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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훈 Oct 15. 2016

이커머스의 미래 - 1

 어벤져스쿨에서 충동 결제를 했다. '무신사'관련 강의였다. 결제를 하고 리서치를 해봤다. 무신사는 프리챌 커뮤니티 '무지 신발 사진 많은 곳'으로 시작해서 15년 만에 매출 2,400억 원을 넘보는 남성 의류 브랜드 셀렉트샵으로 성장했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무신사 사이트에 접속해봤다.


 뭐지? 내가 알고 있는 요즘 쇼핑몰의 인터페이스, UX를 송두리째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강의 후에는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나는 무신사의 고객이 될 수 없었다. 패.피님들에게 무신사에 매일 올라오는 수많은 스트리트 패션 사진, 신제품 정보, 브랜드 리뷰는 무신사에 계속 방문하게 되는 강력한 유인이었고, 어지러워 보이는 복잡한 메뉴들과 분류는 고객들이 빠르게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기능이었다.


강의 초간단 정리

- 29cm는 미술관, 무신사는 상점이다. 

- UX, UI보다 기본이 중요하다. (재고 대응력, 콘텐츠 생산력, 엑셀 능력)

- 네이버 지식쇼핑 최저가에 목숨을 걸자. 온라인 최저가는 강력한 고객 유입 채널이다.

- 존재하는 모든 채널과 플랫폼에 다양하고 콘텐츠를 배포한다. (질보다 양이다.)

- 콘텐츠는 구매의 당위성, 공신력을 부여하며 사이트 체류시간을 늘려준다.(결제로 이어진다)

- 번만큼 프로모션으로 뿌려라.

- 매입하지 마라. 거지꼴 못 면한다. 위탁 판매해라.

- 당신의 취향에 집착하지 마라. 데이터에 집착해라.


강의가 끝나고 픗픗 이승환 대표님 덕분에 류한우, 장윤수 에디터님과 소주 한잔 하면서 새벽까지, 패션, 사업, 인생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날 또 현업 전문가님들에게 여러 수 배웠다. 


무신사의 경장사 방어전략은 뭘까? SK에서 힙함을 표방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입점료 무료를 외치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핵심 일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드린다면 어떻게 될까? 브랜드 사업자들은 충분히 고민하지 않을까?

영세한 사업자에게 30%의 수수료는 적지 않아보인다. 

 

뻔한 얘기지만, 더 깊게 패.피님들의 가슴을 녹이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 더 열심히 만드는 것이 무신사를 지킬 수 있는 전략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회사의 일은 다 사람이 하는 이제는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 좋은 인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프라를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좋은 사람들이 나가게 되면 결국 콘텐츠 질이 떨어지고, 트래픽을 뺏기기 시작하고 매출이 줄어든 브랜드들은 플랫폼을 떠나갈 듯.


e-commerce는  참 쉽지않은 레드오션이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다 먹어치우고 있고, 우리나라는 쥐마켓, 11번가 소셜3사들이 박터지게 싸우면서 중소 업자들은 니치마켓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 할 수 있을까?


1) 유니크한 브랜드 큐레이션

무신사가 매우 잘하고 있다. 개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약하고 쉽게 질리는 20대 고객층에게 잘 먹힌다. 독특하고 hip 한 브랜드를 모아서 유니크한 방식으로 분류하고 관련 콘텐츠를 쏟아내는 것이 핵심역량이다. 커뮤니티까지 활성화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2) 독특한 구매 경험

보노보스나 스트라입스처럼 스타일리스트가 있는 곳으로 방문해서 신체 치수를 재준 다던지, Dollar ShaveClub처럼 매달 물건을 보내주는 서스크립션 모델이 이 분류에 들어간다. 독특한 구매 경험과 훌륭한 고객 서비스로 입소문을 내야한다.


3) Brand 구축

다른 곳에서 살 수 없는 자기 브랜드 제품을 파는 것이다. 브랜드가 직접 고객에게 팔기때문에 마진도 직접 결정할 수 있고, 다른 사이트와 가격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흔히들 브랜드 만드는것을 애기 키우는 일에 비교한다.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돈도 많이 든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단순한 e-commerce 회사가 아니라 , 온라인 채널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탄생한다.  난 이걸 해보고 싶음.



이제는 V-Commerce 이다.


공장 - 브랜드 - (무신사) - 고객

무신사는 브랜드와 고객을 이어주는 전통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브랜드들을 열심히 큐레이션하고 고객들에게 구경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준다. 그리고 채널 이용료를 입점 브랜드에게 받는다. 재고 부담이 적은 대신 다른 사이트와 끊임없이 싸워야한다. 최저가를 목숨걸고 지켜내야 하고, 상시 프로모션은 필수다. 


공장 - (플랫폼) - 고객

이 경우 한단계의 더 줄일 수 있다. 요즘 미국에서는 Vertical Commerce라는 용어가 쓰인다. 본인의 브랜드를 온라인에서 고객에게 직접 파는 Direct to Consumer 모델이다. 이런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태어나고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실리콘벨리에선 DNVB(Digitally Native Vertical Brand)라고 불린다.최근 유니레버에 1조원 exit을 한 Dollar Shave도 같은 분류이다.


V-Commerce는 리테일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적은 자본으로 효과적으로 마케팅이 가능해 지면서 온라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비용이 줄어들면서 생겨났다. 브랜드 큐레이션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고, 더 높은 마진, 더 많은 LTV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기존 오프라인 리테일 강자들은 왜 V-Commerce 혹은 DNVB 스타트업에 무너졌을까? Dollar Shave와 Gillete의 예를 들어 보자. Gillete은 자사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고객에 관심이 없었다. 왜냐면 그들의 고객은 마트 MD였다. 대형마트의 가장 좋은 자리를 확보하고, 엄청난 돈을 TV광고에 태우면 게임 끝이었다. 적어도 5년전까진 그랬다. 그러다가 Dollar Shave Club가 나타났다. 그리고 유튜브에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그들의 메세지는 강렬하고 명확했으며 재미있었다.


"어휴 xx들 언제까지 바가지 씌움 당할래? 우리 제품 x나 좋음 근데 x나 싸. 사이트 가입고고"


유튜브를 통한 전설적인 런칭 동영상은 5천불이 조금 넘게 들었지만,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바이럴을 탔고 무려 천만명 가까운 회원 가입자를 모았다. 이때부터 Gillete는 속수무책이었다. 실 사용자들에 착 달라붙어서 그들이 정확히 원하는 제품을 착실히 늘려나간 DollarShaveClub은 빠르게 성장했다.


똥줄탄 Gillete는 Gillete Shave Club을 출시한다. 뭐 결과는 폭망한다. 소셜미디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 사업 방식에 길들여진 사업자는 도저히 Dollar Shave의 민첩함과 실행력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존 오프라인 제품과 카니발이 일어날것을 우려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5년만에 dollar shave club은 미국 면도기 시장의 20%가까운 마켓을 차지한다. 그리고 곧 유니레버에 1조원에 인수된다.


V-Commerce성공사례로는  Warby Parker, Bonobos, Casper 등이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작지만 빠른 DNVB에 의해서 여러 분야의 대기업들이 해체되길 기대해 본다.


전설적인 Dollar Shave Club 런칭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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