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 주택가 골목 안에는 집집마다 아름드리나무가 있다.
어느 집은 체리, 사과, 배 등의 과일나무들이 있고 또 다른 집은 산속 숲에서 봄직한 사철 푸른 키 큰 나무들도 있으며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하는 나무들도 있다.
따뜻한 봄날이 오면 사철 푸른 나무들은 그 푸르름을 덧입고 과실나무들과 꽃나무들은 화사하게 꽃을 피워낸다.
몇 주 전에는 하얀색 자주색 목련 꽃이 그 우아한 자태를 화려히 뽐냈다. 이번 주는 체리 나무 와 사과나무 차례다. 하얀 뭉개 구름처럼 몽글몽글 풍성하게 피어난 하이얀 꽃들이 빨갛고 굵은 달달한 체리와 사과를 예약한다.
멀리서 보면 커다란 안개꽃 다발을 안은 것 같은 아카시아 그리고 가지마다 분홍의 부캐 가 달린 것 같은 겹벚꽃은 바로 지금이 절정이다.
그 절정의 순간을 누비며 꽃 나무들 사이를 지나쳐 갈 때면 보고 또 보아도 어여쁜 꽃을 피워내는 나무들 사이를 오가며 지저귀는 작은 새들을 만난다.
이 귀여운 아이들은 흡사 만화영화 신데렐라에서 나오는 작은 새들을 닮았다.
왜 그 있지 않은가 신데렐라가 새엄마와 언니들의 구박으로 빨래를 몰빵하고 있을 때 작은 새들이 날아와 부리로 빨래를 물어 가져다 널어 주고 신데렐라는 노래 부르는 예쁘고 깜찍한 장면 말이다.
삐리리리리 지지지 다양한 소리를 내며 오가는 작고 귀여운 새들은 한컷의 사진도 허락하지 않고 나뭇가지에 앉았다가도 금세 날아가 버리지만 그 동작의 생동감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탐 스러이 꽃을 피운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새들의 맑은 소리가 마음속을 똑똑 누군가문에 노크 하듯 평온하게 두드린다.
그 이름 모를 설렘에 멍하니 서서 제대로 봄에 취해 본다.
이렇게 골목마다 봄 깊숙이 담기고…..
바라만 보아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봄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때면...
꼭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와 자동차 꽃가루 세례다.
바람 따라 흰색, 노란색, 분홍색, 색색의 꽃가루가 흩날리면 알레르기 환자들은 이 꽃다운 날
꽃가루 때문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야 하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재채기와 콧물 때문에 휴지로 콧구멍을 막고 살아야 한다.
독일에 오래 살다 보니 없던 알레르기가 하나 둘 생겨 난다.
사진 한컷 찍으려고 겹벚꽃 나무 아래 서서 핸드폰을 들어 올리는데 눈물이 소리 없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지나가던 이웃사촌이 웃으며 인사하고 간다
"눈물 나게 이쁘죠?"
나는 알레르기 때문에 매달린 눈물을 감성 쩔게 달고는 코가 맹맹해 맹한 목소리를 내며 맹구 처럼 웃으며 이야기 한다.
“네 겁나 예뻐요!"
밤새 집 앞에 세워둔 차는 꽃가루 들로 뿌옇고 누런 먼지 모양의 이불을 덮고 있다.
독일 주택가에서는 집안 또는 집앞에 지붕 있는 주차장을 만들어 차를 들여 놓은 집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차들은 집 앞 골목 자리 있는 곳에 주차를 한다.(물론 그구역 주민들만 주차할 수 있는 골목들도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 어느 때는 집 앞에 차 댈 곳 이 없어 한참 위쪽에 대기도 하는데
꽃 나무가 여기저기 줄줄이 많다 보니 자동차 위에 꽃가루 세례를 피할 길은 없다.
거기에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를 하며 날아다니던 작은 새들이 “급해 급해 난 요기!” 하고는 차위에 겨자 소스 얹듯 똥이라도 찍 하고 공중에서 뿌려 댈 때면...
꽃가루 먼지 위에 색깔별로 얼룩진 새똥으로 마치 자동차가 어디서 색색의 페인트총을 따발총으로 맞으며 서바이벌 게임 열라 뛰고 온 형상이 된다.
니차 내차 할 것 없이 그렇다.
그 덕분에 세차도 자주 해야 하고 눈물도 찔끔 거리며 다녀야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만연한 봄이 안겨주는 이 향기로운 설레임을 마음껏 만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