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만든다
안타깝고 화가 나지만 세상은 불의하고 불행하며 불평등과 불공정이 도사리며 가진 자는 기세 등등하며 부족한 자는 주눅 든다.
왜냐고 물으면 딱히 나도 무엇이 어때서인지 그 근본이 어디인지 설명하지 못하겠다. 아직 나는 세상에 깊숙하게 들어가 보지 못했기에. 많이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가장 기운 빼는 답은
'세상은 원래 그렇다는 것' 아닐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살아야 하는 삶.
내일이면 또다시 같은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을 가진 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시간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정직하게 온다. 그 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가게 만든다. 그럼 그들은 거부하지 않고 또 착실하게 산다.
나는 이 기울어진 세상에 평범하고 조금은 부족한 자들이 계속 살아내는 것에 존경을 표한다. 나의 존경이 그들의 괴로움을 전혀 완화시킬 수 없다. 밤마다 깨고, 한숨짓는 삶을 대신 살 수 없다. 나의 아픔이 내 것이듯 그들의 아픔은 여전히 그들만의 아픔이고 괴로움이니까.
사실 나는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불편함과 공포를 가지고 사는지 모른다. 그저 내 작은 괴로움에 빗대 볼뿐이다. 감히.
우린 여전히 내일을 또 살 것이고 또 온갖 추악함과 불의들을 경험할 것이다. 내 부족함의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왜 이런지 해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묵묵히 또 살아갈 것이다.
우리의 걸음이 이 어지러운 세상을 단번에 바꿀 수 없다. 우린 내일도 힘이 없는 자로 살 테니까. 우린 아무런 준비 없이 이 곳에 태어났으며 내일도 준비 없이 산다. 인생을 대비할 수 있다 믿는 어리석은 현인은 없다.
그러나,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이 이해되지 않는 세상을 살아감으로 세상이 정화된다고 믿는다. 힘들어서 파스스 부서지고도 남을 삶인데 그 자리를 버티고 산다. 그 버팀이 세상을 조금 더 올바르게 만들어가는 가장 큰 힘이다.
우리의 버팀은 세상을 세워가는 능력이다.
이 세상이 무너지지 않은 까닭은 우리다.
나는 우리가 반드시,
능력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될 거라 믿는다.
그러지 않고서
우리가 이 곳에 태어난 이유가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