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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an 02. 2017

#1.서로 다른 2박삼일 번개여행

낯선 곳에서의 기막힌 위로


연말에 갑자기 떠나게 된 번개 여행

방을 구한다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웬만한 곳은 이미 꽉 찬 상태 여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그리 많지 못했다.

일단 방이 나오는 곳으로...

그러다 보니 걸리게? 된 곳은 뮌헨..

이곳은

몇 년 전까지 우리가 살다 온 에얼랑엔이라는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이미 그전에 여러 차례 다녀왔었고

사실

어디를 가던 말 통하고

비슷비슷한 독일 안에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설렘을 찾기 에는

우린

너무 많이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여행에 앞서 덤덤 하기만 한 마눌을 위해

어쩌면

돈 들여 여행 가는데 들뜨지 않는

마눌을 보며 본전 생각에

남편은 뮌헨을 가기 전에

그 옆동네 살았을 때도

가지 않았던 낯선 곳을

들려 보자고 했다.

그곳은

독일에서 가장 좋다고 소문난

명품 아울렛 잉골슈타트 빌리지였다.

(*혹시나 가 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주소 남깁니다.

 Ingolstadt Village Designer Outlet

Otto-Hahn-Straße 1,

85055 Ingolstadt)

평소 나 자신이 명품이라 우기며

비싼 옷가지? 들과 가방 기타 등등을 좋아하지

않는

더 정확히는 잘 모르는 내게  

명품 아울렛은 확실히 낯선 곳

이기는 했다.


아직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그대로인

잉골슈타트 빌리지 안은

아기 자기한 동화 같은 분위기에

우리에게 이름만큼은 익숙한 보스, 아르마니

등등의 숍들이 줄지어 있고

여기저기 세일을 크게 써붙여 놓고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뭔 살 것이 그리 많은지

양손 가득

쇼핑백 들고 다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내 눈에는

그게 그거여 보이는 명품 디자이너 외투와 옷들은

가격만큼은 특별했다.

그럼 에도 명품인데 세일해서 거기다

30프로 를 더 해 준다는데

요즘 춥다고 운동을 게을리해

몸에 꽉 끼는 청바지 벗어던지고

바지 라도 하나 사지 라며

남편은 자기가 더 신이나 골라 대고 있었다.

아마도

바지 하나 라도 사주고 명품 아울렛 안에서

 쇼핑백 하나 라도

들게 해주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제대로 약발이 먹히지

않을까? 하는 남편의 갸륵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나는 코맹맹이 목소리로 남편을 달래

얼른 그 골목을 벗어났다.

" 바지는 됐고.. 살 빼면 집에 맞을 바지 많아

 여행 끝나면 운동 열심히 하고

다이어트 야..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


명품 바지 대신

비싼? 저녁을 먹기로 한 우리는

맛난 저녁을 먹으며 화기애애 한 분위기 가운데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뭐 라도 하나 사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남편의 맴을

나는 애써 모른 척하며

 속으로는

"옷은 몸매가 열일 하는겨

명품 바지 입는 다고 짧은 다리가 길어지남?

먹지도 못할 거이 왜 이리 비싸"

라며 암팡 지게 먹어 댔다.

바지 하나 값에 배 터지게 먹었다 싶어서

그랬는지

등 따시고 배부른 행복감에 젖어 있던
나는

다른 방향으로 한 바퀴만 더 돌아 보고

그만 가자는 남편의 말에

흔쾌히 따라나섰다.


반대 방향으로 돌아도

그숍이 그숍인 걸로 보이는

명품 숍 귀퉁이에서

어느 한국 여자분이 자기가 아는 사람인 것

같다며

내게 반가이 인사를 해 왔다.

중요한 건 그분이나 나나 서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구시더라?

한참 만에 그분의 남편 분과 울 남편이 상봉?

한 후에서야 그분들이 누구신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원래도 아리땁던 그 여자분은 헤어스타일과

화장 등의 변화로 나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고

그분 또한 나의 후덕? 해진 모습에

알긴 알겠는데 정확하게 누군지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예전 살던 동네에서 잠깐 만났던 분들이지만

울 딸내미와 또래의 딸을 두신 분들로

나의 직업 특성상 한번 만난 사람들은

어떡하던 기억 한다 라는

평소의 나와 는 완전 다른

낯선 경험을 했다.

인사는 나누어 놓고

기억나지 않는 그 난감함 이라니....


숙소가 잡혀 있는 뮌헨으로 떠나며

차 안에서

나는

그전에 알던 사람도 생전 처음 보는 들처럼

까맣게 기억 못 하였다는 자괴감에

괜스레 남의 화장법을 탓하며

"아우 그 아주머니는 화장을 완젼 딴사람처럼

했네 그렇지?" 라며

구시렁댔다.

그 소리에 남편은

"나는 사실 네가 그분 들을 기억 못 해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

라는 거다

남편의 다소 뜬금없는 소리에 나는

"아니, 내가 그분 들을 기억 못 는데

자기가 웬 위로를 받아?" 라며 물었다.

그랬더니 남편이

"오늘 아침에 뮌헨으로 출발 한다는

생각에 예전에 에얼랑엔 살 때

알던 분들이 하나 둘 기억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이

떠오르지를 않는 거야

그래서

이제 나도 늙는구나 싶어 서글펐었거든.."

명품 옷 대신

맛난 저녁으로 배부르고

 기막힌 위로로 서로의 마음
넉넉하게 따뜻해진

우리의 번개 여행 첫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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