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May 09. 2021

글쓰기 와 라테마끼아또


몇 년 전 누군가 내게 물었다."블로그 왜 하세요?"

그 질문은 바꿔 말해 "글쓰기 왜 하세요?"였다.

그때는 한참 블로그에 재미 들려서 1일 1포 스팅을 할 때였고

블로그를 하게 된 계기가 글을 쓰게 된 계기였기 때문에 주저 없이 답했다.

"한국에 계신 가족들에게 우리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 드리려고요!"

분명 그랬다. 톡으로 미주알고주알 다 쓸 수 없는 것들을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써서 올리면서 친정엄마에게 또는 지인들에게 우리의 근황을 알려 드리고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을 그렇게 나마 공유하고 싶었던 이유 그게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작가라는 과분한 명함을 받았지만 글의 내용이 독일에서의 일상을 담고 있다는 것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이제 글쓰기는 내게...

주말이 되면 빵가게에 들러 갗구워낸 빵과 라테 마끼아또 한잔을 픽업하듯

노트북 앞에 앉아 독일에서 내가 만난 삶의 순간들을 적어 내는...

나만의 주말 습관 또는 작은 의식 같은 것 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쓰다 보니 어느새 열개의 매거진이 되고 또 쓰다 보니 두 개의 브런치 북이 생겼다.

그리고 쓰고 있는 이 글을 발행하게 되면 499개째 글이 될 것이다.

그다음 글을 발행하게 되면 500개의 글을 쓰게 되는 거다.

그런데...

그 숫자의 무게 때문일까? 오늘은 왠지 글이 잘 써지지 않고 몇 년 전 받았던 그 질문이 자꾸 떠오른다. "글쓰기 왜 하세요?"

앞에 노트북을 펼쳐 두고 앉았는데 자꾸 머뭇거리게 된다.

마치 무작정 길을 걷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질문을 만났을 때처럼...




괜스레 작가의 서랍을 한번 눌러본다. 제목과 소제목 또는 문장 몇 줄이 다인 글들이 고개를 내민다.

작가의 서랍은 나만의 메모장이다. 머릿속에 머물던 내 일상의 사건들이 어느 때는 너무 바쁜 와중에도 문장이 되어 비집고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 큰제목과 소제목 또는 문장 몇 줄이라도 작가의 서랍에 적어 둔다.

마시던 와인 킵해두는 것처럼...

그래야 차분히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날 내가 무엇을 쓰고 싶었던지 잊지 않고 이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제목만 달랑 사투리 넘나드는 밤에 라고 적어 두었는데 끝내 내가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쓰지 못한 해프닝도 있었다.

이렇듯 글 쓰고 싶은 소재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작가의 서랍 안에서 대기하고 있건만 어느 것 하나도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나 스스로 에게 묻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새벽마다 닭이 알을 낳는 것도 아니고 매번 특별할 것도 없는 글을 계속 쓸거니?"

매거진의 이전글 한 시간이 만들어 낸 월요일의 마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