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Annie Spratt
“안돼!”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내 바람과는 달리 돌은 아이의 정수리 위로 뚝 떨어졌다. 그곳에 있던 모두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이윽고 아이가 머리를 감싼 채 뒹굴며 악 소리를 질렀다. 근처에 있던 주춤이들이 아이에게로 우르르 몰려갔다. 얼굴에서부터 피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거울은 없었지만 아마 내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면 분명 하얗게 질려있었을 것이다. 손이 떨리고 구역감이 살짝 일었다. 작은 돌이라서 심하게 다친 것 같진 않았지만, 자세하게 확인하기엔 먼 거리이기도 했고 가까이 다가가려니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주춤이들은 아이의 머리를 확인하더니 일제히 고개를 들어 우리를 쳐다봤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그 희미한 얼굴들은 내 심장을 마구잡이로 쥐어흔들었다.
“뭘 보노! 드러븐 새끼들아.”
유나를 필두로 경아와 영욱이가 차례로 욕설을 외쳤다.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 친구들은 기가 죽어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나도 그 애들을 따라가기 위해 급하게 뒤를 돌았다가, 순간 중심을 잃어 넘어지고 말았다. 등 뒤에서 신경질적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려고 팔다리와 꼬리에 힘을 줬지만, 발이 서로 꼬여 다시 한번 넘어졌다. 이번에는 곳곳에서 큰 웃음소리와 야유가 터져 나왔다. 욕설도 간간이 섞여 있었다. 나는 엉망진창이 된 무릎을 털며 친구들의 눈치를 슬쩍 봤다. 유나는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진 채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의 나룻배 위는 무척이나 고요했다. 영욱이는 팔만 주물러댔고, 경아는 남은 돌을 저수지에 천천히 던졌다. 퐁당 소리가 날 때마다 잔잔하게 퍼지는 물결만이 침묵을 메웠다. 유나는 여전히 입을 꾹 닫은 채 노를 젓는 중이었고 나는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바닥만 응시했다.
머리를 감싸고 자지러지게 울던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달라붙어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아기가 만약 호연 아주머니네 아기였으면?’하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애가 벌써 그만큼 자라지 않았을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마음이 자꾸만 착잡했다.
어느덧 배는 나루터에 다다랐다. 나는 친구들 뒤를 따라 천천히 걷다가 매실나무 군락으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드가래이! 나는 여기서 좀 놀다 갈란다.”
경아와 영욱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곧장 집으로 향했고, 유나는 나와 남기로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지만, 유나의 표정이 아까보단 많이 누그러진 상태이기도 했고, 그 아이와 함께라면 사실 뭐든 좋아서 딱히 싫은 체를 하진 않았다.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흙바닥에 누워 따사로운 햇살과 청명한 바람을 맞았다.
“이제 매실도 없는데 여서 뭐할라고?”
유나가 물었다.
“그냥…. 여기는 사람들이 잘 안 오니까. 혼자 있기 좋다아이가.”
“와 혼자 있고 싶은데?”
유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나는 입술만 살짝 깨물다, 용기를 내서 말을 꺼냈다.
“아까 얼라 있다아이가…. 괜찮을까? 많이 아팠을 거 같은데.”
“그걸 만다꼬 신경 쓰노?”
“아줌마네 애기 생각나서….”
유나는 의아한 목소리로 “애기?”하고 작게 읊조리더니 곧 누구를 말하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는 아직 걷지도 몬한다아이가.”
“만약에 걔가 아줌마네 애기였으면, 그래도 돌 던졌을 거가?”
유나는 한참 동안 길게 “음” 소리를 내더니 뒤늦게 결론을 내렸다.
“당연히 안 던지지.”
“왜?”
“그냥…”
거기까지 말하고 유나는 팔을 들어 머리 위쪽에 나 있는 풀을 손으로 뜯기 시작했다. 풋풋한 흙내와 풀 향이 섞여 코안으로 들어왔다.
“내도 모린다. 가는 그래도 내가 아는 애잖아. 얼굴은 본 적 없어도. 그니까 안 던지겠지.”
유나는 말을 마친 뒤에도 계속 손에 잡히는 풀을 뽑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는 그런 유나를 보다가 눈을 감고 침을 꿀꺽 삼킨 뒤 진짜 묻고 싶었던 질문을 꺼냈다.
“그럼 만약에, 진짜 만약에 있다아이가. 내가 갑자기 보호소로 가게 되면… 내한테 돌 던질 거가?”
유나가 내 팔을 살짝 밀었다.
“뭔 소리고? 절대 안 그라지.”
“왜?”
“니는 내 친구다아이가. 그리고 애초에 니네 부모님이 니를 글로 보낼 리도 없고.”
내가 여전히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자, 유나가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내가 우리 엄마랑 이모야 설득해 볼게.”
그제야 나도 모르게 미간과 이마에 주고 있던 힘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뭐라고 말할 건데?”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게 해달라고.”
그 말을 듣자 비죽 새어 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유나는 함께 웃으며 내 손을 잡고 팔을 위아래로 힘차게 흔들었다. 팔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푹신하면서 까끌까끌한 촉감이 느껴졌다.
“근데 또 만약에….” 내가 다시 질문을 시작하자, 유나는 양쪽 눈썹을 가볍게 들썩였다. 내가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만약에 니랑 내랑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내가 보호소에서 쭉 살았으면. 내한테 돌을 던졌겠지?”
그 순간 힘차게 흔들리던 팔이 멈췄다. 유나는 이윽고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생각에 잠겼다. 그 애의 양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갈수록 내 심장도 따라서 주저앉았다. 유나가 조용해지자 온 산이 함께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한참 뒤 유나가 내 손을 조금 더 세게 쥐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던졌을 거다…….”
나는 유나의 까만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툭, 툭. 솔방울이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유나도 나를 따라 벌떡 일어났다.
“그만 들가자.”
유나는 답하지 않은 채 내 뒤에 바짝 서서 천천히 발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