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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24. 2021

내 맘속에 작은 물방울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며칠 전 병원에서였다. 오전 근무가 끝나고 직원들과 백신 접종과 여름휴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독일에서 일반 회사는 각개인 별 여름휴가를 직원들끼리 서로 겹치지 않게 나누어 간다. 그러나 우리처럼 개인 병원들은 여름에 2주 에서 3주 정도를 여름휴가 기간으로 잡고 병원 문을 닫는다.

그를 위해 휴가 기간이 겹치지 않는 동료 병원들과 서로의 휴가기간 동안 환자 진료를 교대로 나누어 본다.


이런저런 여름휴가 이야기를 하다가 직원 B가 자기는 이번 여름에 꼭 터키를 가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터키를 못 간 지 3년이나 되었다며 말이다.

그녀는 독일에서 태어난 터키 사람이다. 그 덕분에 독일어와 터키어를 완벽 소화한다.

가끔 병원에 독일어를 잘 못하시는 터키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이 오시는 날이면 B를 보고는 너무나 행복해하신다.


그런데....

나는 독일에서 태어나 자란 그녀가 그리도 터키를 향수 짙게 그리워하는 것이 신기했다.

태어나 자라는 동안 독일에서의 시간이 대부분 이였을 그녀가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처럼 고향을 이야기하다 울컥하는 모습이 남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너는 여기 부모님이랑 동생들 바로 이웃에 살고 있고 친구들도 모두 여기 있는데 터키 가 그렇게 많이 가고 싶어?"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녀는 "그렇기는 하지만 친척들도 모두 터키 계시고 터키 땅을 밟고 공기를 마셔야 에너지가 충전이 돼" 라고 했다.

이 친구 고향에 대해 자기 뿌리에 대해 진심이네... 싶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태어났다 해도 이방인이라는 마음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짠한 마음에 입가에 애잔한 미소가 걸렸다.


나는 그 친구에게 " 코로나 백신 접종도 했으니 이번에는 꼭 터키에 다녀와"라며

나는 "한국 못 간 지 5년이야" 했다.

그랬더니 그녀의 그 큰 눈이 튀어나오도록 커지더니 "그러면 엄마를 5년이나 못 만났어? 진짜?" 하고 되물었다.

나는... 그러네.. 진짜...

엄마를 못 만난 지 5년이네.....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드르륵 하고 소리를 냈다.

마치 눈물 참고 있는 아이에게 너 울어? 하고 물으면 드르륵 데굴데굴 하며 구슬 같은 눈물 방울이 흘러내릴 때 나는 그런 소리가 말이다.


개인병원 개원을 준비하느라 못 가고.. 그 후에는 병원일에 적응하며 멘땅에 헤딩하느라 못 가고... 그러다 코로나를 만났다. 그 세월이 벌써 5년이 흘러 버렸다.

사실 작년 2월에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런데 그때 한국 상황이 코로나로 좋지 못했다 병원일을 하고 있다 보니 그 상황에 한국으로 갈 수가 없었다.

일정을 미루었다 그리고 한 달 후 독일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비행기 표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에서 살며 한국에 계신 가족들을 자주 못 만났고 경조사가 있어도 제때 가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건 해외에 산다는 이유로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5년이나 못 가기는 처음이다.


엄마를 못 만난 지 5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남의 입으로 확인을 하고 나니 마음속에 작은 물방울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마치 언젠가 산책에서 만났던 잔잔해 보이던 그 호수에서 처럼...


멀리서 볼 때 잔잔이 흐르던 호수는 가까이 다가가니 그 물 위로 끊임없이 작은 물방울들이 자잘한 동그라미를 그리며 뽈록 거리고 올라오고 있었다.

모습이 흡사 호수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자기네들도 그곳에 있다는 것을 넌지시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 내 맘속에서도 어쩌면 이런 감정의 조각 들이 함께 살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맘 한가운데서 끊임없이 올라오던 작은 물방울 들을 마주 하며 멍 때리고 있던 저녁..

타이밍 절묘하게도 오래된 절친으로부터 브런치 댓글을 통해 연락이 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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