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 백신접종 현장스케치
고인돌 시대 시스템
언젠가 우리가 독일 생활을 시작했던 동네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동안 군데군데 없던 가게가 생겨 나기도 했고 요기조기 조금씩 바뀌어 있기는 했지만 그 옛날 우리가 살던 곳은 사람만 바뀌었을 뿐 언제나처럼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마치 어느 모퉁이 돌아 이름만 부르면 그 옛날 함께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내 보일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급변하지 않고 한결 같이 천천히 걷는 것 같은 독일의 모습을 좋아한다.
성격은 급해도 정서는 아날로그인 나와 독일은 그런 면에서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병원 일을 하다 보니 그 정체된 것 같은 한결같음이 급한 일에 있어 때로 여러 가지 힘든 점을 야기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어떤 일이던 늘 서류가 한 다발씩 들어가야 끝이 나는 동네.
그런 독일을 사람들은 서류의 천국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서류가 많은 동네에서
아직도 전산화가 되어 있지 못한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는 거다.
그로 인해 마스크 쓰고 일해야 하고 비대면이 요구되는 시대에 사람이 굳이 오가야 하는 일이 많다.
더욱이 우리 병원처럼 환자의 60-70 프로가 노인층인 경우 집에 인터넷도 없고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는 분들도 다수다.
고로 진료예약도 병원으로 전화를 하거나 직접 와서 진료 예약 후에 예약 종이를 받아 간다.
이 얼마나 고인돌 시대 적인가.
인터넷 문명이 발달한 세상에 진료 예약을 손글씨로 써진 종이로 받아 간다니 말이다.
며칠 전 그로 인해 일어난 해프닝이다.
우리 병원 백신 접종 현장
스케치
우리 병원은 화요일 오후와 수요일 오전은 백신 접종을 하는 날로 정해 놓았다.
언젠가 글로 쓰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우여곡절도 한참이다.
그래도 어렵사리 정해진 후에 매주 행사? 하듯 접종을 하다 보니 이제는 접종도 루틴이 되었다.
그러나 수요일 이른 아침이면 다른 날 보다 일찍 출근해서 주사실과 집기들을 통째로 방역을 하듯 구석구석 소독 후에 냉장고에서 그전날 신줏단지처럼 모셔 온 백신을 가져다 주사기에 나누어 담는 준비 과정 또한 녹록지 않다.
그렇게 첫 타임과 두 번째 타임까지 사용될 백신 주사가 준비되면 시간대 별로 8시 30분, 10시, 11시, 11시 30분 접종 예약되어 있는 환자들이 밀려온다.(화요일은 점심시간에 준비하고 15시 30분 16시 30분 17시 30분으로 시간대별 접종이 이루어진다)
환자들은 도착한 순서대로 병원 입구에서 서류접수를 한다.
우리는 먼저 그타임에 접종 예약이 되어 있는 환자 인지를 확인 후에 의료보험 카드를 읽고 서류를 챙긴 후에 환자들을 환자 대기실로 나누어 안내한다.
(*독일에서는 환자들이 진료비 대신에 현금카드 같이 생긴 의료보험 카드를 내면 그것을 기계에 넣고 읽는다)
그리고 환자들이 들고 온 서류 에는 우선 환자 서명이 들어간 접종 동의서와 현재 열이 없고 가지고 있는 질환, 또는 복용 중인 약은 뭣이 있고 등의 간단한 진료 확인서가 있다. 거기에 직장에서 이 사람은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해서 꼭 접종을 해야 한다 등이 적혀 있는 접종 요청서, 이 사람은 병든 어머니 또는 아내를 돌보아야 해서 접종이 시급하다는 요청서 등이 첨가되어 있다. 보통 두세 장의 서류 많은 사람은 네댓 장의 서류를 들고 온다.
우리는 서류의 모든 칸이 다 채워져 있나 확인하고 서명란에 서명 빠진 것 있나 없나 꼼꼼히 체크하고
확인된 서류들을 환자별로 서류철에 딱딱 집는다. 거기에 노란색의 환자 예방 접종 패스를 꽂으면 서류접수 완료다.
휴우 서류 접수만 한참이다.
대문사진이 의사 싸인과 병원 도장받기 위해 대기 중인 환자별 접종 서류 차트다. 저게 6명 분의 서류차트인데 한 번에 10명 12명 차트를 쌓아 두면 베싸메무쵸가 아니라 서류에 무쵸다.
그리고 나면...
날짜와 타임별로 차이가 있지만 예를 들어 1차 접종과 2차 접종이 섞여 있던 7월 14일의 오전 8시 30분 타임 스케치는 이러하다.
1번 환자 대기실에 2차 접종 예약 환자들 6명, 2번 환자 대기실에 1차 접종 예약환자들 5명 1번 진료실에 가족팀 2명으로 이렇게 나뉘어 들어갔다.
1차와 2차 각각의 접종 설명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환자들의 서류 차트 준비 가 완료되고 대기실 입실이 이루어지면 우리 병원 원장 선생님이 환자별로 준비된 서류를 먼저 확인한다. 그다음 순서대로 대기실을 돌아다니며 설명회 나 수업을 하듯 단체로 백신 접종에 대한 설명을 한다. 여기서 개인 적인 문제로 꼭 백신 접종 전에 상담이 필요한 사람만 2번 진료실에서 따로 상담 후에 접종을 한다.
의사 설명이 끝이 난 대기실부터 순서대로 환자들은 주사실로 한 명씩 들어와서 접종을 한다.
그리고 나면 접종한 환자들의 예방접종 패스가 서류와 함께 꽂혀있는 서류 차트 들을 진료실 2로 가져가서 차례대로 싸인과 병원 도장을 받는다.
접종이 끝난 환자들은 다시 대기실에서 15분 기다리다 아무 이상이 없으면 귀가 조치한다.
이때 2차 접종이 끝난 환자들은 각기 두번의 접종 날짜와 스티커 그리고 병원 직인과 의사싸인이 들어간 노란색의 예방접종 패스를 돌려 받는다.
그패스를 들고 약국에 가면 핸드폰에 디지털 백신 접종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그증명서는 2차 접종 한 날 로부터 14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용 가능 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1 차 접종이 끝난 환자들은 서류들과 예방접종 패스를 모두 돌려 받고 2차 접종 때 다시 들고 오도록 되어 있고 2차 접종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는 예약 종이를 받는다.
요 예약 종이가 문제가 된 날이다.
그날 두 번째 타임인 10시 접종자 들의 접종을 모두 끝내고 11시 타임 접종자들이 오기 시작할 때까지 10시 접종 예약자 중에 두 명이 오지 않았다. 보통은 예약시간 전에 환자들이 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연락도 없이 늦는다면 뭔가 착오가 있는 게 틀림없다.
다른 직원에게 연락해 보라고 하고는 진료실에서 컴퓨터 업무를 하고 있었다.
백신 접종은 서류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환자 별 진료기록 데이터에 모두 빠짐없이 기록 저장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10시 타임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모두 마친 후 11시 접종자들을 위한 서류 접수를 하고 주사실로 막 들어갔을 때였다.
다음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