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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26. 2023

노란색 주키니 호박 먹어 봤니?

텃밭에서 나온 호박 야채 그라탱


어느 여름날 아침 텃밭에서 이슬을 머금은 눈이 부시게 예쁜 꽃이 피어났다.

그 노랗고 어여쁜 꽃은 호박꽃,

지난봄 아기 손바닥보다 더 작던 모종을 심어 둔 것이 이제는 커다랗고 튼실한 대와 부채 같이 넓어진 잎 사이로 노란 꽃을 피워 냈다.

왜 사람들은 화려한 빛깔의 장미를 미녀에 비유하고 호박꽃은 그 반대의 경우에

사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어찌나 곱고 어여쁘던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언제 꽃을 피웠느냐 하듯 또는 수줍어 고개를 숙이듯 노란 꽃은 작은 꽃봉오리가 되었다.


그렇게 노란 꽃이 피고 얼마 되지 않아 어른 집게손가락 한마디 만한 노란 것이 눈이 띄었다

그건 노란색 호박 열매 였다.

이 동네에는 짙은 초록빛의 호박 주키니를 주로 마트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어쩌다 한번 노란색 주키니도 만나게 되는데 그 맛이 초록의 주키니 보다 더 달고 부드러워

이번 텃밭 채소 중에 신입으로 영입했더랬다.


그렇게 매일 아침 출근 전 그리고 퇴근해서 텃밭 들여다보는 낙으로 보내던 어느 여름날 오후...

갑자기 휘몰아친 우박을 동반한 폭풍우로 정원의 꽃밭뿐만 아니라 텃밭은 초토화되었다.

바로 옆골목은 자동차가 물에 둥둥 떠다닐 정도였으니 어쩌면 당연했는지 모른다.



폭풍우가 쓸고 간 후에 며칠은 정원에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발견한 작은 초록의 토마토를 보고 그래 이렇게

버텨낸 것도 이구나 싶어 그제야 정원을 다시 한번 돌아볼 마음에 생겨 났다.

(작가님네, 꽃들이랑 텃밭 야채들은 잘 견뎌냈나요?)


그런데 버텨낸 것은 비단 토마토뿐만이 아니었다.

꽃잎이 몽땅 뜯겨 나갔던 빨간 샐비어 꽃도 빨갛게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고 초록의 로즈마린과 바질등의 허브들과 파가 뾰족 뾰족 푸릇푸릇하게 다시 돋아 나고 있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야 라고 외치듯 말이다.


텃밭에서 집게손가락 만하던 노란 호박도 오이만 해지고 있었고

어느새 다시 하얀 꽃을 피워내며 하나둘 달리던 딸기도 빨갛게 익어 가고 있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맘속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들었다.

그 폭풍우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 주지 않았던가...



나무가 뽑힐 지경의 폭풍우였기에 꽃잎과 잎이 떨어져 없어진 것은 물론이려니와 토마토 대도 상해서 시들 시들 해졌고 호박은 뿌리체 밀려 나가 텃밭 끝에 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예전만큼은 아녀도 하나 둘 열매를 맺어 가는 모습들이 더없이 마음을

풍성하게 해 주었다.


어제는 텃밭에서 어른 팔뚝만 한 노란 호박과 어른 주먹만 한 빨간 피망 그리고 아기 주먹만 한 토마토와

여전히 푸른 파와 바질을 수확했다.

그렇게 한 바구니 텃밭에서 거둬들이고 나니 야채만 가지고도 훌륭한 한 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된 비장의 메뉴는 두구두구두두두~~~!

텃밭에서 나온 유기농 야채 요리 이름하야 노란 호박 그라탱이었다.

식구대로 마음도 입도 행복 한 날이었다.


김여사네 텃밭에서 나온 유기농
노란 주키니 호박 야채 그라탱

준비물

노란 주키니 호박 반 개 (애호박이나 초록 주키니 호박으로 대체하셔도 됩니다.)

빨간 피망 한 개

양송이버섯, 그리고 살구버섯 30g-50g (기호에 따라 느타리버섯이나 표고버섯 또는 팽이버섯을 넣으셔도 됩니다.)

양파 큰 것 반개 (또는 중간 크기 하나 )

 한주먹

바질 한주먹

당근 큰 거 한 개(얇은 것은 두 개 )

방울토마토 한주먹

감자 큰 거 한 개

피자치즈 한주먹

소금 한 꼬집

후추 한 꼬집

고춧가루 1 티스푼

코코넛 오일 2큰술

올리브오일 1큰술

마늘 세 쪽

프라이팬 하나 나무 주걱 하나 


만드는 방법

준비물도 별게 없듯이 만드는 방법도 굉장히 간단합니다.

더운 날 뭐 해먹기도 귀찮을 때 집에 냉장고 안에 있는 야채들 몽땅 넣고 해 드시면 됩니다.

우선 커다란 오목한 프라이팬 (집에 웍이 있다면 웍!)

에 양파를 잘게 썰고 마늘을 넣고 코코넛 오일 한 스푼을 넣고 볶습니다


그러다 양파가 익어 갈 때쯤 파를 넣고 양파 파기름이 되도록 살짝 볶습니다.

그리고 미리 납작 납작 썰어둔 감자, 당근 순으로 코코넛 오일을 두 스푼 더 넣고 볶습니다.

그렇게 감자와 당근이 거의 익어 갈 때쯤...


프라이팬에 분량의 호박과 피망 그리고 버섯과 토마토를 넣고 올리브 유를 두르고 살짝 볶습니다.

이때 소금, 후추, 고춧가루를 넣고 간을 맞춥니다.



*비건이거나 굳이 피자치즈가 넣고 싶지 않다 하는 분들은 요기까지 하시면 독일사람들이 자주  먹는 야채 일품요리, 모둠 야채 볶음 Gemüsepfanne게뮤제 판네 되겠습니다!


야채가 다 익은 모습이 보일 때 짜잔 하고 피자치즈를 넣고 녹이면 끝~!

쉽고 간단하지요?

원래 그라탱은 오븐에 넣고 하는 레시피가 많은데 야채를 살짝 볶아서 하면 프라이팬 하나로 끝낼 수 있습니다.

프라이팬 하나로 끝나니 덥지도 않고 설거지 거리도 적습니다!

덥고 입맛 없는 날 국수가 지겹다 싶은 날 강추! 냉파(냉장고 파먹기) 에도 좋습니다


더운 여름 울 독자님들 비타민 넘치는 간단 요리로 건강 유지 하시기를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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