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세상이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시끄럽던 말던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흐트러 지게 핀 자목련은 말없이 아름답다.크림색에 핑크빛을 그러안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며 아직도 겨울 잠바를 끼어 입고 엉거주춤 산책을 나온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어이, 이 보세요? 지금 봄이라고 집에 달력 없니?"
온 동네 나무마다...
겨우내 어디서 지내다 몰려들었는지 모를 둥지 튼 새들의 밝은 소리들로 그득 하다.
그 나무 가지 사이사이에 앉은 새들은 어느 곳에서 날아왔던 코로나 테스트 나 자가격리도 필요 없다. 날고 싶으면 날고 쉬고 싶으면 걸터앉아 쉬면 된다. 그 작은 새들의 여유로움과 아무도 몰래 새들의 양식을 나뭇가지 사이에 걸어둔 따뜻한 마음이 봄날 햇빛 받아 투명하게 반짝인다.
머리 위로 퍼져 가는 햇살은 초록의 풀잎 사이 사이를 골고루 비춰준다.
그 조명빨 받아 드러난 하얀 거위 꽃과 노란 민들레는 눈도 내리고 우박도 오고 비도 나리는 오락가락 4월이지만 독일에도 틀림없이 봄이 왔음을 인증한다.
어깨 위로 드리워진 한줄기 햇빛 안고 우리는 걸음을 재촉한다.
이 비싼 햇살 퍼질 때 집에도 해야 할 일이 쌨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어두침침한 날씨에 노안 와서 잘 안 보인다는 핑계로 미뤄 놓은 봄맞이 청소를 오늘은 해볼 참이다.
집안 구석구석 들어오는 햇빛은 자꾸 팔을 걷어 부치게 만든다.
뿌옇던 창문들도.. 계단에 들어찬 뽀얀 먼지도...
우리 집 멍뭉이 나리 털갈이하느라 날아 다니는 뭉게구름 같은 하얀 털들도...닦고...쓸고...담아낸다.
손길 닫는 곳 마다 봄을 드려 놓을 준비를 마친다.
내친김에....
얼굴덜룩 하던 욕실 거울도... 칙칙 약 뿌려가며 열심히 닦는다.
말끔해져라... 말끔해져라... 주문을 외우며...
그렇게 점점 깨끗해지는 거울을 들여다 보며 허걱 하고 놀란다.
비 온 뒤 호수보다 더 맑아진 거울 안에는 뚱뚱하고 심통 사납게 생긴 아줌마 하나가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