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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16. 2022

독일에서 뻔뻔한 사람 상대하는 법

냉동 피자가 녹고 있어요!



독일은 부활절 연휴가 시작되었다

아이들 학교는 이미 부활절 방학에 들어갔고 금요일과 월요일은 공휴일이다.

공휴일의 독일은 상점도 마트도 문을 닫는다.

다행히 연휴 중간인 토요일에는 마트 문은 열지만...

그럼에도 독일 사람들은 부활절 연휴에 가족 친지들 방문도 있고 며칠 마트 문을 닫는 것을 대비해 미리 장을 넉넉히 봐 둔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마트는 장 보는 사람들로 평소보다 더 북적인다.

우리는 다른 때였다면 몇 군데 마트를 돌아다니며 장을 봤겠으나 한 곳에서 간단히 장을 보기로 했다.

집 근처에 있는 Tegut 마트는 가깝기도 하고 야채와 과일이 신선 하며 종류가 다양한 편이다. 웬만한 것은 다 있어 한번에 장을 보기에 편리하다.

거기다가 요즘은 한국 만두와 라면 정도는 여기서도 살 수가 있어 아시아 식품점 까지 가는 것 또한 줄일 수가 있다.


마트 입구에 들어서면 채소와 과일을 제일 먼저 만난다.

필요한 채소 토마토, 오이, 양상추, 빨강 피망을 카트에 담고 앞쪽 냉장칸에서 우유와 치즈를 담고 냉동고에 있는 한국 야채 군만두도 하나 담았다.

마트 중간쯤에 있는 마른 누들 칸에서 스파게티 누들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뒤에서”흠흠!”하고 헛기침을 해댔다.

뭐지? 싶어 뒤돌아 보니 웬 노 마스크의 아주머니가 카트를 바짝 붙이고 있었다.

좁은 통로여서 한 사람이 나가고 나야 다른 사람이 카트를 밀고 들어오기 적당 한 공간인데 그 몇 분이 기다리기 싫었던지 아주머니는 카트를 밀고 진격? 해 오고 있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내가 가려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우선 카트의 방향을 틀어 밀고 나가서 아주머니에게 공간을 확보해 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좁디좁은 공간에서 서로가 너무 바짝 붙어 아슬아슬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독일은 방역 조치가 완화되었다.

그중에 하나인 마스크 의무화를 풀었다.

이제 버스, 전차 등의 대중교통, 병원, 양로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상가, 마트 등에서는 원하는 사람만 마스크를 착용한다.

어차피 우리는 병원에서 일하는 내내 마스크를 착용한다.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리 불편하지 않다.

아무리 위드 코로나 라 해도 아직은 마스크를 벗는 것이 불안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를 가던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나는 좁은 공간에서 마스크 안 쓴 사람과 밀착 접촉을 하는 것보다는 내가 몇 분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노 마스크 아주머니 덕분에 바로 나가면 있던 부활절 토끼 초콜릿을 카트 밀고 한 바퀴 삥 돌아 서 다시 찾아갔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커서 더 이상 부활절 달달이 사냥 이벤트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부활절 에는 토끼 초콜릿 하나씩은 주고 넘어간다.

우리 집 멍뭉이 나리 것으로는 초콜릿 대신 개껌 하나를 담았다.


장을 다 보고 계산대로 향했다.

역시나 줄이 길다. 서너 군데의 계산대 중에 가장 짧은 줄을 제대로 고르기는 쉽지 않다.


독일 사람들은 장 보러 올 때 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카트 안에 장바구니를 넣고 그 안에 장 본 것을 담아 계산대로 오는데 뒤에서 보면 그 안에 계산할 것이 얼마나 담겼는지는 계산대 위에 물건을 꺼내 올려놓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을 때가 많다.

어느 때는 앞에 선 사람이 작은 장바구니 여서 별로 없겠지 하고 줄을 섰는데 그 안에서 옹달샘처럼 끊임없이 물건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때는 줄이 빨리 줄어 들어서 섰던 줄이 누군가 카드에 문제가 생기거나 해서 하세월 늦어지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나는 왼쪽 끝에 있는 계산대로 카트를 밀고 갔다.


앞에 세명이 있었고 첫 번째 사람이 계산을 마치고 있었다.

물건이 올라가 있는 계산대가 앞으로 밀려갔고 두 번째 사람이 계산을 하기 위해 앞쪽으로 나갔다.

나는 기다렸다가 계산대 위로 내 카트에서 계산할 물건 들을 하나씩 올려놓기 위해 허리를 구부렸다.

그 순간 누군가 뒤에서 "흠흠!" 하는 소리를 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그러더니 "저기요!" 하고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 진격의 노 마스크 아주머니를 또 보네요 하는 눈빛으로 “네?"하고 쳐다보았다.

아주머니는 너무연 하다는듯 내게 말했다.

"많이 사신 것 같은데 계산 양보해 주면 안돼요?"

아니 이게 무신 귀신 시 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말이다.


종종 계산대에서 계산 순서를 양보해 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물 하나 또는 신문하나 달랑 들고 있는 사람이 내 뒤에 있을 때 내가 장본 것이 여러 개 라면…

"먼저 가실래요?"하고 상대방이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는 아이가 보채는 상황이라 당황스러운 엄마 아빠 라면 먼저 계산하시라고 기꺼이 길을 터주기도 한다.

 너무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양보해   겠느냐?고 공손히 부탁해 오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스크 아주머니는 원래 그런 캐릭터인지 아니면 내가 만만해 보였던지 꿔준  달라고 하듯 너무나 당당하고 뻔뻔하게 양보를 원했다.

나는 무심한 듯 "내가 왜요? 그리고 그쪽도 적게 사신 것 같지 않은데요!"라고는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 두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통  상황에서 아무 소리 없이 차례를 기다릴 것인데 마스크 대신 철판을 둘렀는지 진격의 아줌마는 달랐다.

"저기요 내가 냉동 피자를 샀는데 내 피자가 녹고 있어요!"

나는 놀고 있네  담은 썩소를 피식 날리며 마스크로 가린 얼굴에서 뜨나 감으나 매한가지인 눈을 최대한 크고 날카롭게 번뜩이며 답했다." 저도 냉동 해산물 샀거든요  해산물도 녹아요!" 


몇 분 상간을 못 기다려 계산 양보를 강요하는 무매너에 뻔뻔한 사람 에게는 세게 대처하는 게 답이다.

아줌마는 생각보다 계산이 빨리 끝나고 자기 차례가 되자 계산대 가득 올라가 있는 자기의 물건을 보며 장 본 것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나 맞네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저도 적게 사지는 않았네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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