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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16. 2022

샴프 뭐 쓰세요?


날씨가 포근해 지고 꽃 들도 새들도 봄봄 거리는 봄이 오니 문득 맘 속에도 봄바람이 살랑 인다.

헤어 스타일 한번 바꿔봐?

누가 그랬던가 여자의 변신은 무죄 라고..

그런데 독일에서는 그 변신이 무죄가 아닌 적도 더러 있었다

언젠가 동네 미용실 가서 그눔의 스타일 변신 좀 해보려다 고장난 부챗살 펴진것 같은 단발 머리 가 된적도 있었다.

또 그언젠가는 비쌴 돈 쳐들여 파마 를 말았다가 자고 일어나면 옛날 동네 부녀회장님 머리로 부활되는 기적을 맛보았다.

밖에 나갈때 마다 미친년 꽃다발 같은 머리 일일이 펴느라 욕봤다.


그때 다짐 했다 내 다시 독일 미용실을 가나 봐라.

물론 그 다짐은 그 후로도 몇번 더 거듭 되어야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 헤어 디자이너들이 모두 실력이 없다고 폄하 하고 싶지는 않다.

어딘가에 누군가는 분명 엄청난 솜씨를 가지고 있는 분도 있을게다.

단지 내가 찾지 못했을뿐...

내가 다닌 미용실은 독일 에서도 깡촌에 가까운 곳에 있던  곳 들이였다.

주로 동네 주민 여러분 머리만 해 주던 분들 이여서 머리카락 몇알캥이 없으신 독일 할매들 일명 솜사탕 머리 만드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분들이 였다고나 할까?

나의 굵고 찍뻣은 숱많은 머리카락은 한국에서 조차 쉽지 않았는 데 그분들도 대략 난감 했을런지 모른다.


굵고 찍 뻣은 숱많은 나의 긴 생머리로는 딱 두가지 외에 할수 있는 스타일이 별로 없다.

언제나 하나로 질끈 묶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묶은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올려 일명 똥 머리 또는 사과 머리로 다시 돌려 묶고는 한다.  

숱이 많다 보니 그마저도 가끔은 머리를 올려 묶던 고무줄이 끊어 지며 표창 처럼 공중에 날아 가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머리를 풀고 있지니 길고 두꺼운 머리카락에 넉넉한 얼굴도 가려질 지경이 된다.

봄 바람에 하늘 하늘 한 원피스에 머리 풀고 있으면 영락 없는 처녀귀신 컨셉이 된다.


그래서 긴 머리 대충 묶고 살다 한국에 놀러 갈때 마다 동네 미용실에서 다듬고 파마 하고 장기간 버티 고는 했었다.

일이년에 한번씩은 한국에 다녀 왔으니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병원일이 바빠 못가다가 코시국이 겹쳐 한국에 못간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

그러니  바람에 싱숭생숭 해지고 뭔가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락모락 피여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머리를 짧게 한번 잘라 볼까?아님 과감하게 파마? 그도 아니면 염색을 해볼까?

지겨워진 헤어 스타일에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 맘이 간질 간질해 지고 있던 어느날 이였다.

병원 에서 환자를 진료실로 안내 하고 혈압등의 기본적인 것을 체크 하고 돌아 나가려는데

30대의 젊은 여자 환자가 내게 물었다

"염색 하신 거에요?" 나는 나도 모르게 입고리가 올라 가며 말했다.

"아뇨 원래 제머리 에요 빨강 머리로 염색을 해 볼까 고민 중이에요!"

그랬더니 그 젊은 처자가 손을 흔들어 가며 "지금 머리색 너무 예뻐요!"라고 했다.

분명 머리색이 예쁘다 말 했는데 누군가 에게 예의상 으로도 예쁘다는 말을 들었던거이 언제 였던가?기억도 안나는 터라 나는 눈은 차분히 웃고 있었으나 말은 호들갑 스레 나왔다

"어머나 진짜요? 근데 머리 숱이 많아 까매 보여도 들여다 보면 흰색이 더 많아요!"

그러자 그처자는 블링블링한 감탄을 쳐바른 눈빛으로

"샴프 뭐 쓰세요?" 라고 물었다.

내 살다 살다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 보았다.


한국에서는 샴프 모델 하는 사람들이나 어린 시절 동네 친구인 소연이 머리 정도로 반짝 거려야 받는 질문이 아니던가?

소연이는 이름도 여자 스럽고 생긴것도 청순한 것이 머리 마저 에브리데이 매직파마를 한것 처럼 촐촐하니 예뻤다.

캡모자를 쓰면 우선 커다란 머리통에 걸리고 숱많은 머리카락에 떠받들어 지던 나와는 상반 되게 그애는 머리통도 작고 머리카락도 얇아서 캡모자를 쓰면 그속에 머리가 쏘옥 하고 다 들어갈 뿐만 아니라 머리 카락도 모두 모자 안으로 들어 갔다.정말이지 신기했다.

거기다 모자를 벗으면 드라이 한것 처럼 자연스런 웨이브 마저 생겨 나고는 했었다.

나는 정성들여 관리 하고 돈 들이지 않아도 어여쁜 그아이의 자연산 헤어를 볼때 마다 복 받은 년 소리가 절로 나오고는 했다.


어쨌거나 그런 머리가 아닌 나의 빗자루 같은 머리 카락에 그런 황송한 질문을 해 주니 놀라 웠지만 주뎅이에선 솔직한 답이 발사 되었다.

"세일 나오는 거요!"


그날 퇴근 하고 나는 로스만 이라는 드록스토어로 달려 갔다.샴프를 사기 위해서 였다.

새로 사야 할때가 되기 도 했지만 병원에서 환자 에게 질환에  관한 것이 아닌 샴프 뭐 쓰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것도 무지 부럽다는 눈빛이 얹어진...

 어쩐지 관리 되지 않은 내 돼지털 같은 머리카락에 지이라도 신경을 써 줘야 할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마트에서도 간단한 화장품과 샴프들을 살수 있지만 데엠 이나 로스만 같은 드록스토어 에는 좀더 종류가 많다.

게다가 로스만 은 3개월에 한번 원하는 회원들 에게 10프로 쿠폰이 나온다.

쿠폰은 엡을 다운 받아 사용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여전히 집으로 배달 되어 오는 종이 쿠폰이 더 좋다.

그래서 지갑 에 민증 꼿아 놓듯 쿠폰을 넣어 두고 다닌다.

언제든 쓸수 있도록..


그날 고르고 골라 평소 라면 사지 않았을 머리 영양이 잔뜩 들어 갔다는 비싼 샴프를 사서 왔다.

보통 세일 나와서 2유로 3유로짜리 한화로 하면 3천원 5천원 하는 샴프를 쓰다가 쿠폰 써서 만오천원 하는 샴프를 담아 왔다.

비싼 샴프를 써서 그런지 왠지 머릿결이 부드러워 진것 같은 착각이 들며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나의 뻣뻣하게 뻣은 두꺼운 머리카락이 누군가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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