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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25. 2023

카톡은 어려워

실례 실례 합니다~


주말에 생쇼를 했던걸 생각하면 지금도 푸풉 하고 웃음이 터진다.

사건은 언제나 사소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얼마 전부터 카톡의 보이스 톡이 되지 않았다.

친정엄마와 통화를 하려고 보이스톡을 눌렀는데 데이터가 실행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만 뜨고 연결이 되지 않는 거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긴 톡으로 대신하고 카톡을 잊은 채 다시 정신없는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주말이 되니 문득 잘 되지 않던 카톡이 떠올랐다.

이제는 뭔가 방법을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카톡이 깔려 있는 핸드폰은 평소 에는 쓰지 않는 옛날 옛적 핸드폰이다.

오래된 핸드폰의 특징? 중에 하나인 충전은 느리고 배터리는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거기다가 오래된 사진 앨범이 마치 추억의 다이어리처럼 빼곡하다 보니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메시지는 수시로 뜨고 이런저런 앱들이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에는 충전만 간간이 시켜 두고 서랍 안에 잘 넣어 두었다가 카톡이 필요할 때만 무전기 꺼내 들듯 들고 살살 달래 가며 사용했다.

마치 드라마 시그널에서 미래와 과거의 다른 시간을 이어주던 무전기처럼 말이다.



그럼 지금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으로 카톡을 옮기면 되지 않나?

당연히 해 보았다. 그런데 기기 작동이 서툴러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통 모르겠는 거다.

인터넷에 방법을 검색도 해 보았는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컴퓨터와 기기에 능한 큰아들이 집에 왔을 때 부탁을 했다


예전 핸드폰에 있던 앱들이 하나둘 새로운 핸드폰으로 옮겨졌다.

독일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고 있는 왓츠엡도  다른 SNS 도 무리 없이 이사가 가능했는데 오로지 카톡만 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포기 하고 있었더니 보다 못한딸내미가 지금 쓰고 있는 핸드폰에 카톡을 새로 깔아 주었다.

있던 것을 그대로 옮겨 오는 것이 안되었으니 일일이 친구를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 숙제처럼 남았지만 말이다.



나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용기가 필요한 타입이다.

바꾼 핸드폰을 꺼내 들고 한참을 노려 보다벌렁 거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며 노란색 카톡을 꾹 눌렀다. 아무것도 없이 내 이름 석자만 달랑 뜨는 카톡...

흡사 이사 오기 전의 빈집 같았다

우선 남편을 친구 추가 해 보면 카톡이 되는지 안되는지 알 수 있으리라

사람모양에+가 달려 있는 친구 추가를 눌렀다 그리고 매뉴얼 중에 연락처로 추가를 클릭했다.

친구 이름 남편이라 쓰고 전화번호를 누르고 확인을 눌렀더니 남편의 프사인 가족사진이 나왔다.

일단 테스트이니 장난처럼 “Hi 남편!”을 보냈다.

소파 맞은편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던 남편이 "오 왔다 왔어!" 하는 게 아닌가

오케이 됐다 싶어 똑같은 방법으로 친정엄마를 친구 추가 하고 오랜만에 보이스톡으로 통화를 했다.

답답한 속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두 번이나 테스트했으니 이제는 되는구나 싶어 그럼 이번엔 절친 넘버원 친구를 추가해야겠다 싶어 친구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넣었다.

그런데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가 떴다.

아뿔싸! 그동안 전화번호가 바뀌었나 보다 싶어 무전기 같이 사용하던 예전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보냈다.

 친구와는 지난번에 어렵사리 카톡을 하며 상황을 이야기  터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화번호를 바로 보내왔다.


나는 친구 이름을 적고 보내준 핸드폰 번호를 적어 넣었다. 카톡이 열렸다.

‘오 나도 하니까 되는데!..’하며 신난 마음에 얼른 친구야 됐다를 써서 보낸 후 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서도 숫자 1이 사라지지 않고 답이 없었다 이상 하다 싶어 고개를 갸웃 거리며 자세히 보니 프로필 사진이 조금 달라 보였다.

프사야 수시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니 그새 바꿨나 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이전에 카톡에서 본적 없는 친구의 프로필 사진에는 꿀벌 같기도 풍덩이 같기도 한 것과 낯선 문구 라마~라마~ 가 쓰여 있었다


이게 뭔 일이지? 싶어 다시 친구에게 예전 핸드폰으로 카톡을 보냈다

좀 전에 보낸 카톡 받았는지... 그리고 프사를 바꿨는지..

그런데 친구는 내가 보낸 카톡도 받지 못했고 프사도 그대로라고 했다.

순간 느낌이 싸했다 그럼 난 누구한테 카톡을 보냈단 말인가….


새 카톡에 다시 한번 친구의 이름을 쓰고 정신바짝 차리고 핸드폰 번호 한 자 한 자를 정성 들여 눌렀다

그리고 확인... 이전의 친구가 사용하던 프로필 사진이 두둥 하고 떴다.

“아 됐다 이거지?”라고 카톡을 보내니 친구의 “오올 왔어”라는 답이 빛의 속도로 날아왔다.


친구와의 통화가 끝나고 나는 아까 잘못 보낸 것이 확실한 그분께 실례했다는 카톡을 다시 보냈다.

분명 친구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넣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카톡으로 연결이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름도 같고 전화번호도 같은 다른 사람이 카톡 상에 존재할 수 있나?


내가 이렇게 황당한데 모르는 사람에게 엉뚱한 문자를 받은 그분은 또 얼마나 놀랐겠는가 누군가 장난을 쳤나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모르는 분에게 사과의 문자를 보내 놓고도 헛웃음이 터졌다.

쓰고 보니 실례했습니다 라니...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가 정환이 아빠와 부르던 실례~ 실례~ 합니다~라고 시작되던 코믹한 노래가 떠올라서였다.

 카톡 상에서 이렇게 헤매고 있는  모습이   시절 사람에게 갑자기 스마트 폰을 건넸다면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나는 비록 답은 없었지만 그 모르는 분을 위해서라도 빨리 내 카톡에서 삭제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하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니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누군가 친절하게 친구 삭제 하는 방법을 자세히 올려놓아 주셨다.

그 친절한 가이드를 하나하나 따라가 보기로 했다.


문제는 그 가이드 에는 분명 삭제할 친구의 이름을 길게 누르면 숨기는 친구로 되고 그다음 친구 관리에 들어가 숨긴 친구를 찾아 거기서 삭제를 하면 된다고 나와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 이름을 길게 눌러도 숨겨지지가 않으니 다음단계로 갈 수가 없는 거다.

한동안 낑낑거리다 한 번만 더 해보자 싶은 마음으로 이름 위를 손가락으로 길게 늘였더니 조그만 별모양이 딸려 나왔다.

이건가 보다 싶어 잽싸게 그걸 눌렀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그 이름이 즐겨찾기에 들어가 버렸다.

한마디로 잘못 추가된 친구를 목록에서 삭제하려다 즐겨찾기에 넣어 버린 거다.

입에서 저절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이런 된쟝~~!

덤 앤 더머의 더머가 틀림없지 뭔가..

그 모르는 분이 알면 얼마나 웃을 일인가 삭제가 아니라 즐겨찾기 라니...


즐겨찾기에 떡하니 들어가 있는 모르는 친구를 삭제하기 위해 오후 내내 전전긍긍 한 결과 드디어 삭제를 했다.

그래 나는 조금? 모자라기는 하지만 집요하기는 한 거다.

어찌 됐든 끝짱을 보았으니 말이다

독일에서 드문 겹벚꽃 흐드러지게 핀 어느 주말 오후의 생쇼였다

독자님 들을 위한 보너스

카톡에서 친구 삭제 하는 법


알고 보니 제가 참고한 삭제 방법 가이드는 2019년에 작성된 것이었지 뭡니까 ㅎㅎ

요즘 버전으로는 더 간단한 방법이 있었어요.

혹시라도 지구상에 저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 목록에서 카톡 친구 삭제 방법을 올려 봅니다.


1. 먼저 카톡 메인 창에 검색, 친구추가 옆에 있는 보통 설정의 상징인 바퀴 모양을 누릅니다.

편집, 친구관리, 전체설정이 뜨지요. 요 밑에 사진처럼요~!


2. 그중에 편집을 누르면 친구목록이 나오면서 친구이름 옆에 숨김이라는 표식이 나옵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3. 그중에 삭제할 친구가 있으면 숨김을 누르면 됩니다. 

4. 그러면 친구 목록에서 그 친구 이름이 사라집니다.

5. 그러고 나서 다시 맨 위에 사진에서 처럼 바퀴 모양을 누르고 이번에는 편집이 아닌 친구관리를 누릅니다.

6. 이렇게 아래 사진처럼 화면에 친구가 뜨고 여러 가지 친구 관리 기능들이 함께 보입니다.

그중에서 숨김친구 관리를 누릅니다.

7. 그러면 숨긴 친구 관리 창이 뜨고 아까 숨겨둔 친구가 나옵니다. 위에 사진처럼요

프사와 이름 옆에 요렇게  관리라는 것이 보입니다

관리를 눌러 줍니다.



8. 그러면 목록에서 숨김이라는 작은 창이 뜹니다.

9. 여기서 확인을 눌러 줍니다.

10. 그러면 숨김친구 관리 창이 다시 뜹니다 이제 다 온 겁니다.

11. 여기서 삭제를 누르면 끝 ~!

이제 카톡 목록에서 친구가 삭제됩니다.


이렇게 적다 보니 이렇게 간단한 것을 몇 시간이나 헤매서 했답니다.

이미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라도 저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한 분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핑크 빛 겹벗꽃처럼 아름다운 봄날 되시어요~!

머리에 꽃 달 뻔 한  김작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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