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아무런 말 없이 도망치기 전에
회사 정원에 외부인들도 들어와 앉을 수 있는 벤치와 오두막 쉼터가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직원들이 앉아 있고 점심시간을 지나고 두세 시쯤 되면 정원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우릴 대신해 앉아 계시지요. 대부분 친한 사람과 같이 나오지 않고 혼자 나오셔서 핸드폰도 잘 보시지 않고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만 들을 뿐 아무것도 안 하십니다. 가만히 오두막 기둥에 기대거나 옷으로 얼굴을 덮고 누워계십니다.
가만히 있기만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기 안에 쌓인 시간이 많은 사람이기에 시간의 소리를 듣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시간을 축적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를요.
나는 가만히 앉아 시간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내 시간을 늘 빠르고 정신없게만 만들어 내게 말할 기회를 준 적은 없지 않습니까?
시간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시간도 내게 아무런 말도 하기 싫어 혼자 가버릴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저만치 떠났을 때 다시 불러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왜 시간에게 말할 여유를 주지 않는 걸까요?
지금 시간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영영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시간에 집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