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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12. 2023

튀르키예 마트와 아들이 만든 디저트 2가지

막내는 우리집 집슐랭 쉐프


지난주도 공휴일인 목요일을 선두로 징검다리 휴일인 금요일을 지나 일요일까지 장장 4일의 길고 긴 주말을 보냈다.

독일에서도 5월 6월은 공휴일도 많고 때문에 덩달아 연휴도 많다.

언제나 달력의 빨간 날 공휴일은 땡큐 하지만 너무 자주 있다 보니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어찌나 중간에 쉬는 날이 많은지 이렇게 학교를 안 가면 애들 공부는 언제 하고 이리 맨날 쉬면 소는 누가 키우나 싶다는 말이다.(때 지난 유머코드도 좋아라 하는 개콘 찐팬 일인!)


무튼 덕분에 요리에 관심이 많은 막내는 공휴일을 핑계 삼아 솜씨 발휘를 해서 우리를 종종 놀라게 한다

미슐랭 셰프가 뭐 별 건가 우리 집에서는

늘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는 막내가 셰프다


물론 재료 공수와 저울 가져다주고 볼이나 나무주걱 등 필요하다는 주방용품 찾아 주고 중간중간 거들어 주며 요리가 끝나면 주방 치우는 것도 도와주다 보니 이거 뭐 배보다 배꼽이다 싶을 때도 종종 있지만

사춘기의 까칠한 아들이 엄마와 요리할 때만큼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귀요미가 되므로 그거 지켜보는 맛에 뒤치다꺼리수고는 즐거이 감수한다.  


길게 둥근 튀르키예수박
독일 마트에서 파는 수박들

막내는 이번에는 튀르키예식 디저트 퀴네페 (또는 쿠나파)와 타틀렛을

보겠다며 재료를 사다 달라했다

아들은 요리스승 틱톡과 유튜브를 통해 요리고수들의 요리방법을 눈으로 연마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레시피와 필요한 식재료를 내게 톡으로 보내왔다.


그 김에 우리는 오랜만에 튀르키예 마트로 놀러를 갔다. 독일 네에는 튀르키예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어디를 가나 튀르키예 마트가 있다.


튀르키예 마트는 과일도 채소도 독일의 일반 동네 마트에 비해 가격대비 값도 싸고

훨씬 신선하며 종류도 많다.

그중에서도 이맘때 튀르키예 마트에 가면 꼭 만나지는 것 중에 하나가 수박이다.

동네 마트에서 파는 동그랗고 연한 초록빛 줄무늬에 수박과는 생김새도 맛도 다르다.

어떻게 다른고 하니..

일반 마트에서 파는 동그란 수박이 오리알이라면 튀르키예 마트에서 파는 수박은 공룡알 이라고나 할까?


둥글게 위아래로 길고 커서 어떤 것은 무게가 10킬로 가까운 것들도 있다.

우리 셋이 있을 때는 4분의 1로 잘라진 것이면 이틀 먹는다.

맛도 꼭 우리네 무등산 수박같이 입속에서 사르륵 녹는 솜사탕 같은 단맛이다.


물론 마트에서 골라 담은 수박도 때때로 맛난 것도 있지만 튀르키예 상점의 수박에 비하면 싱겁고 시원한 맛에 먹는다 싶을 때가 많다

그에 비해 저 길고 커다란 튀르키예 수박은 냉장고에 잘라서 보관하다 꺼내 먹으면 눈이 저절로 커진다.

거기다 덤으로 어린 시절 온 가족이 둘러앉아 무등산 수박을 잘라 나눠 먹던 스스륵 스륵 매미 울던 고향의 여름을 소환해 주기도 해서 잔잔한 행복감이 몰려든다.


그러고 보면 독일엔 어린 시절 여름이면 만나지던 것 중에 없는 것이 많다.

재밌게도 독일엔 매미가 없다. 개미, 모기 다 있는데 매미만 없다

그 여름 밤낮으로 귀가 따갑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 덕분에 어쩌면 더위를 깜박깜박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씨앗옆에 하얗고 달콤한 것이 잔뜩 들은 노란 참외 그리고 얼음이 눈꽃처럼 올라가 쌓인 팥빙수...

독일에서는 만날 수 없는 것 들이지만 그럼에도 땀이 삐질 삐질 나게 더우니 여름은 여름인 게다.


주로 생필품 위주로 독일식으로 줄 맞춰 각 맞춰 정리정돈이 되어 있는 동네 마트와 튀르키예 마트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올망졸망 없는 게 없을 것 같고 이구석 저구석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낼 것 같은 그런 재미난 분위기 말이다.


싱싱하고 맛난 과일과 채소들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쌀, 누들, 유제품, 빗자루, 주방용품, 샴푸, 화장품 등등…

마트 안에 베이커리와 정육점도 들어 있고 거기다 한국의 불닭 라면까지 판매하고 있어 마치 우리네 동네 마트를 온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지경이다.


이것저것 구경할 것도 많고 재밌는 것도 많은 튀르키예 마트에서 막내가 주문한 식재료를 담기 위해 냉장칸으로 갔다.


그런데 여기도 저기도 똑같이 생긴 카다이프 도대체 뭘 사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이름이 같은 것이 수두룩 빽빽하고 설명은 모두 튀르키예 말로 되어 있으니

그중에 뭘 사야 할지 막막한 거다.

사실 나도 아직 만들어 본 적 없는 디저트라 같은 이름의 재료들이 줄줄이 놓여 있어 당황했다.

다행히 지나가던 직원 처자가 막내가 원하던 것과 똑같은 것을 골라 주었다.

나중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막내가 사진으로 보낸 것과 똑같이 생긴 것이었다.


게다가 카다이프로 퀴니페 만들 때 사용 하는 전용 그릇을 사다 달라해서 찾는데

생긴 게 잿털이 비슷해서 이게 맞나 아닌가

하다가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게 맞다고 했다.


카다이프는 밀가루와 물로 만든 실처럼 가는 국수 .

카다이프는 튀르키예 또는 중동 아랍권 여러 나라에서 여러 가지 디저트를 만들 때

두루 많이 애용된다.

한국에서도 튀르키예 등지에 여행 다녀온 분들은 맛본 분들이 꽤 있으실 테고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도 카다이프 국수를 판매하고 있었고 디저트뿐만 아니라 새우튀김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고 있었다.


우쨌거나 막내가 원하는 재료를 다 챙겼다.

덕분에 남편과 튀르키예 마트 구경도 실컷

하고 고향 생각도 하며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냉장고 가득 종류별 치즈와 뵈렉용피 들…그리고 카다이프 들 ...

막내의 퀴네페

준비물 &레시피

튀르키예 퀴네페 그릇 (튀르키예 마트에서 오천 원 해서 사 오기는 했지만

동그란 프라이팬이면 퀴네페 만들기에 충분하다 싶다

단지 뒤집기를 잘해야 하지만 우리는 전을 부치는 민족이지 않은가 )

버터 50g

카다이프 국수 250g

모차렐라 치즈 두 개

설탕 두 큰 술

피스타치오 한주먹

막내가 해준 퀴네페는 완전 우리 취향이었다.

보통 튀르키예 디저트들이 정신이 번쩍 들고 목이 매이게 단맛일 때가 많은데

아주 달지도 않고 고소한 치즈와 버터 맛과 피스타치오 맛이 함께 어우러져 풍미도 좋은 데다가

카다이프 국수의 바삭한 맛까지 더해져 바삭 달콤 고소한 맛이었다.

생각보다 만드는 과정도 그리 복잡하지 않았고 셋이 앉아 금방 하나를 먹어 치우고는

한 번 더 를 외쳤더랬다.

퀴네페 전용 사발
요거이 카다이프  풀어놓으니 마치 얇은 중국식 당면 또는 베트남 쌀국수 같기도 하다.
퀴네페 만드는 방법

1. 분량의 카다이프 국수를 잘게 잘라 풀어놓는다.

2 퀴네페 그릇 또는 동그란 프라이팬 위에 버터를 발라둔다.

3. 그 위에 카다이프 국수를 잘 펴서 얹는다

4. 모차렐라 치즈는 잘게 잘라서 국수와 잘 섞는다.

5. 미리 분량의 버터 녹여 놓은 것과 분량의 설탕을 물과 함께 섞어 만들어 놓은 시럽을

그 위에 골고루 뿌려 준다.

6. 중간 불로 앞뒤가 맛난 갈색이 되도록 구워 낸다.

7. 다 된 퀴네페 위에 피스타치오를 올려서 접시에 담은 후

  만나게 먹는다.

카다이프로 만든 두 번째 디저트 타틀릿

준비물 &레시피

네모난 통

큰 프라이팬

카다이프 국수 250g

버터 100g

설탕 2큰술

호두 잘게 자른 것 한주먹


그리고 크림용 재료

우유 800ml

설탕 반컵

밀가루 3큰술

전분 2큰술

계란 노른자

연유 150ml


타틀릿 만드는 방법

퀴네페가 부드럽고 바삭한 치즈빵 같은 맛이라면 타틀릿은 바삭한 푸딩 같다.

1. 제일 먼저 손으로 카다이프 국수를 잘게 뜯어 놓는다.

2. 그리고 프라이팬에서 미리 녹여 놓은 분량의 버터에 카다이프와 잘게 잘라둔 또는 부숴둔

호두를 함께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볶아 준다.

*중불로 시작해서 불을 줄여 줘야 타지 않는다.!

요볶는게 시간이 좀 걸린다. 팔이 아플 막내 생각에 한두 번 체인지해 주었다.

볶을 때 냄새도 그렇고 맛도 꼭 우리네 잔멸치 볶음 같다고나 할까?

우리 친정 엄니 비장의 무기 중에 하나가 호두 넣고 볶은 멸치 볶음인데

그것이 떠올라 중간중간에 집어 먹게 되었다.

요렇게 카다이프 국수와 호두가 먹음직스럽게 볶아지면

크림을 만들 차례!

3. 크림은 큰솥 하나에 모든 재료를 함께 넣고 약불에 계속 저어준다

묵 쑤듯이 계속 응어리지지 않게 풀어서 저어준 후에

크림 모양이 나오면 불을 끄고 한소끔 식혀 준다.


4. 네모난 통 (우리는 집에서 묵 쑬 때 주로 쓰는 사각 통에 넣으니 딱 되었다)에 멸치 볶음을 떠올리게 하는 카다이프의 반을 편편하게 깐다.

5. 그 위에 식혀서 땐땐한 하얀 크림을 골고루 펴 담고 다시 그 위에 다시 나머지 반 남아 있던 카다이프와 호두를 골고루 펴서 올린다.

6. 그리고 뚜껑 닫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다음날 꺼내서

커다란 샐러드 용 수픈으로 푹 떠서 담으면 바삭하고 달콤 촉촉한

튀르키예식 푸딩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우리 병원 직원 중에 독일에서 태어난 튀르키예 사람이 있다.

BF에게 우리 막내가 연휴 동안 선보인 튀르키예 디저트 사진을 보여 주었더니

그녀도 아직 한 번도 샐프로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디저트들 이라며 엄지 척을 했다.

주로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해주셨다고 했다.

우리로 예를 들자면 막내가 우리에게 선보인 2가지 튀르키예 디저트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자주 해주시던 시루떡이나 인절미를 독일 청소년이 만들어 본 것이라고나 할까 ㅎㅎ

긴 주말 동안 우리 집 미슐랭 셰프 막내 덕분에 방구석에 앉아서 요리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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