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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11. 2022

독일에서 강아지 목욕 이란?

독일 강아지 용품점에서...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고 브런치에 발행을 하고 나면 날 좋은 날 이불 빨래해다 널고 개운해하는 주부처럼 괜스레 뿌듯함이 차오른다.

출간을 한 전문적인 에세이스트도 아니고 어디다 기사를 써내고 있는 기자도 아니지만 꾸준한 글쓰기는 내 삶의 작은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 두는 힘을 가진다.

그 작은 것들이 모여 지난 나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내게는 그 순간이 언제나 특별하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글을 발행하면 늘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독자님 들이 계신다.

그중에는 한결 같이 댓글을 달아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좋아요로 발자취를 남기는 분들도 계시며 궁금한 것을 질문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 귀한 마음들에 보답하는 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글을 쓰는 것일 것이다. 익숙한 카페에 들려 늘 마시던 커피를 편안한 맘으로 한잔 마시듯 읽으실 수 있도록 말이다.

주신 댓글에 답글을 달아 드리려 애쓰는데 종종 제때 못 달아 드리기도 하고 때로는 짧은 답글로 대신할 내용이 아니라 언젠가 글로 써야 되겠다 싶은 내용들도 있다.

그런데 그 언젠가가 한참 전 일 때도 있다.


마침 우리 집 똥꼬 발랄한 4살짜리 멍뭉이 나리의 밥을 사러 강아지 용품점으로 간 날이었다.

한쪽 구석에서 강아지 위생 바디 티슈를 보자 어느 독자님이 남기신 질문이 휘리릭 떠올랐다.

독일 사람들은 우리가 빙수를 찾듯 여름이면 애나 어른이나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니며 먹는다. 그럴 때 가끔 줄 강아지용 아이스크림, 이번 여름엔 나리도 한번 맛 보여 줘야지!
강아지 생식용 냉동 사료들...

얼마 전 어느 독자님이 몇 가지를 궁금해하셨다.

첫 번째 질문.”독일에서는 매일 산책하면 강아지 물목욕을 매일 하기 힘들 텐데 주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독일 강아지 들은 한국처럼 자주 물목욕을 시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위생관념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멍뭉이 나리를 처음 만나고 집으로 데려 오게  곳에서 브리더에게 물었다

"목욕은 얼마나 자주 시켜 줘야 하나요?"

그때 그브리더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냄새나거나 더러운 게 묻으면요."

그리고는 자신의 황소? 만한 강아지를 가리키며 "우리 로미오는 3년 전에 씻었던가?"

세상에나 어떻게 강아지를 3년이나 안 씻겨?라고 뜨악하게 놀랐던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3년은 보편적인 예는 아니다.)

강아지용 위생 바디 물티슈와 수건, 샴푸, 비누...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브리더뿐만 아니라 강아지 훈련학교인 훈데슐레에서 만난 훈련사 한스와 다른 견주들도 모두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물론 3년보다는 그전에 목욕을 시켰지만 딱히 얼마에 한 번쯤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수의사 선생님들도 강아지 목욕에 대해 똑같은 의견을 이야기를 했다.

강아지들은 털갈이를 해서 자연스레 청결이 유지되니 자주 빗질을 잘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푸들, 두들, 시추처럼 털갈이가 아니라 털을 잘라 줘야 하는 아이들은 빗질이 아니라 미용해 주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너무 자주 물로 목욕을 시킬 필요는 없다. 오히려 씻긴 후에 제대로 못 말려 주거나 잘못된 샴푸를 사용해 피부병에 걸릴 수도 있다. 처음엔 그 "냄새나거나 더러운 것이 묻었을 때" 목욕시킨 다는 말이 한마디로 눈뜨고 못볼꼴 일 때 씻긴다는 소리로 들려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나리와 살다 보니 무슨 소리인지 점차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털갈이가 그냥 털 몇 가닥 빠지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기존의 털이 홀라당 발라당 홀딱 빠진다.

마치 헌 옷을 벗어던지고 새 옷을 입듯 뽀송뽀송한 새 털이 나온다.

 

신기한 것은 동네 산책하다 만나는 강아지들을 보면 빗질을 잘해 주고 관리를 잘해 줘서 털이 반지르르하고 윤기가 좔좔 흐르는 멋진 애들이 많다는 거다.

자주 물로 목욕을 시키지도 않는데 말이다.

나리의 절친 벡스터는 4살짜리 늠름한 저먼 셰퍼드인데 얼마나 까만 털이 반짝이는지 모른다.

그 아이는 물을 너무 좋아해서 여름밤 이면 자주 강에서 수영을 한다고 한다.

이거이 벡스터의 목욕이다.

강아지 옷도 예쁜 것은 작은 강아지들 용 밖에 없다. 독일에서 중형견 대형견 들은 태초의 모습으로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요런 아기자기 핑키는 작은 것 밖에 없고 어쩌다 큰 것은 시커먼 색의 우비나 군인용 같은 카키색의 우비다.
강아지 용품점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가 있다 그런데 마트에 아이들 좋아하는 간식이 애들 손 닿는 곳에 많듯이 저렇게 낮은 곳에 강아지 간식들이 강아지 입이 닿는 곳이 있다.
수요가 없어 동네 마트의 강아지 용품 코너에는 강아지용 물티슈를 가져다 놓지 않는다.

강아지와 함께 하루에도 산책을 한 번이 아니라 못해도 세 번 네 번 나간다. 독일에서 강아지와의 산책은 야외 배변 목적이 가장 크고 플러스알파 이기 때문이다. 또 정원이 있는 집이라면 사람이나 강아지나 수시로 정원과 집안을 오가기 마련이다.

하루에도 이렇게 자주 나다니지만 풀밭이 많은 독일에서 강아지 들은 볼일 보고 나서도 풀 뜯어 가며 발길질을 수시로 한다. 그때 이미 일차로 발을 닦고 혹시라도 남의 강아지 똥 이라던가를 밟았을 때는 깨끗이 닦아주지만 보통은 밖에 나갔다 와도 집마다 있는 현관 앞 발판에 주로 쓰윽 문지르듯 닦고 끝일 때가 많다.

그리고 독일 사람들은 발을 닦아 줘야 할 때 강아지 전용 수건을 하나 만들어 그것을 사용하지 굳이 매번 강아지 전용 바디 티슈를 사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격 대비 비싸기 때문이다. 50장 들이 한팩이 4유로 49 센트 세금 더하면 강아지용 물티슈 한팩당 한화로 약 7천 원 돈 하는 거다.

그럼에도 강아지 위생 바디 물티슈를 강아지 용품점에서 살 수가 있다 자동차 타고 야외에 나가 거나 휴가를 갈 때 급하게 닦아 줘야 할 용도로 비상용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주 팔리는 품목은 아니다.


독일 사람들은 밖에서 신던 신발 집안에서도 신고 돌아다니는 이들이 많다. 집안에서 실내화로 바꿔 신는 집들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것 신고 베란다도 나가고 정원이 있으면 정원에도 나간다. 그렇게 함께 집안과 밖을 왔다 갔다 하는 네발 달린 친구들은 그 발들이 신발이니 사람이나 강아지나 신발 신고 생활하는 것은 매한가지인 셈이다.

독일 집들의 구조상 집안에서 바닥에 앉을 일도 별로 없고 방바닥으로 불이 들어오지 않아 냉기가 서리는 집이 많기 때문에 바닥에 이불 깔고 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요즘 새로 지은 집들 중에 바닥에 불 들어오는 보덴 하이쭝 시설이 있는 집들도 더러 있지만 그 온기는 우리의 방바닥 온도와 많이 다르다)

그러니 우리처럼 방바닥에 앉아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잠도 자는 좌식 생활에 익숙한 환경 과는 위생관념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독일에서는 아기자기 작은 소형견 들보다는 체격이 떡 벌어진 래브라도어, 레트리버, 도베르만, 저먼 셰퍼트, 로트와일러, 버니즈 마운틴 등등 주로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차이가 있겠다.  

궁금하신 것에 대한 질문에 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리가 어릴 때는 강아지 용품점을 자주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이제 컸다고 여기저기 널린 맛난 간식들에 어떻게 침을 발라 놓으면 득탬 할 수 있는 지를 터득 했다. 해서 요즘은 파라다이스에 오면 정신을 못 차리는 나리는 집에 두고 우리만 들려서 빠르게 필요한 것만 픽해서 온다.

그렇다 보니 사진이 별로 없어 옛날 옛적 사진들을 함께 넣었다 아기 아기 하던 나리의 모습을 다시 사진으로 만나보니 새롭다.


친구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나리의 절친 중 하나와 무지 닮은 과자 포장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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