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ink Glove
Jul 08. 2019
우선 살부터 빼고 오겠습니다
1-2 걷기는 언제나 옳다
공원이 가까운 동네에 살면 금세 살이 빠질 줄 알았다. 많이 걸을테니까.
산이 가까운 동네에 살면 금세 살이 빠질 줄 알았다. 산에 많이 갈테니까.
그러나 둘 다 틀렸다. 가까우면 더 안가게된다. 강도 아름답고 산도 푸르른 이 미국 동네가 좋아서 이사를 왔는데 몸무게는 더 늘었다. 그닥 감동할 만큼 맛있는 식당도 없는데. 그게 문제인가? 자주 갈 만큼 맛있는 건강식 식당이 없는게?
퍼스널 트레이너인 친구가 알면 맹 비난을 하겠지. 네 인스타그램을 보라고. 마요네즈가 듬뿍 올라간 스시 롤이며 물기맺힌 시원한 맥주잔을 뒤로한 닭튀김, 쌀국수와 찰떡궁합인 스프링롤까지. 가히 그 누구의 #먹스타그램 에도 뒤지지않는 인스타그램의 소유자인 주제에 누구 탓을 하는 거냐고.
전화만 했다하면 몸무게, 건강 얘기를 들먹이는 통에 카톡으로 근근히 안부 인사만 전하는 제시. 같은 대학을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로 가서 어린 모델들 몸매를 만들어주는 프로페셔널 퍼스널 트레이너. 친구는 닮는다는데 왜 우린 몸매가 다른 걸까. 하기사 5K를 겨우 완주하는 나( 그것도 운동을 꾸준히 하던 옛날 얘기다)와 디즈니 마라톤을 완주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자랑스럽게 올리는 너를 비교하면 자괴감만 들겠지. 내 탓이요 내탓이요 내 못난 탓이로니.
많이 걸어야 해. 걷는 게 답이다. 보통 한국에 2주 정도 가있게되면 첫주는 살이 빠지고 둘째주는 다시 찐다. 첫주는 시차 탓에 잠도 못자고 입맛도 없는 데다 운전만 하게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지하철이든 버스든 많이 걷고 서게되니까. 둘째주 부터는 적응해서 잘 먹고 잘 자서 다시 살이 찐다.
지하철이며 버스에는 얼마나 마른 여자들이 많은지. 파스텔 톤으로 곱게 차려입은 여자들은 허리가 한 줌밖에 안된다. 저런 여자들은 옷가게에 가도 사이즈 걱정없이 입고 싶은 옷 고르겠지.
회의 차 들린 거래처 사무실에도 앉아있다보면 날씬한 여사원들의 말끔한 옷 차림새를 나도 모르게 힐끔힐끔 바라보게된다. 그러고 호텔에 가면 또 맛있게 먹고 잠들어 버리는 것이 문제다. 해외 출장 가서 밤늦게까지 혹은 새벽에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서 달리는 여자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한동안 나도 새벽에 호텔 피트니스에서 달린 적이 있다. 중국 출장 동안 맛있는 고칼로리 음식을 일주내내 먹어댄 탓에 매일 아침 거울에 얼굴에 붙는 살들이 실시간 확인되던 기간에. 폭신하고 푸근한 호텔 침대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바삭한 오리고기 껍질을 포기하는 것 만큼 힘들었던 아침 1시간 걷기. 옆에서 생생 달리는 사람들 옆에서 엉거주춤 러닝머신을 걷는 것이 좀 부끄럽기도 했었다. 인스타그램 이나 페이스북, 유투브에서는 멋진 여자 러너들이 많던데. 나도 그렇게 되고싶다 라는 생각은 오랫동안 했지만 조금 달려볼까하면 숨이 차오르고 발바닥이 아파오는 탓에 포기하기를 여러번. 뛸수는 없지만 걸을 수는 있다. 만보는 못 걸어도 6000보 정도라면 매일 채울 수 있어. 어느 일본 소설에서 주인공이 말했듯이 변하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