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인가, 욕망인가
목표가 있으면 삶이 활력 있고 전진하게 된다. 그러나 때론 목표가 우리를 집어삼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많은 방법들이 있다. 누군가는 성실하게 해낼 것이고, 누군가는 갖은 술수를 쓸 것이다. 오직 내 길을 갈 것이고, 남이 가는 길에 발을 들여 짓밟으면서 갈 것이다.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바람이고 인생에서 한 번쯤은 보란 듯이 해내야 하는 과업이다. 바라는 것을 성취하면 보람과 희열이 뒤따른다. 목표를 향해 걷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과정이 늘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해서 아무렇게나 걸을 수 없고 복잡하고 험난한 길을 걷는다 해서 나 자신을 자책할 이유는 없다.
목표를 향해 갈 때 절대 잊지 않아야 할 한 가지 신념을 꼽자면
'나 자신 스스로를 가치 없이 여겨서는 안 된다.'
나는 자주 원하는 일들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과정 중에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내게 보상이 있었으면 한다. 목표를 이루기까지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러나 목표를 목표 그 자체로 보지 않고 목표에서 쏟아져 나올 보상을 바라게 되면 그때부터 목표는 내가 정복해야 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목표가 나를 휘두르며, 나를 삼키려 든다. 목표는 욕망으로 변질되기 쉽다. 가끔 돌아봐야 한다. 목표보다 보상을 더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를.
가령, 어떤 사람의 꿈이 가수가 되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가 '노래가 좋아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어서 사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는 제왕이 되기 위해서라면 가수는 목표가 아니라 욕망이다. 보상만을 바라는 것이다. 함부로 탐하는 것이다.
바라던 목표를 성취하면 보상이 쏟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살았다. 어쨌든 꿈을 이뤘으면 보상이 따라오는 건 당연한 이치라 여기며.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이지만 내가 그것만 성공하면 반드시 안정적이고 멋있는 삶이 보장될 거라 믿었다. 목표가 아닌 욕망을 원했다.
나는 목표라 말하지만 타인이 봤을 때는 욕망인 것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가야 할 길이 분간이 안 간다. 무엇을 위해 가야 하는지 잊는다. 목표를 쥐어야 할 사람이 목표에 쥐이기 시작한다. 도전의 출발선에 서 있던 꿈 많던 순수한 사람은 사라지고 무언가 많이 변한 존재가 멈출 줄 모르고 돌진한다. 걸어야 할 나 자신을 믿지 못해 버리고 괴물이 되어 달려간다.
내가 바라는 목표는 나를 성장시켜야 하지 나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되어선 안된다. 꿈을 가진 당차고 부드러웠던 자가 어느새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계해야 한다. 목표에 도달했을 때 나는 여전히 꿈을 가지고 사는 청춘이 될 것인가 괴물이 될 것인가? 꿈을 이뤘지만 그게 내가 아닌 괴물이라면 꿈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꿈 조차 괴물의 손에 쥐어진 자신을 경멸할지도 모른다. 때로 어떤 가치들은 누구의 손에서 자라나느냐에 따라 다른 열매를 맺는다.
앞으로 갈 때 내게 어떤 보상이 이뤄질 것인지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다행이다. 무엇인 줄 안다면 그때부터는 보상을 내 손에 쥐기 위해 더 빨리 달리기 위해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를 것이고, 비정상적인 방법을 쓰고 꿈을 이루겠다는 핑계로 나 자신을 돌보지 않고 버릴지도 모른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승자인 시대에서 느림의 미학과 땀의 과정과 눈물의 인내를 기꺼이 내 삶에 모셔올 사람은 드물 거라 생각한다. 우린 욕심이 가득하지만 숨기며 사는 존재니까.
내 마음속에는 계속 욕심과 욕망들이 싹을 틔우고 있지만 그 싹에 물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 목표가 진정 목표답게 남아 인간다운 인간으로 꿈을 이루고 싶다. 만약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낙담하겠지만 나는 꿈을 향해 가는 청춘이지 보상을 바라는 거지가 아니다.
목표에 휘둘리지 않고 천천히 걷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끔은 빨리 달려 도착하고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