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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 Glove Jul 13. 2019

우선 살부터 빼고 오겠습니다.

1-4 살 빠지는 일상

뉴욕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이코노미로 결제했더니 곧 좌석이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이메일이 왔다. 잦은  출장으로 항공사 플래티넘 멤버가 된 덕분이다. 자주 있는 일 이지만 왠지 기분이 좋다. 뭔가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주라는 시간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찬장의 불닭볶음면부터 꺼내서 버렸다. 두시간거리의 한국마트에서 사와서 쟁여두었던 짜파게티와 김치라면도 아낌없이 버렸다. 퇴근 후 피곤한 상태에서 간편하고 자극적인 라면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니까 아예 버리는 것으로 배수진을 친 것이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 아껴둔 떡볶이 재료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도 비웠다. 없으면 안 먹겠지. 벌써 허전하다.

결국 답은 덜먹고 안먹는 것인가. 주말에는 장을 봐야겠다. 쉽게 썩어 버리는게 반인 야채들도 사서 꾸준히 먹어야지. 밀가루와 쌀로 만든 음식들은 한동안 절제해야겠다. 당연히 탄산음료수도 끊어야지.

벌써 배가 고파온다. 언제 사왔는지 기억도 나지않는 분홍색 납작 복숭아를 꺼내 깨물어 먹었다. 적당히 오래된 복숭아는 없어지는게 아까울 정도로 달콤했다.


배고파서 기운은 없지만 운동해야지. 아파트 내 gym으로 향했다. 테니스 코트를 가로질러가면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데 왜 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새하얀 아이팟을 귀에 꽂은 채 다운받아온 넷플렉스를 틀었다. 지루한 유산소 운동을 버티기엔 넷플렉스가 제일이지. 영화한편 볼 동안 기울기를 좀더 올려서 걸어야겠다. 마음은 어벤져스처럼 슝슝 달리고싶지만 현실은 속도 3.5도 벅차다. 내일은 아마존에서 운동하면서 입을 사우나복을 구입해야겠어.


'I want you~I need you~'

폰에 있는 노래 중 가장 시끄러운 노래로 알람을 맞췄는데도 아침에 눈을 뜨기가 너무 힘들다. 어제 그거 좀 걸었다고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다. 내가 정말 운동을 안하기는 안했구나. 원래 계획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30분간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멋진 직장인의 모습으로 출근을 하는 것이었는데 알람을 계속 미루다보니 샤워도 겨우 하고가게 생겼다. 뜨거운 물로 근육통을 녹여버릴듯이 샤워를 하고, 서둘러 파운데이션을 두드리고 스텔라 섀도우와 아이라이너를 펴발랐다. 출장 중 면세점에서 구입한 나의 소중한 입생로랑 립글로즈도 발라주었다. 이제 얼굴이 좀 사는 것 같다. 대충 옷장에서 옷을 골라입고, 어젯밤 냉장고에 넣어둔 진한 아메리카노 얼음을 텀블러에 넣고 커피물을 부은 후 챙겨서 나왔다. 자동차에 시동을 키고 한 모금 삼키니 좀 살 것 같다. 역시 아침엔 카페인이 필요해.


회사 생활의 꽃인 점심시간. 외국회사 답게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타코 샐러드가 유혹을 하는데 샐러드를 선택하기가 너무 힘들다. 샐러드에 닭튀김을 얹어먹는 것으로 합의. 어제 저녁부터 배고팠는데 이제 좀 살것 같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오후 일과가 끝나고 퇴근시간이 왔다. 불편한 구두는 서랍에 잘 넣어두고 나의 신상 나이키 운동화로 갈아신은 채 발걸음도 가볍게 회사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어야 하나.

사실 평일의 소소한 재미란 회사의 맘 맞는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만들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맥주나 와인을 즐기는 것인데 앞으로 2주간은 그럴 수 없다. 혼자 먹어야 하고 적게 먹어야 한다. 금주는 너무나 당연하고. 나 할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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