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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29. 2021

100년 된 독일 집의 50년 된 가스보일러


100년된 집의 버라이어티


독일은 문화재도 아닌데 100년 넘은 일반 가정주택 들 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 이유는 100년 된 집들을 다 부숴서 새로 짓기보다 그때마다 필요한 부분들을 보수 공사해서 고쳐 사용해 온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전에 살던 집은 130년 된 집이었는데 2차 대전 때 폭격 맞아 집이 옆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우리 같았으면 진작 새로 짓지 않았을까? 싶게 기울어진 건물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몸이 저절로 기울어지는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하고는 했다

그 집은 우리로 하면 빌라 같이 한건물 안에 층마다 1집씩 5가구가 살고 있었다.

우리는 독일식으로 2층에 살았는데 안 그래도 자세가 안 좋아 평상시에도 고개가 기울어져 6시 15분인 나는 그 건물 살며 일상이 요가였다.


왜 독일식 2층이냐 하면 독일은 우리와 층수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없는 땅층이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의 1층을 독일에서는 땅층이라 부르고 우리의 2층이 독일에서는 1층이라 한다.

즉 우리는 그때 우리식으로 3층에 살았다는 말씀.. 우리로 5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은 둘째고 2년 동안 계단 올라갈 때 와 내려갈 때 각기 다른 각도로 옆으로 살짝 기울듯이 올라가는 법을 터득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집도 100년 된 집이다. 50년 전에 3층을 다시 지어 올리기는 했으나 건물을 몽땅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때마다 부분적으로 공사한 것이라 사용된 건축 자재들 중에 더 이상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한마디로 100 전년 건축부터 50년 전의 건축이 한자리에 모여 컬렉션 중인 집구석 이라고나 할까? 좌우지 당간 그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가 해마다 버라이어티 하다

그중에 하나 이번에 소개할 것은 우리 집 100년 된 지하실에 놓여 있는 50년 된 가스보일러 다.



50년된 가스보일러
그거이 문제로다


독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보일러는 전기로 사용되는 히터 하이쭝이다. 그런데 우리처럼 가스보일러로 되어 있는 집들도 더러 있다. 전기 히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전기값을 낼 때 우리는 가스 사용비를 낸다

독일은 도시가스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가스보일러일 경우 가정집용과 업소용으로 나뉘어 각각 가스보일러가 따로 설치되어 있고 가스 사용양을 확인할 수 있는 메터기가 따로 달려 있다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시에서 검침을 나오고 가스보일러 상태를 확인한다.

그전에 살던 집은 가정집 가스보일러 였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원래 독일 레스토랑 이었어서 업소용 가스보일러 다.

이 큼지막한 가스보일러는 50년 세월을 우려먹고 있지만 아직도 건재하다.

단지 종종 뜨거운 물이 안 나오는 골 때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만 빼고는 말이다.


몇 년 전 춥고 추운 한겨울 아침이었다.

세수하려고 물을 틀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거다.

아.... 또 뭔가 잘못됐구나 난방전문 기술자 인 헬빙 아저씨에게 전화를 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당장 씻기는 해야겠고 기술자 아저씨가 다녀 가려면 며칠은 걸릴 게고 일단 차디찬 물로 씻었다. 그 와중에도 남편은 “정신이 번쩍 들지 않니?” 라며 웃었지만 나는 "그려 정신이 반짝 들다 못해 심장마비 오게 생겼어 계룡산 계곡의 얼음을 깨고 씻으면 딱 이럴 거구먼"이라며 가뜩이나 자고 일어나 눈꺼풀과 한 몸이 된 눈을 가열 차게 흘겼다.


그날 이후 2주 만에 약속이 잡혀 기술자 아저씨가 다녀 갔고 문제는 가스보일러로 연결된 말하자면 따뜻한 물,온수를 만들어 내도록 물통이 연결되어 있고 불을 댕겨 점화시키는 통에 문제가 생겼던 거다. 그 점화 통에 불을 붙이고 나서야 우리 집에 다시 따신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는 코로나 가 없던 때라 따뜻한 물이 안나오던 2주 동안 우리는 수영장과 헬스장을 오가며 씻고 다녔다. 집 나온 사람들처럼...

그 후로도 잊을만하면 아침에 계룡산 계곡의 얼음물 같은 찬물이 쏟아졌다.



뜨신물이 안나와도 무섭지 않다


우리는 기술자 아저씨에게 차라리 가스보일러를 바꿔 버리는 것이 어떻겠느냐 물었다.그랬더니 가스보일러는 아직 쓸만해서 완전히 멈춰 버릴 때까지 사용하는 것이 났겠고 그 온수통 달린 점화 통이 문제 이기는 한데 그 통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쓰다 버리는 것이 났다고 했다.왜냐하면 가스보일러 자체가 50년 된 거라 그 모델은 더 이상 시중에 나오지도 않고 거기에 맞는 온수통이 연결된 불을 붙이는 점화 통은 더더군다나 구할 수가 없으니 차라리 두 개다 쓸데 까지 쓰다가 한꺼번에 새것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뜨신물이 안 나와 물 끓여 쓰는집도 있던가? 나는 쓸만한 것은 버리지 않고 계속 쓴다는 실용주의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럼 차라리 새 것으로 몽땅 바꿔 버리자며 "얼마면 돼요?”라는 남의 때 지난 대사를 읊조렸다.

그랬더니 기술자 아저씨 동네 슈퍼에서 과자값 이야기하듯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두 개 합쳐 재료비만 약 만유로?"아 젠장...한화로 재료값만 천삼백만 원 공사비 인건비 합치면..ㄷㄷㄷ

나는 쌈빡한 목소리로 답했다 "역시 쓸데 까지 쓰는 게 좋겠어요"


그 후로도 우리는 갑자기 뜨거운 물이 안 나오면 옛날 우리 어릴 때처럼 애들 앞세우고 뒷 세우고 플라스틱 통에 비누 담아 들고 목욕탕에 목욕하러 가듯 수영장을 오가야 했다.그리고 너무 급하면 커다란 들통에 물을 끓여 썼다.옛날 울엄니가 우리 키울때 처럼...

그러던 어느 날 지하실로 따라가서 기술자 아저씨가 도대체 어떻게 가스보일러 점화 통에 불을 댕기는지 유심히 관찰? 하고 아저씨가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자세히 보니 그 방법이 예전 한국에서 우리 집 부엌에 있던 가스레인지 사용법과 비스끄리 해 보였다.가스 밸브 열고 돌려서 불의 세기를 단계별로 켜면 이글이글 불꽃이 보이던 그가스레인지와 말이다.


어 이거 잘하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은 거다.

그렇게 어느 날 남편이 "또 꺼졌다,헬빙 아저씨에게 전화해야겠다"라는 말로 찬물이 쏟아 짐을 알렸다

이번에는 "내가 한번 해 보겠슈!" 하고는 기술자 아저씨가 하던 대로 가스 밸브를 풀고 돌려서 정확한 타이밍에 불을 댕기는 것을 해 보았다.

처음에는 그게 보기에는 간단해 보였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 돌리는 속도와 불의 세기가 타이밍 맞게 맞아떨어져야 켜지는 것이라 쪼그려 앉아 같은 동작을 무한 반복했다.

발에 쥐가 나서 야옹야옹을 서너 번 불러 재꼈을 때쯤 불이 붙는 소리가 슝 하고 들려왔다.

새해를 알리는 불꽃 폭죽 터지는 것보다 더 경이 로웠다.


그 후로는 몇 달에 한 번이던 몇 주에 한 번이던 며칠에 한 번이던 찬물이 쏟아지면 가스보일러에  붙이러 지하실로 내려간다.

이제는 하도 켜서 가스버너에 불 붙이듯 간단히 해결한다.고로 뜨신물이 안나와도 무섭지 않다.

남편의 "또 꺼졌나 보다 찬물 나온다"소리가 나면 나는 마치 대단한 기술자가 된 기분으로 으쓱해서는 지하실로 달려간다.

"아유 나 없음 가스불도 못 켜고 뜨신물 안 나와 어쩌나" 하며 온갖 유세 를 떨며 말이다.

그렇다 나는 독일의 50년 된 가스보일러에 불 붙일 수 있는 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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