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by 주명


여름 저녁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태양 덕에 환하지

가을 저녁은

일찍 찾아오는 달 덕에 어슴푸레하다.

어두워서 그다지-라는 마음이 자주 드나든다.

하지만 빌딩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빛과 가게 간판의 조명, 길거리의 가로등과 신호등, 자동차 라이트가 더욱 잘 보이는 계절이다. 인위적인 빛이라 낭만이 없다고 핀잔을 듣겠지만, 가을 저녁을 환히 밝히는 건 그런 빛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간을 지나야 여름에도 빛나고 있던 게 보인다.

이제서야 빛난 게 아니라,

가을이 되면 잘 보일 수밖에 없다.

빛나고 있어도

누군가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해서 상심하지 않기를.

빛날 수 있는 계절이 오지 않은 것뿐이다.

그렇게 나의 계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걸어가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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