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로맨스 영화처럼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키스를 하거나 노란 트램을 타며 손을 잡지는 않았지만, 그 귀하다는 10분 거리의 동네 친구를 얻었다. 외국에서 살아본 사람은 안다. 모국어로 수다를 떨며 술 한잔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얼마나 찾기 힘든지와 그 존재의 가치를.
술 마신 다음날, 나는 예정대로 출장을 갔고 그 이후로 제임스 강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생각대로 나는 너무 바빴고 공장과 호텔을 왔다갔다 하는 것 만으로도 벅찬데 시차가 다른 미국 사무실의 회사 담당자들과도 저녁늦게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전달을 해야했다. 보통 그렇게 힘든 상황에 여유로운 사람을 보면 심통이 나곤한다. 하지만 리스본과 그 근처 소도시들을 돌며 나중에 꼭 가보라며 신난 어린아이가 자랑하듯 사진을 보내는 그가 이상하리만치 밉지않았다. 아니, 밉지않은 것이 아니라 사실 조금 기뻤다. 먼저 연락 한통 없는 선호 생각이 안 날 정도로.
포르투갈에서 돌아오는 길, 리스본 공항에서 하얀 박스에 든 기념품용 에그타르트를 사면서 나도 모르게 그가 또 우연히 어디서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도 기대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 I am going back to USA now. Let's hang out sometime after you come back
한국어로 쓰기가 약간 낯간지러워 영어로 문자를 보냈다. 답이 없다. 한창 신나게 여행 중인가보다.
또다시 네덜란드 공항을 거쳐 미국에 돌아왔다. 1주일만에 맞는 이 동네의 공기가 달콤하게마져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