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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Nov 18. 2020

독일 학교의 신발통에 담는 크리스마스

평범한 주말 오후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 어디론가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새카만 한 무리의 철새 떼들이 시내를 배회하고 있던 주말 오후였다.

추운 겨울이 다가옴을 알리는 듯 밤인지 낮인지 헛갈리게 어둡고 습한 독일의 전형적인 11월 날씨가 시작되었다.

늘 그러하듯 시간은 소리 없이 흐르고 약속이나 한 듯 계절은 변함없이 다른 옷을 갈아입는다.


얼핏 보면 언제나와 같은 잿빛 하늘을 이고 있는 시내 건물 들은 이전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고개 들어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의 일상 속 구석구석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중에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걱정과 불안 속에 자꾸 작아져 가는 우리의 위축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독일은 시내 중심가뿐만 아니라 동네 큰 길가에도 빨간색의 마스크 착용 권고 포스터들이 눈에 띄게 붙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뿐만 아니라 건물 안과 밖 거리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제 우리는 마스크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고 저 하늘을 자유로이 나는 철새들처럼 어디론가 훌쩍
떠나지도 못한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에 대해 늘 상기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달라진 모습들이 어느새 적응이 되고 그것이 평범한 일상이 되면 어느 날 우리에게 그 이전 지금 과는 달랐던 일상 들은 어땠더라? 하며 애써 기억을 떠올려야 할 순간이 찾아올지 모른다.

토요일 오후..

작년 이맘때 와는 확연히 다른 시내 중심에 우리 집 막내와 친구 렌하트를 데려다주었다.

이 변화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자체가 기적 같은 때에..

코로나로 학교에서 수업 중에도 마스크를 써야 하고 그럴 수 없는 체육 시간 은 아예 수업마저 없는 시기에 우리로 하면 중학교 1학년이 되는 김나지움 7학년 아이들의 자기들끼리 시내 나들이는 특별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 특별한 나들이의 이유는 학교 크리스마스 이벤트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품들 이에요. 크리스마스 즘이면 독일 창문가에 달아 놓는 종이로 만든 별,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 하는 종이접어 만로 만든 천사 ...
쨈 먹고 비운 병들에 초 녹이고 크리스마스 데코 얹어 만들은 양초 받침대 ...집마다 쨈 빈병들 모아다 주고 데코 만들 재료들 공급은 엄마들이 ..작품 제작은 아이들이..
아이들이 만든  자연 방향제 에요.오렌지 등의 과일향이 납니다.1년전 사진 인데 마치 몇년은 된것 같아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생각도 못하는 일이라 그렇겠죠?
막내가 다니는 김나지움의 강당에서 열린 2019년 크리스마스 시장 풍경 이에요.아이들이 손수 만든것들을 아이들이 판매 하고 있어요.
크리스마스 시장 대신
신발에 담는 크리스마스


그 이벤트는 Weihnachten im Schuhkarton 의역하자면 신발통에 담는 크리스마스


보통의 11월은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독일 겨울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또, 일조량이 적고 흐린 날이 많아 전반적으로 어두운 시간들이 많은 때다 그래서 어둠의 시간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 반해 수많은 크리스마스 이벤트와 공연들과 파티들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들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직장이나 학교에서 여는 크리스마스 파티, 줄지은 크리스마스 공연 들 그리고 동네마다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려서 사람들은 가장 어둡고 눅눅한 시기를 활기차게 보내기 때문이다.동네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서면 사람들은 달콤하고 고소한 구운 넛츠 냄새와 계피향이 뒤섞인 따끈한 글뤼와인의 냄새를 안으며 핸드메이드 크리스마스 장식품들, 초,카드,등 등 선물 꺼리들을 돌아 보며 크리스마스 마켓 안을 구경 다닌다.그러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모닥불을 피워 놓고 따끈한 글뤼 와인을 마시며 (우리의 정종 같이 따끈한 와인) 크리스마스 느낌 가득한 체 크리스마스를 준비를 한다.그 자잘한 시간들이 모여 밝고 반짝이는 색색의 작은 데코 전구처럼 어두운 날씨를 자꾸 축축 쳐지려는 마음을 밝히고는 했다


그중에서도 크리스마스 이벤트의 꽃은 아이들 유치원과 학교에서 개최하는 크리스마스 바자 또는 크리스마스 시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이때 평소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과 학교는 근사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변신한다. 아이들의 작고 귀여운 손으로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초, 크리스마스 카드, 크리스마스 과자, 크리스마스 장식품 들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들의 주머니를 아낌없이 열게 했고 꼬마 장사꾼 들을 웃게 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만들고 판매해서 모인 수익금들은 일부분 유치원이나 학교의 후원금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 나누는 곳으로 보내 지고는 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지 못하는 다른 세계의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것으로 쓰이고는 했다.


그런데 올해 크리스마스 이벤트와 파티 그리고 공연들이 코로나로 인해 당연히 줄줄이 취소되었다.

우리 집 막내가 다니고 있는 김나지움은 해마다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공연과 크리스마스 시장을 열고 그 수익금으로 많은 곳에 후원을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로 크리스마스 시장을 열 수 없었던 학교는 그럼에도 아이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Weihnachten im Schuhkarton이라는 이벤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물론 원하는 아이들에 한한 자발적 참여다.

7학년의 경우 세명이 한조가 되어 누구나 집에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신발통, 운동화 나 신발 살때 담아 주는 신발 박스 하나에 선물을 담아 준비하는 것이었다.

이 이벤트는 Die Samariter라는 단체에서 1993년부터 시작한 크리스마스 선물 나눔의 이벤트다. 그동안 150개국이 넘는 나라의 178만 명이 넘는 아이들 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 방법으로는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부터 신발통에 아이들이 좋아할 장난감, 학용품 등을 넣어 기부하는 것 등의 다양한 기부 방법이 있다.


지난 주말, 막내는 렌하트 와는 시내에서 백화점 등을 다니며 선물을 골라 준비하고 에드리안 과는 준비한 선물을 포장하는 일을 했다.

선물 받을 아이들을 5세에서 9세 사이의 남자아이로 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어린 시절? 자기네들도 좋아했던 장난감들... 공, 자동차, 등을 담고 색연필, 공책, 초콜릿, 칫솔....등을 담았다.

세 아이가 각자 선물값으로 8유로 정도 들여서 준비했다. 한화로 하자면 약 만원 정도 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신의 용돈 중에 만원으로 준비한 선물을 신발통에 담아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 중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를 나눈다.

선물은 준비하는 사람 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설렘과 기쁨 그리고 따뜻함을 함께 가져다준다.

멀리서도 선명 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우리는 아이들의 이벤트 덕분에 덩달아 미리 크리스마스 같은 설레는 주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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