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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도 사고 있던 날

기차냐 자동차냐 그 거이 문제로다.

by 김중희

얼마 전 남편의 생일이었다. 아는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 집 아이들 셋 중에 이미 둘이 다른 곳에 나가 산다. 딸내미는 대학생이고 큰아들은 직장인이다.

우리 집은 국경일보다 엄빠의 생일이 중요하므로 어디에 있던 이날은 가족이 모두 모이는 것이 원칙이다.

해서 이번에도 아들은 비행기 타고 딸은 기차 타고 집으로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주말이고 우리만 막내 데리고 움직이면 아이들이 좀 더 편할 것 같았다.

가령 우리가 베를린으로 가면 거기 살고 있는 딸내미는 집에 있다가 우리를 만나면 되는 거고 평소 같으면 비행기 타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와야 하는 큰아들은 바로 비행기 타고 오면 되는 거였다.

핑계 김에 시골 사는 우리도 대도시 콧바람도 쐬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가기로 했다.

자동차를 타고 가려면 남편이 네다섯 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하고 교통체증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으며 기름값도 올라서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독일은 버스, 전차, 전철, 등의 대중교통 요금이 전반적으로 비싸다. 특히나 기차 요금은 굉장하다 그래서 미리 끊어 놓던가 25프로 또는 50프로 철도 할인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기차를 타고 움직이는 게 사실 쉽지가 않다.

특히나 혼자가 아닌 가족이 움직일 경우는 더더군다나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찌감치 기차표를 예매하기로 했다 요즘은 독일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서 집에서 뚝딱 끝내는 일이 많은데 기차표도 넷상에서 모든 걸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마음만 신세대인 우리는 이놈의 엡을 다운로드하고 찾아 들어가 클릭하고 하는 걸 잘 못한다.

애들이 하면 금방 하는데 어찌 된 게 우리가 하면 뭣이 딜레이 되거나 제대로 안 되는 게 많다.

그날도 그랬다 분명 남편이 넷상 에서 오후 3시 기차표를 예매하고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에러가 나서 결제가 되지 않았다.

한번 에러가 나니 몇 번을 해도 잘 되지 않았다 답답해진 우리는 주말에 차라리 기차역 매표소로 직접 가기로 했다.

에이아이가 방안에 불도 켜주고 음악도 틀어 주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잘 보이지도 않는 핸드폰 들고 쪼그만 글씨를 손가락으로 콕콕 눌러야 하는 과정보다 뛰어가서 사람을 만나고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손발이 고생스러운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건 과정도 쉽지 않고 돼도 된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아서 말이다.

가끔,느린 독일에 살다 보니 이리된 건지 우리가 이런 스타일 들이라 독일에 잘 맞는 건지 아리송 할때가 있다.


주말 이른 아침 기차역으로 간 우리는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눈이 휘둥그래 졌다.

간혹 기차 몇 대가 같은 시간에 들어와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우리 동네 기차역 안에 이렇게 사람들이 미어터지게 많은 건 보다 처음 본다.

거기다 안내판 전체에 기차들이 올스톱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쏙 쏙 올라오고 있었고 시골 동네 기차 노선들 중에 어쩌다 한두 개 기차 들만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일이 터져도 뭔가 큰일이 터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도처에서 핸드폰으로 긴급하게 상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인포메이션 앞, 매표소 앞 할 것 없이 구름처럼 모여 서성이는 사람들.... 역 안은 디럭스토어 앞 매어 놓은 까만색 강아지 만이 의연히 앉아 있었고 오가는 모두가 술렁 이고 있었다.이건 정상이 아니었다.

그 상황에서 매표소로 그 인파를 뚫고 들어가 표를 예매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독일 철도 도이치 반에서는 종종 기차가 연착을 한다거나 한두 노선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다반사였다.

왜 우리가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사람한테 "또 부도 수표 야?"라고 하지 않는가 독일에서도 그럴 때 "도이치 반 이야? 독일 철도 야?"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전면 적으로 전체 기차 노선에 문제가 동시 다발로 터진 건 처음 보는 일이었다.


우리는 기차 표는 포기하고 아침 먹을 빵만 사든체 집으로 가려고 역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 역으로 들어오던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다른 도시에 갔던 딸내미가 집으로 오는 기차가 없어 어찌어찌 연결되는 시골 동네 기차들로 계속 갈아 타 가며 간신히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게 대체 뭔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라디오부터 켰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역 안에 사람들도 정확한 이유를 모른 체 기차가 모두 취소되어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정확한 전후 사정이 파악이 되지 않은 채 북부 독일의 ICE, IC 초고속, 고속 기차 노선이 기술적인 문제로 운용 불가한 상태라는 속보 만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뉴스에서 누군가 두 군데서 기차들의 커뮤니케이션 전선 케이블 들을 일부러 끊어 놓았다고 했다.

한마디로 기차 간에 서로 연락이 두절된 상황인 것이다. 옛날처럼 기차를 끼리 기적을 울리며 다닐 수도 없고 서로 간에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기차 운행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나마 일찍 알게 되어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운행 중에 그런 일이 터졌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범인은 철도청 안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테러 그룹의 소행일 것로 추정한다는 것만 밝혀졌다.


그렇다는 것은 또 언제 같은 일이 되풀이될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안 그래도 평소 노선변경, 연착, 등의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는 독일 기차인데 이런 사고까지 터지고 나니 불안했다.

남편 생일에 기차표 예매해 두고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쩌나

그렇다고 이미 비행기 표를 예매해 둔 아들의 일정을 변경시킬 수도 없고 딸내미에게 불안한 기차를 타고 오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자동차로 베를린을 가기로 했다.


다음 편 계속....


To. 애정 하는 독자님

또다시 담 편 계속.. 을 들고 온 김 자까 인사드립니다. 오랜만이죠 ㅎㅎ

이번 편은 몇 주 전에 있었던 독일 철도 사고와 그래서 우리는 베를린을 자동차 타고 간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남편의 생일을 맞아 주말 동안 베를린을 다녀왔습니다

다음 편에는 베를린 이야기가 나올 예정입니다.

되도록 빨리 올게요 멋진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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