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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재환 Nov 06. 2021

사랑을 글로 배운 사람의 이야기

와 줄다리기를 할 때

나는 사실 한웅큼 줄을 숨겨 뭉쳐 잡아 당기곤 해

난 누구에게도 목매고 싶지 않거든

네가 날 당길 때 나는 끌려가면서도 내 손에 남아 있는 한 웅큼만큼의 줄을 생각해

내가 필요할 때면 이 줄을 풀어 조금 멀어질 수 있게 말야






욕심이 없는 척 하지만 난 사실 되게 욕심이 많다

가지고 싶은건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어려서는 많이도 졸라댔다

때론 욕심이 나를 괴롭게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하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 포기라는 걸 필수적으로 배워야했다

쥔 손에 든 걸 손을 펴서 털어내는 걸

그리고 가능하면 손에 쥐지 않는 법을

한 발 물러서는 걸

그리고 돌려지지 않는 고개를 자꾸만 돌리는 법을






참는게 이기는거라고 배웠었다

눈물은 감추라고

웃으면 즐거워진다고 오대수처럼


너를 아프게 했을 때

어느 날엔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났다


거짓같았던

내가 걸어왔던 길들에 균열이 생기고

잘 감춰왔던 내 가면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눈물이 나 가면을 쓰고 있기가 힘들었지만

가면을 벗기가 두려웠다

그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흉측한 무엇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어떻게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발버둥쳤다


가면속으로

때론 보이는 거짓은

비추어진 형상일 뿐이다

그림자는 진실의 뒤에 드리워진다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건너편 세상은 위험한 것일 뿐이다

나를 다르게 하는 것


나는 영원히 여기에 있을테다

내게 주어진 곳에서

내게 허락된 것만을 느끼고

보고 믿으며

나를 지키며





사랑을 글로만 배운 사람에게

사랑은

읽고 들은 것과는 너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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