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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 Glove Jul 16. 2019

우선 살부터 빼고 오겠습니다

2-2 여자의 변신은...

몸에 꼭 맞는 하늘색 진에 구찌 벨트.

허리부분을 묶는 슬리브리스 화이트 셔츠.

빨갛고 앙증맞은 YSL 백에 맞춘 빨간 애플 컬러의 네일.

안 그래도 늘씬한 몸매를 더 늘씬하게 만들어주는 디올의 슬링백 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니겔이라도 된듯, 에이미는 산뜻한 손놀림으로 제시의 옴브레 헤어로  잡지에 나온 모델처럼 탄력있는 컬을 잡아주었다. 안그래도 예쁜 그녀의 뷰티풀한 변신을 잠시 넋을 놓고 구경하고있었다.

' 아 향기 좋다! 이거 뭐야?'

' 아 이거 배드 헤어의 헤어 스프레이야. 나도 이 향 좋아해.'

패션 업계에 종사하면 다들 저런 스킬 정도는 기본으로 장착하는 건가.

'너는 어떻게 지내?'

'응...나? 뭐 그냥저냥.'

' 나 너 비즈니스 클래스 타고 출장 다니는 것 인스타에서 봤어. 부럽다.'

진짜 부러운 것인지 제시에게만 옷이며 헤어 메이크업을 해주는 것이 미안해서 말돌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듣기 싫은 말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보내주는 거라...아직 내 개인 돈으로 비즈니스 탈 클라스는 아니야...하하.'

'그래도. 난 가끔 조지아에 애들 보러 가고싶은데 뉴욕 생활비가 만만치 않다보니 짬이 잘 안나네.'

에이미의 눈은 여전히 거울 속 제시의 모습에 고정되어있었다.

'제시, 미안한데 내가 메이크업을 좀 손 봐줘도 될까?'

'응 나야 좋은데...'

아까부터 혼자 있는 내가 신경쓰이는지 힐끗 눈치를 본다.

' 야 너 몰라보겠는데. 너무 예쁘다. 메이크업도 하면 진짜 너무 이쁘겠는데?'

오버스럽게 반응하며 제시의 등을 떠밀었다. 에이미는 어반디케이의 아이섀도우와 맥의 루비우 립스틱을 꺼내 섬세하지만 거침없는 손길로 제시의 얼굴에 스모키 메이크업을 덧칠해 주었다.

'와...너 정말 예쁘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우리 이제 놀러나가자.'


에이미는 DSLR카메라를 챙기고 제시에게 갈색 챙 넓은 모자를 챙겨주었다. 내게도 비슷한 모자를 건네며,

'너도 이 모자 써보지 않을래?'

' 아냐 난 모자 쓰는 거 별로 안 좋아해.'

둘이서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여기가 그 유명한 덤보구나. 저게 브루클린 브릿지 인가보네.

제시가 포토 스팟에 서자 에이미의 손은 바빠졌다. 누가보면 화보촬영이라도 하는 줄 알 정도로 쉬지않고 사진을 찍어댔다.

'우리 저 회전목마 옆에도 가서 찍자.'

처음엔 어색해하던 제시도 어느샌가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Hey, how are you?'

긴 머리를 묶어 올린, 수염이 잘 어울리는 백인남자가 말을 걸었다. 몇 걸음 뒤에서 걷던 나는 대화 내용을 못 들었지만 에이미와 제시가 어깨동무를 한채 포즈를 잡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잠시 걸음을 멈췄다.

'너도 이리와!'

제시가 손을 흔들었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제자리에서 서서 기다렸다.

내가 봐도 예쁘다 저 둘. 어느 자리에 있어도 주목을 받을 것 같은 늘씬하고 예쁜 저 둘 사이에 끼기가 갑자기 불편해졌다.

'Humans of New York 사진사래. 우리 얘기를 올려준대. 너도 찍지 그랬어.'

'글쎄. 나는 그런거 별로 안 좋아해서.'

거짓말이다. 페북에서 Humans of New York 업데이트는 꼬박챙겨봤고 나도 주목 받아보고싶었다. 하지만 제대로 꾸미고 나온 둘 사이에 껴서 초라해 보이는 건, 이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더 끔찍했다.


알록달록한 무지개 베이글을 사먹고, 수상 택시를 타고 나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다.

'너희들 선호알지? 선호도 우리 저녁 먹는데 와도 될까?'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그래, 오라고 해. 대학 동기들끼리 모여보자.'

라고 대답했다.


저녁을 먹으러 가기전 옷을 갈아입으러, 정확히는 에이미가 제시에게 새 옷을 세팅해주러 아파트에 들렀다. 제시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까만 미니 원피스에 디자인이 화려한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높게 올려 묶은 머리에 링 귀고리까지, 누가봐도 VIP 파티 걸 같았다.

에이미 스스로도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낮과는 달리 공들여 컬을 하고 반짝거리는 핀을 꽂았다. 하얀 원피스에 까만 긴 머리의 에이미는 예뻤다. 정말 얄미울 정도로 예뻤다. 속셈이 뻔하다. 선호 앞에서 제시보다 못나 보이고 싶지 않은 것 이다. 이러나 저러나 해도 청순컨셉은 먹히는 법 이니까. 제시와 대조되는 하얀피부에 스터드가 박힌 빨간 발렌시아가 힐을 신은 에이미는, 나도 모르게 힐끔거릴 정도로 예뻤다. 그리고 얄미웠다.

나도 눈치껏 옷을 갈아입었다. H&M에서 산 레드 여름 드레스에 청자킷을 걸쳤다. 머리를 깔끔하게 올려 묶었다. 제일 예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눈에 걸리적거리는 폭탄이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평소와 다르게 연한 살구색 아이섀도우를 펴바른 위에 두꺼운 블랙 아이라인을 그렸다. 눈 아래는 눈물 효과를 주기위해 스텔라의 펄 파우더도 살짝 뭍혀주었다. 베네피트의 블러셔로 뺨을 살짝 털어주고, 한국에서 사온 이니스프리 튤립색 립글로즈도 정성껏 발라주었다. 샘플로 받은 미니 디올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최대한 올려주고 메이크업을 마무리했다. 드레스 안에서 허벅지가 서로 맞닿으면서 쓸리지않도록 화장실에서 허벅지 사이에 데오도란트도 충분히 발라주었다.

여자의 자존심은 힐이라지만 지금 몸상태로 힐을 신었다가는 굽이 뿌러질 것 같아서, 사놓고도 아까워 신지 못했던 샤넬 운동화를 신었다. 비싼 새 신발을 신고나니 사라졌던 자신감이 차오른다. 이 비싼 걸 내 월급으로 샀다고! 에이미도 금세 눈치를 채고는 호들갑을 떤다.

' 이거 신상 샤넬 운동화 아니야? 나도 갖고싶었는데!'

내심 뿌듯해졌다. 이긴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프랑스 출장 갔다가, 파리 면세점에서 싸게 샀어.'

너무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톤을 누르며 대답했다.

'아 부럽다! 나도 출장 다니면서 면세점에서 쇼핑하고 싶어!'

'아니야 부럽기는...'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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