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면 익숙한 길도 여기가 어딘가 싶을 정도 낯설다. 버스는 늘 같은 노선을 따라 달리지만 택시는 기사가 원하는 대로, 승객이 원하는 대로 달리니까.
기사가 원하는 대로 달리면 잠시 딴짓을 하다 창 밖을 봤을 때 낯선 풍경이 눈 앞으로 다가와 '지금 잘 가고 있는 게 맞는가'하고 갑자기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된다. 덜컥 겁도 난다.
인생이 이렇지 않은가. 잠시 딴 길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늘 비슷한 곳을 달리다가 잠시 한 눈을 팔면 지금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진다. 원래 인생이 이랬던 건지 저랬던 건지 분간이 안 간다.
그러나 전부 무섭거나 낯설지는 않다.
가끔은 뿌듯하다.
인생을 가보지 않은 방향으로 가도 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