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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02. 2021

백년된 독일집의 버라이어티  

집안 어디선가 물이 새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100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 한가운데로 강물이 흐르고 있던 독일의 시골 이였다.

그 시절에는 논밭 천지에 집이 여기 하나 저기 하나 있었고 아이들이 놀다 집으로 가려면 또랑 물을 건너야 했다. 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지도와 흑백 사진이 우리 동네 어귀에 장승처럼 세워져 있다.


나는 오며 가며 그지도와 사진이 걸려있는 현판을 종종 째려보고는 한다.

지금도 진행 중인 우리 집 물난리가 혹시 그때 또랑 물을 제대로 못 막고 집을 지어 그러나 하며 애꿎은 100 년 전 사진을 탓하며 말이다.

그렇다.

우리 집은 독일 변두리에 100년 넘은 주택이다.

그런데 지하실에 물이 새고 그로 인해 지하실 벽에 곰팡이가 폈다.

그동안 장장 반년 넘게 그 원인을 알아내고자 3개의 기술업체가 다녀 갔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어디서 물이 새는지 왜 새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 눈째림을 수시로 받는 현판 1910년도 동네 지도와 사진

그 기술업체들 이란 집과 건물에 관련된 수로관 공사를 맡아하는 기술 회사다.

바꿔 말해 물에 관련된 관에 문제 또는 결함이 생겼을 때 연락을 하면 원인을 분석해주고 해결해 주는 수로관 기술회사다.

그것을 위해 파트별 기술자들로 구성된 팀들이 회사 내에 각각 나뉘어 있다고 했다.

그중에서 우리 집을 다녀간 업체들의 팀들은 분석팀 즉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구성되어 있는 팀이다.

첫 번째 기술 업체의 분석팀 이 다년간 것은 가을 낙엽이 아직도 땅바닥에 쌓여 있던 작년 초 겨울 오후였다.


그 팀은 두 명의 기술자가 지하실에 이모저모를 샅샅이 들여다 보고는 기계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기계는 생긴 것이 길고 커다란 흡사 액션 영화에 나오는 바주카 포를 연상케 했다. 기술자 아저씨들은 그 기계로 습도를 잰다고 했다.

지하실 벽과 천정 그리고 사이사이를 면밀히 재다 보면 습도가 높은 곳이 나올 것이라고 말이다.

그럴듯했다. 습도가 다른 곳에 비해 눈에 띄게 높은 곳 그곳이 바로 물이 새는 범인인 것이다.

그 범인을 잡기 위해 아저씨들은 무거운 기계를 들고 열심히 구석구석 습도를 쟀다

그러나 그렇게 열라리 습도를 재었건만 범인은 끝내 잡을 수 없었다.

즉 물이 새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습도가 골고루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번째 업체에서는 지하실에 습도가 골고루 높다는 것만 알아낸 체 쓸쓸히 퇴장했다.


그리고 어느 날 두 번째 업체가 왔다.

두 번째 팀은 첫 번째와 다름없이 지하실 구석구석을 먼저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첫 번째에 비해 이번엔 장비부터 조금 달랐다.

이번에 온팀은 노트북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뭔가 프로페셔널한 스멜이 풍겼다.

그 노트북 같은 것에서 연결된 작고 긴 줄에 소형 카메라가 꽂혀 있었다.


그 소형 카메라로 집안에 연결되어 있는 수로관이라는 관은 다 훑었다.

그리고 어쩌면 1층 화장실이 물이 새는 주범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 이번에는 드디어 원인을 찾을 수 있게 된 건가 싶었다.

기술자 아저씨 들은 그동안 우리가 사용하지도 않던 1층 화장실의 변기도 떼어 놓고 세면대 관도 풀어헤친 체 빨갛고 얇은 줄에 매달려 있는 소형 카메라로 여기저기를 누비며 촬영했다.

그런데 그날도 촬영은 겁나 많이 했다만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이 돌아가고 남은 자리엔 죄 없는 화장실 변기만 덩그러니 떼어져 있었다.


도대체 물이 어디서 어떻게 왜 새고 있는 건지 이다지도 찾기 어렵다는 말인가?

이유를 알아야 막던 뜯어 내고 갈아 치우던 공사에 들어갈 것이고 그래야 곰팡이 피고 있는 벽도 해결할 것 아닌가?

별 소득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 번째 팀이 왔다.


이 세 번째 업체에서 파견된 기술 분석 팀은 두 번의 다른 업체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컴퓨터 분석 장비가 구비되어 있는 봉고차를 타고 왔다.

그리고 첫 번째와 두 번째처럼 집안 구석구석을 눈으로 확인하지도 않고 두 번째 업체에서 어쩌면 시작 점이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던 손님용 작은 화장실에서부터 검토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어쩐지 이번만큼은 다르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기술자들 모두가 각기 무전기를 들고 각각 맡은 수로에 카메라가 달려 있는 호수를 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내시경 검사를 하기 위해 환자의 목으로 관을 넣고 있는 의사처럼 조심스러워 보였다.

차 안에서는 마치 상황실처럼 여러 개로 쪼개지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바로바로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는 수로의 카메라 달린 호수를 더 넣어라 또 어디서는 빼라 하며 지시를 했다. 그 지시에 따라 수로관들의 상태가 계속 찍히고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도무지 새고 있는 수로관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벽 안이 젖도록 어디선가 물이 새고 있건만 그 물이 대체 어떤 수로에서 새고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기술자 중에  한 사람이 우리 집과 이웃집 울타리 사이에 다시 말해 우리 집 건물 끝에 벽면 밑으로 붙어 있는 작은 공간을 발견했다.

이 공간을 열어 보니 집안으로 들어가는 수로관들이 여럿 나왔다.

이건 우리도 처음 보는 공간이었다.

집 벽면에 이런 공간이 있으리라 짐작도 못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금 까지 검토하고 분석했던 수로 관들과는 또 다른 관들이 나왔다는 거다.

어쩌면 우리 집 물난리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중요한 단서를 쥐게 된 날이었다.  

지하실에 곰팡이가 핀지 반년 만에 3군데의 기술업체가 차례대로 다녀가고 5천 유로가 넘는 영수증이 나온 후의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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