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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18. 2023

하자에서 상품이 된 독일빵


자주 가는 단골 빵가게가 몇 군데 있다.

누군가 내게 독일의 많고 많은 빵가게 중에서 고르는 기준이 무엇이냐 묻는 다면 뭐니 뭐니 해도 커피가 맛나야 한다.라고 말하겠다.

빵가게 기준에서 왠 생뚱맞은 커피 이야기인가 하면 빵은 사실 그 집의 주특기 몇 가지 빼고 어디나 비슷하다 아주 큰 차이는 없다는 이야기 다


그러나 커피맛은 차이가 많이 난다. 물론 커피전문점 또는 카페 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말이다.

독일의 주택가 근처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거의 없다. 대신에 빵가게는 늘 주변에 어딘가 에는 있기 마련이고 커피도 빵가게에서 사서 마시면 된다.

뭐 베를린처럼 큰 도시는 주택가와 상가 지역이 그리 큰 구분 없이 골목마다 식당과 카페들이 들어차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독일의 작은 도시 들은 주택가 학교 근처 에는 가게 하나 없이 정말 주택 들만 들어차 있다.


우리 동네 어느 빵가게는 빵은 종류도 많고 맛나지만 커피가 마치 다 마신 잔에 물 넣고 헹궈 놓은 맛이 난다.

그래서 거기서는 웬만하면 빵만 몇 가지 사고 커피는 패스하는데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 커피 없이 빵만 사서 들고 오는 것은 어묵 없는 떡볶이요 단무지 빠진 김밥이 아니겠는가.

해서 커피 한잔이 필요한 날이면 나는 이 빵가게로 향하고는 한다


내 발길을 이끄는 이 빵가게의 매력 중에 하나가 요 커피 정립 카드다. 빵 이것저것 사고 카푸치노 한잔 테이크 아웃 하고 계산할 때 먼저 이 정립 카드를 찍으면 차곡차곡 쌓여 어느 날은 커피는 공짜 에요 라는 말과 함께 커피 한잔을 받는다.

사실, 커피값 보다 빵값이 훨씬 더 들지만 공짜는 어쨌든 반갑지 아니한가


특히나 잔돈이 많이 없을 때 빵값 내고 딱일 때 커피가 공짜로 나오면 땡큐 하기 그지없다.

지금은 팬데믹 이후로 카드를 사용하는 가게들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예전엔 빵가게에서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부분 현금 박치기? 였는데 특히나 오전에 빵가게에서 여기 기준으로 큰돈 50유로짜리 지폐라도 내는 날이면 직원들이 당황하고는 했었다. 바꿔줄 잔돈이 많지 않아서...


아따 아주마이 꼭 쓰다 보면 옆길로 센다 어쨌거나 요 빵가게는 빵도 맛나고 커피맛도 근사하고 직원 아주머니 들도 정스러워서 내가 애정하는 빵가게 중에 하나다.

얼마 전 입맛 까다로우신 사춘기 막내가 감탄해 마지않던 빵이 하나 있었다.

이 빵을 발견하고 정말이지 무릎을 쳤더랬다


독일은 빵 천국이라 할 만큼 빵 종류도 어마무시 많고 빵에 대한 부심도 남다르다

독일 빵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자면 그때그때 먹는 작은 빵을 Brötchen 브뢔첸 이라 부르고 그 종류가 다양하다.

또 둥글고 베고 자도 될 만큼 큰 것을 잘라 서 며칠은 먹을 수 있는 빵을 Brot브로트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식사인가 간식인가 싶은 단 빵들 Süße Backwaren (* 단 빵과 브로트에 대해선 다음번에..)로 나눌 수 있겠다.


우리는 특히나 요래 작고 여러 가지 곡식이 붙은  브뢔첸 들을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을 때가 많은데

브뢔첸의 특징 중에 하나 가 속칭 겉바속촉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 사실 겉 딱 속말 이 더 맞기는 하다

겉은 딱딱하고 속은 말랑하다.

독일 처음 와서 빵 먹다 입천장 까졌다는 사람이 있었으니 말 다했지 않은가

그만큼 빵의 식감이 조금 딱딱한 편이다.


나는 브뢔첸 만큼 독일 사람들을 닮은 것이 또 있을까 싶어서 독일 사람들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늘 예로 들고는 한다.

사람마다 다르고 지역 차이가 큰데 독일 사람이라고 다 같을 수 있겠는가 만은 독일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 치고 꽤나 내성적인 편이고 무뚝뚝한 편인데. 특히나 북부 독일은 투박함의 절정이다.

울 친정 엄니가 딸네 놀러 왔다가 처음에 건장하고 무뚝뚝한 독일 사람들이 그렇게 무서우셨다고 했다.

그러나 사귀고 보면 정도 많고 말랑한 구석들이 정말 많다.


혹자는 독일빵 맛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심심하고 투박한 맛의 매력에 빠지면 생각나기 마련이다

친정엄니도 아직 가끔 독일의 곡식 붙은 브뢔첸 들이 생각난다고 하신다.


으메! 또 딴 데로 샜네 갱년기의 아주마이는 할 말도 많고 이야기가 옆으로 샐 때가 많으니 이해해 주시길..

우쨋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얼마 전 우리는 정말 맛나고 멋진 빵을 발견했다.

어느 날 우리 막내가 "엄마 이 빵 진짜 맛있어!"라고 한 빵이 있었다.

그건 사실 우리가 자주 사다 먹던 노말브뢔첸 이라는 빵이 없어 대신 산 빵이라 그때까지 이름도 모르던 빵이었다

처음엔 작은 바게트 빵인가 했는데 바삭하면서도 훨씬 말랑하고 쫀득했다.


다음번에 빵가게에 갔을 때 궁금했던 나는 친한 아주머니 직원에게 물었다.

이 빵 이름이 뭐냐고 그랬더니 이 친절한 아주머니가 빵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그 빵의 이름은 다름 아닌 아우프라이써 Aufreißer 굳이 한국어로 발음을 글자로 쓰기는 했지만 사실 우리말로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다

우리에게 없는 중간에 r이 들어가기 때문에 콧평수를 넓히고 혀를 또르르 말아야 비슷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좌우지당간 이 빵이 맛도 있지만 왜 멋진 빵이냐 하면 이 빵은 원래 상품으로 계획된 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상엔 실수로 태어나 대박을 친 상품들이 더러 있지만 이 빵이 그렇다.

빵집 아줌마 말씀에 의하면 원래는 빵이 잘 부풀어서 오븐에서 찢어지지 않고 잘 구워져 나와야 상품 가치가 있는데 누군가의 실수로 이 빵은 중간 옆이 살짝 찢어져서 금이 간 체로 구워져 나왔다고 했다.

한마디로 하자였던 것이다

국어사전에 보면 하자 란 어떤 사물이나 일에서 잘못되거나 불완전한 부분이라고 나와 있다.


바로 위에 사진 왼쪽 사진이 원래 사려던 노말 브뢔첸 오른쪽이 아우프라이써

그런데 먹어 보니 웬걸 기존의 브뢔첸들에 비해 덜 딱딱하고 바삭한 것은 유지하며 훨씬 부드럽고 말랑 하더라는 거다.

그래서 찾는 사람들이 생기고 시범 삼아 끼워 팔아 보던 것을 정식으로 상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거다.

독일어 Aufreisser 는 auf와 reißen 이 합쳐진 합성어 에서 나온 명사다

뭔가를 찢다 찢어지다 터지다 갈라지다 등의 뜻을 담았다


한마디로 옆구리 터진 아이라는 뜻인데.. 요 아우프라이써 의 탄생 비화를 듣는 순간 나는 바로 이거다 하고 감탄을 내뿜었다.


왜냐하면 마치 누군가 나의 글을 두고 위로를 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가끔 나는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글쓰기에 전력질주할 시간도 없어서 멋지게 글을 쓸 수 없는 게 아닐까 자기반성을 할 때가 있다.

좋아 하기는 하지만 특별할 수는 없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타고나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러워 지고는 했다.


세상사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또 그 누가 알겠는가 이렇게 조금은 다른 것들에 비해 부족해도 나름의 특징이 특별한 것으로 다시 태어날 계기가 주어 지른 지 말이다.

어쨌거나 내게 아우프라이 써는 아주 특별한 빵임에 틀림없다.


이 순간 에도 누군가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실망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실망하지 마세요 당신이 아우프라이써 빵 일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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