문할 곳 추천을 부탁했다. 지체 없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큰 폭포가 있다고 알려줬다. 이게 농담일 줄이야....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숙소 뒤 산길을 따라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10분이니깐 뭐.. 그런데 1시간 정도를 더 가야 폭포 입구가 나타났다. 폭포는 그냥 그지만 폭포로 가는 길이 워낙 원시림스러워서 만족스러웠다. 돌아올 때는 이미 해가 진 후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핸드폰 불에 의지해서 겨우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늦잠을 자고 근처 여행지를 구경 다녔다.
Munduk의 주변 풍광은 대체로 이러했다. 제주도가 연상되기도 한다.
현지인들이 극찬하는 수중 사원도 방문했다. 너무 관리가 잘되어 있었고 아름다웠다.
계단식 논 지형도 구경하고...
원숭이는 극혐.. 선글라스 뺏기는 사람들 몇몇 목격.
혹시나 해서 방문해본 유명 관광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이미 점령해 버렸다. 서둘러 나왔다.
조용한 해변가에서 석양을 보면서 Munduk 1박 2일 여행을 마무리했다.
발리의 동쪽 Amed를 바로 가기엔 아쉬워서 현지인 드라이버에게 방문할만한 곳을 물어봐서 Water palace와 Temple을 방문했다.
아이폰으로 툭툭 찍으면 그냥 엽서 같은 사진이 나왔다. 사진 추리기 힘들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누군가의 설명이 있었다면 완벽했을 듯. 꼬불꼬불한 해안도로를 지나서 마침내 Amed 우리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바라본 바다 전망을 정말 최고였다.
전방 180도가 바다 이외의 없었다. 독채 5개 있는 Villa였는데 OTA 평이 워낙 좋아서 연일 관광객들로 꽉꽉 찼다. 일단 짐을 풀고 스쿠터와 스노클링 장비를 빌렸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 유명한 포인트인 Coral garden과 Japanese Wreck을 들리기로 했다.
배를 타고 한 10여 분간 이동했다. Amed는 스쿠버 다이빙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아오는 곳이다. 대부분 유럽, 특히 프랑스 사람들이 많았다. 동양인은 일본인이 가끔 온다고 했다. 풍광은 이탈리아 포지타노와 비슷했다.
선장님!
포인트를 두 군데 옮기면서 스노클링을 했다. 물은 너무 맑았고, 물고기는 놀랄 만큼 많았다. ㅎㅎ
스노클링을 마치고 숙소 인피니트 풀에서 바라봤던 석양.
다음날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유명한 스노클링 포인트에서 스노클링을 야무지게 하고 Amed에서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하루만 있기 너무너무 아쉬웠다. 사진에 절대 담기지 않는 이곳 특유의 반짝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우붓에서의 며칠을 빼서 이곳에 있고 싶었다. 꼭 다시 오리라.
우붓은 워낙 잘 알려진 곳이고 하니 간략하게 에어비앤비 숙소 사진을 올리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처음에는 논밭 옆에 그냥 숙소인가 보다 했는데 하루하루 지낼수록 너무 마음에 들었다. 구석구석 호스트의 손길과 애정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호스트는 아르헨-미국 국적의 건축가.
아침마다 직원들이 와서 아침을 차려줬다. 과일, 토스트, 커피. 버터가 앵커 버터였다. 과일은 망고, 귤, 바나나, 파파야를 섞어서 줬다. 커피는 발리 커피.
이런 야외 bath도 있었고..
떠나기 전날 너무 짐 챙기고 한컷. 떠나기 너무 아쉬움.
외관은 이렇게 생겼다. 사방이 rice paddle로 둘러 싸여 있음.
아침마다 이런 햇살을 받으면서 아침을 먹었다.
나무 재질 선정에서부터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 host의 손길과 애정이 느껴졌던 최고의 에어비앤비 숙소.
이번 발리 여행 중에서 숙소만큼은 우붓의 에어비앤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우붓을 방문하는 지인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15일간의 여행을 글과 사진으로 정리해보니, 그때의 생생한 감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발리 섬에 대한 잔잔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발리는 나에게 정말로 매력적인 섬이었고, 인도네시아의 다른 섬들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게 해주었다. 아마 향후 몇 년간은 인도네시아의 특색 있는 섬들을 하나씩 방문해 볼 것 같다.
끝
발리 여행의 정석 (1. 서핑 편 - https://brunch.co.kr/@joohoonjake/38)
발리 여행의 정석 (2. 음식 편 - https://brunch.co.kr/@joohoonjake/39)
발리 여행의 정석 (3. 투어 편 - https://brunch.co.kr/@joohoonjake/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