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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03. 2021

벽난로 땔감 나무 배달 오는 날

나무야 나무야 땔감 나무야


지난 토요일은 우리 집의 겨울 준비인 벽난로 용 땔감 나무 가 배달 오는 날이었다.

아침 먹자마자 우리는 식구대로 목장갑을 끼고 땔감 나무를 쌓을 준비를 했다.

맨손으로 나무를 들어 나르다 손에 나무 가시가 배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우리 집 땔감 나무를 받는 곳은 개인이 하는 곳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면 집까지 배달을 해 준다. 그만해도 일의 삼분의 일은 줄어든 셈이다.


벽난로를 설치한 첫해는 나무 예약할 시간을 놓쳐 우리가 직접 바우하우스라는 건축 재료 상가까지 가서 트럭에 나무를 싣고 집까지 가져와서 나무를 쌓았었다.(*김여사네 미션 임파서블)

작년부터 우리 집에 땔감 나무를 가져다주는 아저씨는 이웃집을 통해 알게 된 곳인데 아저씨네는 5살 된 쌍둥이가 있어 우리는 쌍둥이네라고 부른다.

쌍둥이네는 부부가 따로 직업이 있고 땔감 나무 판매는 취미로 한다고 했다.

웬 땔감 나무를 취미로 하나 했더니 쌍둥이 엄마가 몇 해 전 삼촌에게 유산으로 숲을 받았다고 했다.

(그소리듣고 숲을 가지고 있는 독일 삼촌이 없는게 아쉬웠다.)

처음 에는 숲에서 자기네 벽난로용 땔감 나무만 해다 썼는데 이웃집에서 나눠 줄 수 없겠느냐 부탁을 받아 점점 아는 사람들 위주로 몇 집 해주다 보니 입소문이 나서 아예 취미로 땔감 나무 판매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쨌거나 쌍둥이네 땔감 나무는 가격 대비 최고다.

어찌 아는고 하면 우리가 첫해에 바우하우스에서 샀던 나무는 최상급이라 했는데도 피울 때 그을음도 많이 생기고 재도 많았다.

그런데 쌍둥이네 나무는 잘 타고 재도 적다. 땔감 나무의 질과 건조 상태 등의 차이가 확연하게 났던 것 같다.

그래서 쌍둥이네 나무는 동네에서 인기가 많다.


띵동 하는 초인종 소리와 함께 우리는 평소 에는 닫아 놓고 있는 정원 문을 활짝 연다. 쌍둥이 아저씨는 자동차 뒤에 짐 싣는 칸을 달고 그곳에 나무를 한가득 싣어 우리 집 마당 안 까지 들어온다.

아저씨가 자동차 안에서 짐칸을 들어 올리면 나무들이 마당에 더러럭 소리를 내며 두두 득 떨어져 내린다.

짐칸을 들어 올려도 바닥에 남아 있는 나무들이 더러 있다. 그 나무들까지 빗자루로 쓸어내리고 나면 된다.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다음번에 한 번 더 같은 양의 나무 배달할 날짜를 이야기하고 나면 쌍둥이네 아저씨의 우리 집 1차 땔감 배달이 끝이 난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우리 일이 고스란히 남는다.

마당에 자빠져 계신 나무들을 볼때면 언제 다 쌓나 싶다.

보기에도 수북한 나무들을 마당 가운데에서 끝에 나무 쌓아둔 곳으로 옮겨 차곡차곡 쌓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여도 나무의 크기와 두께 그리고 길이에 따라 그 쓰임새가 각각이기 때문이다.

우선 나무들 중에 가장 크고 튼실한 것들은 맨 밑줄 그리고 끝쪽에 붙여야 나무들이 버티고 서는 지지대가 되어 준다.

그리고 가장 얇고 작은 것들은 벽난로에 나무를 뗄 때 불 붙이는 용으로 귀하게 쓰일 것이라 따로 빼어 둔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쌓여 한 줄 두줄 올라갈 때 면과 면을 잘 맞춰 올려야 한 줄이라도 더 잘 올릴 수 있다. 즉 나무 쌓는 것도 힘과 요령이 동시에 필요한 일이다.

나는 이렇게 벽난로용 땔감 나무를 쌓을 때마다 우리 어릴 때 사용하던 까만 연탄이 생각난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동그랗고 까만 연탄도 요령껏 잘 쌓아야 귀퉁이 깨지지 않고 삐뚤빼뚤하지 않게 틈 없이 잘 쌓을 수 있었다.

연탄광이라 부르던 곳에 까만 연탄이 빼곡히 쌓이던 날이면 엄마는 이제 겨울 걱정 없다며 미소 짓고는 하셨다.

바닥이 드러난 곳에 땔감 나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그때의 엄마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아 연신 웃음이 난다.



우리가 땔감 나무를 쌓고 있는 곳은 원래 우리 집이 독일 식당일 적에 야외 바비큐 하는 곳으로 쓰이던 곳이라 야외용 환기통과 작은 주방이 달려 있는 노천카페 같이 생긴 곳이다.

환기통 위에 지붕도 달려 있어 비 오는 날 그 안에서 커피도 마실수 있도록 생긴 곳인데 지금은 우리의 귀한 땔감을 넣어 두는 곳으로 쓰이고 있다.

내년쯤 해서 나무 쌓을 곳을 옆으로 만들고 나면 그곳은 벽칠 도 새로 예쁘게 하고 우리 집 노천카페로 사용할 예정이다.

어디까지나 우리의 계획에 의하면 말이다.


날짜 한번 잘 잡았다. 사람 손이 무섭다고 뭐든 야무지게 하는 딸내미까지 있는 날이라 네 식구 가 두 시간 반 정도 움직이니 마당에 놓인 그 많던 나무가 바닥이 났다.

우리 집 멍뭉이 나리도 신이 나서 "지두  보겠슈!" 하듯 작은 나무 들을 물어 나르며 여기저기 가져다 놔서 방해를 했지만 그럼에도 언제 끝내나 했던 일이 들어 번쩍이다.

줄지어 쌓여 있는 나무들을 보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이렇게 한번 더 나무를 받고 나면 우리 집 겨울 준비는 끝난다.

거실과 이어진 주방까지 식구들이 가장 오래 자주 사용하는 공간을 우리는 겨우내 벽난로를 사용한다.

이렇게 두 번 배달받는 나무 가 420유로 약 한화로 약 55만 원 정도 드는 셈이다.

집 전체도 아니고 일정 공간의 겨울나기 연료비로 만 생각하면 비싸다.

그러나 독일은 겨울이 길다. 거기다가 봄가을 그리고 여름도 음산하게 추운 날들이 있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아주 더운 한여름 잠깐을 뺀 일 년 내내 사용할 나무의 값으로는 괜찮다.

추운 날은 아니지만 쌓인 나무를 보니 벽난로를 피워야겠다.

남편은 춥지도 않은데 뭘 벌써 피우냐 잔소리를 한다.

그러나 나는 웃기지도 않은 노래를 부르며 작은 나무에 불을 지핀다.

"쌀 들어왔으면 밥을 해야지, 나무 들어왔으니 불 핀다.앗싸,오우 에에~!"


타닥타닥 나무 타 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이상한 콧노래에 추임새도 더해진다. "미 좋은 거 어절씨구...쾌지나 칭칭나네 .. 이번 겨울 춥다는데...저절씨구 ..걱정이 없네..쾌지나 칭칭 나네"

입으로는 이상한 노래를 주워 생키며 머리로는 저녁 메뉴를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연탄 들어오는 날 오징어 넣은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이 시고는 했는데 나는 돼지뼈에 감자 넣고 얼큰한 감자탕이나 보글보글 끓여야겠다.

 

나리는 지금 어떻게 하면 잽싸게 작은 나무를 입에 물고 튈까? 고민중^^
바닥에 있던 나무들은 쌓아 가기 무섭게 금새 위로 위로 올라 간다
나무를 쌓아 놓으면 일부러 집 밖에 나와 서서 우리집 나무 쌓인걸 보는 낙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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