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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Nov 23. 2020

스무 살이 된 딸내미를 위한 삼시세끼


베를린으로 대학을 간 딸내미가 가족과 함께 생일을 보내고 가기 위해 집으로 왔다.

기차 역으로 배웅을 나간 우리는 3주 만에 만난 딸내미와 포옹하고 인사할 겨를도 없이 마스크 쓴 채로 곧장 우리 병원으로 데려가서 바로 코로나 테스트부터 했다.

베를린 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나 독일 내에서 코로나 위험지역 중에 하나 이긴 매한가지나 대도시인 베를린에서 매일 생겨 나는 코로나 감염자 빈도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기에 매일 환자들을 만나야 하는 우리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기 전에 테스트부터 했다.

누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의무조항도 아닌 혹시나 해서 우리가 선택한 일이지만

긴 시간 기차 타고 온 아이를 추운 날 따뜻한 집밥은커녕 테스트부터 먼저 해야 하는 현실에 이놈의 코로나 소리가 절로 나왔다.

독일 은 아이가 태어 나자 마자 이름이 새겨 있는 팔찌를 채워 준다. 그 당시 딸내미 이름을 몇 개 지어놓고 정하기 전이라 김이라는 성은 마치 이름처럼 사용 됐다.

아침 식사


딸내미는 집에 도착한 다음날 꽃 같은 나이 만 스무 살이 되었다.

아이의 스무 번째 생일을 집에서 함께 보낼 수 있음에 더없이 감사하며 태어나 저 작은 팔찌를 차고 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아기가 벌써 스무 살 이 되었구나 싶어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는 아이가 좋아하는 노란 에그 스크램블과 색깔 맞춰 썰어 담은 초록색 오이, 빨간 방울토마토 , 하얀 모자렐라 치즈 오렌지빛 달콤한 오렌지와 빨강 베리, 빵에 넣어 먹을 햄과 살라미를 접시에 돌려 담고 갗구워낸 빵과 크림지츠, 빵에 바르는 아몬드 크림을 두고 정다운 아침 식사를 했다.

우리의 아침 식탁에서는 아이의 베를린 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주가 되었다.

기숙사 방이 작지만 방한이 잘 된다는 것도 아이의 방 창문에서 자동차와 찻길이 아닌 나무와 숲이 내려다 보인다는 것도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금세 슈퍼가 나온다는 것도 모두 반가웠다.


어릴 때도 우리 딸내미는 이렇게 온데 묻혀 가며 짜장면 먹는 것을 좋아라 했다. 그게 엊그제 같은데....
으리집 엄마표 짜장면

점심 식사

그다음 점심메뉴는 딸내미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엄마표 짜장면.. 작게 자른 감자, 양파, 돼지고기를 짜장과 함께 센 불에 볶아 만든 옛날식 짜장에 스파게티 면을 삶아 데쳐 만든 짜장면인데 아이가 맛있다 맛있다 소리를 연발하며 먹는다. 너무 얇지도 굵지도 않은 스파게티 면을 골라 끓는 물에 올린븐오일 몇 방울과 소금 작은 한 스푼을 넣고 잘 삶아 내면 면이 빨리 불지도 않고 제법 먹을만한 짜장면의 면이 된다.  

사실 베를린은 독일에서 한국식당이 많은 도시 중에 하나이고 그외에도 먹을 곳이 많고 많은 곳 중에 하나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부분 록다운 중이라 가서 먹을 수 있는 데도 없고 기숙사 방 안에서 온라인 수업과 과제를 하느라 시간이 없는 딸내미는 주로 빵, 샐러드, 요구르트, 과일, 간단한 파스타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했다.

이 구역의 멋쟁이는 나야 나! 유치원 다닐 무렵 딸내미는 누가 너 이쁘다 멋지다 하면 당돌하게 나도 알아 라고 대답해서 우릴 폭소케 했다.
우리 집 포키 볼

저녁 식사

생일의 하이라이트인 저녁은 원래 많은 메뉴를 계획해 두고 있었다.

그런데 딸내미의 남자 친구가 늦은 오후 시간에 점심도 안 먹고 와서는 신경 쓸까 봐 이야기도 안 하고 배가 고팠던지 주방에 와서 뭐 도와줄 것 없냐고 서성 거리는 바람에 어찌나 마음이 급하던지 다 생략하고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된 메뉴는 요즘 독일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인 우리의 비빔밥을 닮은 이키키 포키 볼이다.

하와이에서 건너왔다는 와이키키 포키 볼은 우리의 비빔밥 그릇 같은 큰 그릇에 밥 또는 여러 가지 곡식 중에 하나를 담고 그위에 피자 토핑 올리듯 원하는 채소, 고기, 생선, 콩, 건과류 또는 과일, 소스 등을 얹어 비벼 먹는 것이다.

생긴 것도 먹는 법도 비빔밥과 거의 흡사하다 단지 토핑 재료들을 잘게 자르고 채소와 고기들 뿐만이 아니라 생선류, 해산물, 과일 콩류 건과류 등등 취향과 기호에 맞는 선택의 폭이 좀 더 다양하다는 것이 접근성을 도왔던 것 같다.

와이키키 포키 볼은 무엇이든 이렇게 작게 썰어 놓으면 토핑 재료가 될 수 있다. 완두콩, 망고, 빨간 무, 파 등등.*사진출처:Fit for Fun.
독일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와이키키 포키 볼*사진출처:Waikiki Poke Bowl-Kassel
내가 한국 요리강습을  하는 문화센터  파티에서 직접 만들어 대접한  김중희 표 컵 비빔밥
나의 한국요리 강습 메뉴 중에 하나로 자주 선택했던 누룽지 비빔밥

어쨌거나 비주얼은 우리의 비빔밥과 큰 차이가 없으나 들어가는 토핑 재료가 조금 더 다양한 와이키키 포키 볼.. 딸내미 생일 상에 오른 우리 집 포키 볼 에는 페타 치즈, 망고, 양상추, 오이, 토마토, 피망, 적양파, 루꼴라, 샐러드용 미니 상추, 불고기 양념한 쇠고기 볶음 그리고 바싹 하게 튀긴 돼지고기를 간장 양념에 빠르게 조려 낸 깐풍기 도 토핑으로 쓰였다.

거기에 간장 소스와 고추장 소스.

남편은 평소 닦기 힘들다고 자주 꺼내지 않는 잔 까지 꺼내 들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 작고 작던 아이를 품에 안아 들었을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20번째 생일을 맞이 하였고

남자 친구에게 꽃 선물을 받을 만큼 성장했으니 남편도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다.

그러다 비쌴잔 깬 거는 비밀이고 말이다.

태어난 딸내미를 받아 들고 감동의 순간이던 남편
막내가 누나의 생일케익을 위해 예쁘게 크림 바르고 데코 했다.딸내미 남친이 선물한 한아름 꽃다발
후식 생일 케이크


함께 먹은 생일 저녁은 다른 날 보다 더 즐겁고 풍성했다. 음식이 많아 서도 아니고 특별한 메뉴 여서도 아니었다.

이제는 가족이 모여 조촐하지만 함께 생일맞이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해져서였다.

거기에 인터넷의  발달로 런던에 있는 큰아이가 지 동생 생일 축하한다고 영상 통화를 해 왔다.

영상 통화 중이던 큰아들 까지 합세한 우리는 딸내미 스무 살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딸내미가 저를 닮아 동그란 얼굴에 커다란 눈을 가진 인형을 생일선물로 받고 너무나 행복해하던  그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생일 축하 노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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