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공원 산책 그 걷기의 묘미
주말 아침 다른 날에 비해 발딱 일어나지 않는 마눌을 깨운 남편은 나리와 자주 가던 공원으로 긴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이미 동이 튼 밖은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셨다. 아직 아침이라 춥지도 덥지도 않아 긴 산책을 하기에 딱이었다.
누가 먹다 남은 솜사탕을 살짝 올려놓은 것 같은 하얀 뭉게구름 품은 파란 하늘 은 달콤하고 평온해 보였다.
심란했던 마음에 살며시 작은 위로가 더해진다.
며칠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세상에는 별의별 일 다 있는데.. 이깟일이 뭐라고.. 그쯤이야.. 하다가도..
아니 그래도 그렇지.... 했다가..
들쑥날쑥 파도를 타는 마음이 잔잔해 지기
까지 생각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사건들로 놀랄 일도 많고...
자식들 일로 속상할 때도 있고 남편 때문에 화가 날 때도 있으며....
자기 자신도 이해 가 안 가서 이불 킥 할 일도 많지 않은가?
이미 일어난 일에 전전긍긍한다고 달라질 것도 아니고 괜한 일에 힘 빼고 있느니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는 게 먼저다.
인터넷에 한국어로 검색을 해 보아도 독일어로 검색을 해 보아도 키우는 강아지가 자기 집 정원에서 죽어 있던 쥐 또는 새를 주워 먹었다 정도는 있어도 살아 있는 비둘기나 새 사냥을 했다는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세상에 이런 일이.. 에 나갈 판이다.
비슷한 예라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인터넷 서핑을 했다.
한국의 환경과 상황이 독일과 많이 달라 한국어로는 더 찾을 수 없었고 독일에서는 주로 숲에 갔다가 토끼, 다람쥐, 새 사냥을 했다는 케이스 또는 어느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아주머니가 아들의 강아지를 맡아 주고 있었는데 고양이가 잡아 놓은 비둘기를 아들의 강아지가 먹어 치웠다 괜찮을까? 뭐 이런 유의 케이스들이 더러 있었다.
산책을 하며 만나게 되는 친한 견주들 에게도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했다.
보더콜리인 카시야 도 저먼 셰퍼트인 백스터도 믹스견인 지기도 골든 레트리버 인 발루도 고양이를 쫓아가거나 다람쥐를 쫓기는 했어도 새를 사냥한 적은 없다 했다.
집요 하게 같은 케이스를 찾기 위해 폭풍 검색을 하고 친한 견주들을 만날 때마다 묻고 했던 것은 어쩌면 나는…
우리만 그런 일이 생긴 게 아니었다는 위로를 받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다.
또, 그런 일이 있었지만 어떠한 묘수로 더 이상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두려웠던 거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던 강아지의 야생성을 직접 목격하고 나니 불안이 엄습해 왔다.
혹시라도 언젠가 그 야생본능이 비둘기나 새가 아닌 사람에게 향할까 봐…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지 않은가 말이다.
넷상에서 며칠간의 검색을 끝내고 너튜브로 넘어갔다.
강아지들의 사냥 본능을 감소시키는 훈련법에 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독일 너튜브에는 다양한 훈련법이 상세히 나와 있었다.
그중에 우리와 가장 잘 맞을 만한 훈련법 들을 위주로 보고 또 보며 확인했다.
이제 천천히 훈련법을 나리와 맞춰 보는 것만 남았다.
공원을 사이에 두고 흘러가는 또랑 물은 맑디 맑아 바닥이 훤히 들여 다 보인다.
흘러가는 맑은 물속에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 한 자락을 함께 흘려보낸다.
공원 안 가득 넘치는 숲의 싱그러움과 초록의 향기에 취해 걷고 또 걷다 보면 막막한 느낌들이 하나 둘 정리가 된다.
마치 헝클어진 머리를 곱게 빗질하듯...
그렇게 걷다 보면 우리처럼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들.. 자전거 타고 숲을 지나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천천히 숲의 푸르름을 만끽하는 노부부들...
청명한 공기를 마시며 새들의 지줘김에 박자 맞추어 뛰어다니는 사람들....
이제는 유모차 타는 대신 아장아장 걷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빈 유모차를 밀고 가는 부부...
다양한 사람들의 숲을 거니는 모습을 만난다.
우리는 살면서 또 어떤 일과 마주 하게 될지 모른다.
때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막연한 불안함과 두려움 은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관해서 일수도 있고 또는 실체가 있는 것들 일수도 있다.
앞으로 벌어질 또는 일어날 일에 대해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느 날 나리라는 멍뭉이 가 우리의 시간 안에 들어왔고 가족이 되었다.
우리는 계속 이 아이와 함께 걷고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To 애정 하는 독자님
지난주는 나리의 일탈?로 멘붕이었다가 정신 챙기고 있는 김여사
인사드립니다.
친정 엄니 포함 많은 분들이 염려해 주신 덕분에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나리의 야생성을 감소시킬 훈련 팁들도 모으고 있고요.
오래간만에 남편과 나리 데리고 공원 산책을 길게 했습니다.
여름 안의 숲은 깊은 초록 속에 들어와 있네요.
여러분 에게도 유월 독일 공원의 푸르름을 가득 담아 보내 드립니다.
아름다운 한 주 시작하시기를요...
독일에서 김중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