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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19. 2021

거울아 거울아 저 아줌마 누구니?


오래간만에 햇살 퍼지는 포근한 주말 아침이었다.

인간세상이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시끄럽던 말던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흐트러 지게 핀 자목련은 말없이 아름답다.크림색에 핑크빛을 그러안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며 아직도 겨울 잠바를 끼어 입고 엉거주춤 산책을 나온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어이, 이 보세요? 지금 봄이라고 집에 달력 없니?"


온 동네 나무마다...

겨우내 어디서 지내다 몰려들었는지 모를 둥지 튼 새들의 밝은 소리들로 그득 하다.

그 나무 가지 사이사이에 앉은 새들은 어느 곳에서 날아왔던 코로나 테스트 나 자가격리도 필요 없다. 날고 싶으면 날고 쉬고 싶으면 걸터앉아 쉬면 된다. 그 작은 새들의 여유로움과 아무도 몰래 새들의 양식을 나뭇가지 사이에 걸어둔 따뜻한 마음이 봄날 햇빛 받아 투명하게 반짝인다.


머리 위로 퍼져 가는 햇살은 초록의 풀잎 사이 사이를 골고루 비춰준다.

그 조명빨 받아 드러난 하얀 거위 꽃과 노란 민들레는 눈도 내리고 우박도 오고 비도 나리는 오락가락 4월이지만 독일에도 틀림없이 봄이 왔음을 인증한다.


어깨 위로 드리워진 한줄기 햇빛 안고 우리는 걸음을 재촉한다.

비싼 햇살 퍼질 때 집에도 해야 할 일이 쌨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어두침침한 날씨에 노안 와서 잘 안 보인다는 핑계로 미뤄 놓은 봄맞이 청소를 오늘은 해볼 참이다.



집안 구석구석 들어오는 햇빛은 자꾸 팔을 걷어 부치게 만든다.

뿌옇던 창문들도.. 계단에 들어찬 뽀얀 먼지도... 

우리 집 멍뭉이 나리 털갈이하느라 날아 다니는 뭉게구름 같은 하얀 털들도...닦고...쓸고...담아낸다.

손길 닫는 곳 마다 봄을 드려 놓을 준비를 마친다.


내친김에....

얼굴덜룩 하던 욕실 거울도... 칙칙 약 뿌려가며 열심히 닦는다.

말끔해져라... 말끔해져라... 주문을 외우며...


그렇게 점점 깨끗해지는 거울을 들여다 보며 허걱 하고 놀란다.

비 온 뒤 호수보다 더 맑아진 거울 안에는 뚱뚱하고 심통 사납게 생긴 아줌마 하나가 들어가 있다.

세상에나... 오마나.. 맙소사.. 뉘신지...

나는 나도 모르게 묻는다.

"거울아 거울아 저 아줌니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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